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장 논문체크도 안했나… 靑검증 구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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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2기내각 인사검증]
송광용 교육수석 이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제자논문 표절 의혹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이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두 수장이 같은 방식으로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논문으로 포장해 학술지에 버젓이 게재했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청와대도 인사검증 시스템에 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보자는 물론 가족과 사돈, 주변 지인까지 조사 대상에 올려 조사했지만 표절 문제에 있어선 검증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 조사(助詞)만 다를 뿐 대부분 일치

김 후보자가 2002년 6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자율적 학급경영방침 설정이 아동의 학급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제자 정 씨가 2002년 2월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같은 제목의 논문을 발췌한 수준으로 대부분 조사 하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정 씨의 논문 5항 ‘연구결과 및 논의’ 부분에 대해선 김 후보자가 정리하고 요약한 흔적이 보였다.

김 후보자 논문은 전체적으로 210개의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75개가 정 씨 논문에 나온 문장과 정확히 일치했다. ‘거의 같은’ 수준인 ‘표절의심문장’도 133개에 이르렀다.

정 씨의 석사학위논문은 △서론 △이론적 배경 △가설 △연구방법 △연구결과 및 논의 △요약 및 결론의 순서로 78쪽 분량. 김 후보자의 논문은 △서론 △이론적 배경 △가설 △연구방법 △연구결과 및 논의 △결론의 순서로 24쪽 분량이다.

두 논문의 구성은 대부분 같았다. 정 씨 논문의 서론에 있는 ‘용어의 정의’, 이론적 배경의 ‘선행연구고찰’, 요약 및 결론 부분의 ‘요약’ 항목 등이 빠져있을 뿐이었다.

내용도 거의 같았다. 김 후보자 논문의 서론만 놓고 보면, 정 씨 논문 서론에서 ‘더구나 학급운영은 자신을 검증해 주고 또다시 교사인 자신을 만들어 가는 최고의 실험장이건만 자율성을 담보하지 못한 학급 경영방침 설정으로 인하여 실천 전문가라고 하는 교사의 전문성 확보와 신장은 점차 확산되지 못했다’는 한 개 문장만을 뺀 것이었다. 가설 부분은 완전히 같았다. 표, 각 가설을 구분하기 위한 로마 숫자, 구두점까지 같았다.

취재팀의 요청으로 김 후보자와 정 씨의 논문을 꼼꼼하게 검증한 두 명의 교수는 “유사 논문인지 들여다볼 필요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씨의 석사논문 중 일부를 김 후보자가 뽑아 쓴 수준이란 얘기다. 서울 A 국립대의 교수는 “간혹 제자의 논문을 본인이 제1저자로 발표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제목, 구성, 내용 등 일부는 편집해 가공한다”고 꼬집었다.

○ 연이은 교육 수장의 파문에 술렁이는 교육계

송 수석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제자 논문을 본인이 제1저자로 버젓이 학술지에 등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교육계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사 양성의 양대산맥인 서울교대와 한국교원대 출신의 두 인사가 동시에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교육계에선 이들이 제1저자로 논문을 발표한 사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B 사립대 교수는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려면 최소 한 명의 저자가 학술지 정회원이어야 하는 게 관행이라 지도교수가 공동저자로 나갈 때는 있다”면서 “하지만 제1저자가 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잘라 말했다. 제1저자냐 제2저자냐에 따라 교수의 논문 실적 평가, 연구력 지표 등이 좌우되기 때문에 교수가 편법으로 실적을 쌓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일부 교수들은 ‘책임론’을 들었다. 본인이 제1저자로 발표한 제자의 논문이 만약 짜깁기 등 이유로 이후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 책임 역시 교수가 모두 질 수 있겠냐는 얘기다.

특히 김 후보자와 송 수석은 모두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교편까지 잡았던 교육자 출신이란 측면에서 충격이 더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각각 한국교육행정학회장(김 후보자), 한국초등교육학회장(송 수석)으로 있을 때 정진곤 당시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에 대한 표절 의혹이 일자 “표절로 보기 힘들다”는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16일 취재팀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1저자냐 2저자냐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교수님을 존경하니까, 실어준 것만 해도 학생은 고맙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박성진 기자
#송광용#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김명수#교육부 장관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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