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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년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수가 평균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생물다양성은 95%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양서류, 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등 5495종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2020년까지의 증감 추세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에는는 약 3만5000개의 개체군이 포함됐다. ● 아마존 열대우림-산호초 군락 소멸 위기글로벌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10일 ‘2024년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WWF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5년간 기후와 생물다양성 등 이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개체군의 감소는 멸종 위험 증가와 함께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조기 경보 신호다. 생태계가 훼손되면 깨끗한 공기, 물, 건강한 토양 등 인류가 누리는 자연 혜택이 사라진다. WWF는 “지구 생태계가 한계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임계점인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티핑 포인트는 해당 지역을 넘어 식량 안보와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WWF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14~17%가 이미 파괴된 것으로 파악했다. 20~25% 이상이 파괴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열대우림이 더이상 지구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때문이다. WWF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가 강수 패턴의 변화 등 전 세계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끼쳐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호초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극도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이자 해양생태계 보고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1998년, 2002년, 2016년, 2017년, 2020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을 겪었다. 현재의 기온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전 세계 산호초의 70~90%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 “지금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WWF는 생태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자원 남용을 꼽았다. 특히 현재 식량 생산에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이 쓰인다고 밝혔다. 생산된 식량의 30~40%는 폐기되거나 소비되지 않아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했다.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선 빠르고 지속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확보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기후변화의 주요 대응책으로 꼽았다. WWF는 향후 5년간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간 약 4조5000억 달러(약 6075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 시스템 역시 환경 파괴적 활동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와 자연기반 해법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생명보고서의 공동 연구를 수행한 앤드류 테리 런던동물학회(ZSL) 자연보전·정책국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행동과 의지”라며 “우리는 필요한 조치를 이미 알고 있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자연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도 “전 세계 탄소배출 상위 8위를 차지하는 국가로서 한국 정부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며 “인류가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가기위해 지금이야말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 정책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지난해 환경부는 관련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다만 정책 시행의 근거인 자원재활용법은 물론 환경부 고시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환경보호 정책 후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보증금제 대신 일회용컵 유상 제공 정책을 검토했으나 이 마저도 논란에 휩싸이며 추진이 무기한 연기돼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환경단체 등에선 “일회용컵 대책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 안 지키는 환경부국회는 여야 합의로 2020년 5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도입에 관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의결해 같은 해 6월 9일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공포 2년 뒤인 2022년 6월 10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돼야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으로 구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하지만 환경부는 시행 직전인 2022년 5월 20일 “제도 도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행을 6개월 뒤로 미뤘다. 이후 같은 해 12월부터 제주와 세종에서부터 일회용컵 보증제를 시행했다. 당시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2025년 말까지 관련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문제는 보증금제가 불편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발생했다. 카페 점주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보증금 300원이 가격 인상처럼 느껴져 매출이 감소할 수 있고 설거지 등 직원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경기도 어려운데 300원을 더해 팔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국민적 수용성이 낮고,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는 비용에 비해 일회용컵이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지난해 9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철회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8월 “불가피한 사유 등으로 보증금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일부 지역에 우선 시행했다면 여건이 개선된 경우에는 조속한 시일에 자원재활용법 개정 취지에 맞게 전국적 시행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이었다.이후 환경단체는 일제히 “국경이 없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있는 정책을 유예하며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사업에 참여했다가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본 기업들도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에 7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일회용컵에 붙이는 보증금 라벨 제조 업체, 배송업체 등이다. ● ‘일회용컵 유상 제공’ 정책 전환도 시작부터 꼬여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제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다시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야 하고, 환경부 고시도 고쳐 ‘전국 확대 의무화’ 조항 등을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법과 고시 개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 환경부는 법 개정을 위한 내부에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축소하고, 대신 일회용컵을 제공할 때 돈을 받는 방식의 ‘일회용컵 무상 제공 금지’ 정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일회용 컵 판매수익은 일회용 컵 배출 및 회수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텀블러 등을 이용한 고객에게 혜택으로 주도록 강제하거나 권고하는 방안도 제시됐다.다만 문건에는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활용’, ‘소상공인 및 관련 업계가 국회를 대상으로 문제 제기토록 유도’ 등 여론전을 펴겠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그러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나왔지만 당장은 하지 않기로 결정 난 사안”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결국 환경부는 법적으로 여전히 내년 말 일회용컵 보증금제 확대 시행을 앞둔 채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일회용컵 유상제공 중 어느 것 하나도 못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환경부가 작성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축소 계획’ 대외비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문건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추진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신 ‘일회용컵 무상제공 금지’를 추진하기 위해 소상공인 등을 동원해 여론전을 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을 사용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반납할 때 이를 돌려주는 제도다.