[사설]친노좌장 이해찬 잘라낸 더민주 공천이 與보다 낫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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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6선의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렸다. 불출마를 권유했으나 거부하자 컷오프시킨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실세 총리를 지냈고 지금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가 친노 패권 청산과 운동권 정치 탈피를 공언하면서 친노 수장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더민주당에서 공천 탈락한 현역 의원 21명 중 13명이 친노다. 5선의 이미경과 문희상 의원, 3선의 유인태 의원과 재선의 정청래 의원 등 ‘상징적’ 의미가 있는 친노가 대부분이지만 전해철 홍영표 이목희 등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건재한 것도 사실이다. 총선이 끝난 뒤 이들이 문 전 대표와 ‘패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더민주당에서 통합 제안을 받았던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에서 친노 세력의 패권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이해찬 의원 공천 배제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와 같다”고 평가 절하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친노의 완전한 청산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김 대표가 ‘악역’을 맡아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친노를 중심으로 한 물갈이를 실제로 단행한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친노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대결과 투쟁 일변도의 독선적인 정치 행태를 보이기 일쑤였다. 지금도 독재타도 운동하듯이 상대를 악(惡)으로 규정하고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까지도 발목을 잡아 ‘식물국회’를 초래해 국민의 원성이 높았다.

당 일각에선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지만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판단한 김 대표의 결단은 평가할 만하다. 뚜렷한 지향점도 없이 당내 계파 갈등만 요란하고 실제 물갈이 폭은 얼마 되지도 않는 새누리당의 공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앞으로 공천 탈락자들의 저항과 반발이 거셀 것이다. 김 대표가 이런 반발에 굴복한다면 원칙이 허물어지고 개혁 명분도 실종될 우려가 크다. 비례대표에서 친노와 운동권을 공천하면 지금까지의 공천 개혁은 하나마나다. 안보와 경제 같은 전문성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사람 위주로 공천해 더민주당을 명실공히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으로 만들기 바란다. 그래야 한 달도 안 남은 총선은 물론이고 1년 9개월 뒤 대선에서도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해찬 의원#공천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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