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환경부 내부 문건에는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해 대안 검토 과정을 객관화해 여론 환기를 유도한다’, ‘선도지역 성과 및 대안 마련은 우리 부(환경부)가 주도하되 결과는 학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해 공개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중단을 위해 ‘소상공인 업계가 국회에 문제 제기하도록 유도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대안에 대해 질의 표명하도록 유도한다’ 등의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신 일회용컵을 돈 받고 팔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회용컵 판매수익은 일회용컵 배출 및 회수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텀블러 등을 이용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게 환경부 방안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회 이후 받았던 ‘환경정책 후퇴’라는 비판을 무마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강 의원은 “환경부가 정리한 평가 및 대안 정책을 학계 전문가가 대신 공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라며 “마치 객관적 결과인 것처럼 한마디로 국민을 속이겠다는 기만적인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의 지시인가, 아니면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지시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완섭 장관은 “제가 그 문서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2022년 12월 제주와 세종에서부터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내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환경부는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확대 시행을 연기하다가 지난해 11월 정책을 철회했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도록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올해 9월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9월’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된 시기인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월 평균기온, 폭염 일수, 열대야 일수 등을 기록한 것이다. 각종 무더위 기록 뿐 아니라 강수량도 평년보다 54.6% 더 많았는데, 경남 창원시에 하루 동안 397.7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9월 일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기온-폭염-열대야 기록 줄줄이 깨져 8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20.5도)보다 4.2도 높았다. 종전 최고기록인 지난해 22.6도를 경신한 것이다.역대급 9월 더위가 나타난 것은 올해 7월 하순부터 우리나라 상공을 뒤덮고 있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9월 중순까지 세력을 유지한 탓이 크다. 두 고기압이 버티고 있으면서 태풍도 한반도 내륙에 상륙하지 못했다. 또, 대기 하층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에서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습도가 높아 열대야도 꾸준히 발생했다.그 결과 전국 주요 기상관측지점 66곳 중 총 46곳에서 9월 일 최고기온 극값 최고 1위를 경신했다. 경남 밀양시(37.4도), 전북 정읍시(37.3도), 충남 보령군(37.1도), 충남 금산군(36.5도), 대전(36.0도), 경북 안동시(36.0도), 광주(35.8도) 등이다.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나타나는 폭염 일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6.0일(평년 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전남 완도군에서 13일 발생해 가장 많았고, 대전 11일, 대구 8일, 부산 7일, 서울 6일 등 순이었다. 특히 서울과 충남 서산시, 인천 강화군, 경기 이천시, 충남 보은군 등 7개 지점에서는 1973년 이래 첫 9월 폭염이 발생했다. 9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4.3일(평년 0.1일)로 종전 최고기록인 1992년 0.9일을 제쳤다. 제주에서 19일로 가장 많았고, 부산 15일, 인천 10일, 서울 9일, 대전 6일 등 순이었다. 강원 춘천시, 경기 양평군, 충남 금산군 등 4개 지점에서는 첫 9월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아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량은 241.0mm로 평년(155.1mm)보다 85.9mm 더 많았다. 특히 지난달 20~21일에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물러난 사이 북쪽에서 찬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됐고, 남쪽에서 열대저압부가 접근하며 많은 수증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이틀에 걸쳐 경남 창원시에는 529.4mm의 폭우가 쏟아졌고 부산 403.4mm, 경남 거제시 381.2mm, 전남 장흥군 357.6mm, 경남 진주시 307.4mm 등에 300mm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경남 창원시(397.7mm), 부산 중구(378.5mm), 경남 거제시(348.2mm), 충남 서산시(221.8mm) 등 지역에서는 9월 일 강수량 극값을 경신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이례적으로 여름철 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졌는데 길었던 더위가 물러나자마자 기록적인 호우로 인해 곳곳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라며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기상재해의 양상을 면밀히 감시해 국가적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길었던 무더위가 지나고 해가 지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가을 날씨가 본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를 두고 다가오는 겨울의 지독한 한파를 예고하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여름 기록적 폭염의 원인이 됐던 엘니뇨(El Nino·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대신 라니냐(La Nina·스페인어로 ‘여자아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따뜻해지는 현상을, 라니냐는 반대로 같은 지역 수온이 차가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이 정리한 세계기상기구(WMO)와 미국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 등의 ‘엘니뇨·라니냐 예측 모델’ 분석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엘니뇨가 가고 라니냐가 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미리 살펴봤다. ● “영하 18도 한파 올 수도” WMO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발생한 엘니뇨는 올해 5월 중립 상태로 전환됐다. 중립 상태는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상태로 태평양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도 사이에 있는 걸 말한다. 라니냐는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아래인 상황이 5개월 이상 이어질 때 발생한 것으로 본다. WMO는 “다음 달까지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55%”라고 밝혔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국내에선 9∼10월 초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게 된다. 최근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며 ‘9월 폭염’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 9월 전국 평균 일 최저기온은 20.9도를 기록해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처음 20도를 넘어섰다. 평균 일 최고기온도 30도에 육박하는 29.6도를 기록해 평년(25.9도)보다 3.7도 높았다. 기상청은 “라니냐가 발생하는 시기에는 열대 중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내려가 북태평양 지역에 강수량이 적어지고 이에 따라 맑고 건조한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한다”며 “이때 고온 다습한 남풍이 불면서 기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에 접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상청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낮을 가능성이 큰 걸로 나타났다. 평년(7.6도) 수준의 기온이 예상되는 다음 달이 지나면 12월 기온은 평년(1.1도)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아시아의 겨울은 더 추워지는 경향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라니냐 시기에는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동아시아로 더 강하게 유입된다”며 “겨울 동안 한반도에 폭설과 함께 강력한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대기와 해양을 통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도 “라니냐 현상이 관측됐던 2021, 2022년에 영하 18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있었는데 올해 겨울이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밥상 물가-난방비 급등할 수도라니냐가 나타나면 밥상 물가와 난방비 등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대표적 곡창 지대인 남미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어 곡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와 남미는 콩과 밀, 옥수수의 최대 생산지다. 호주와 동남아시아의 경우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로 낙농업과 쌀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파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북반구 지역에선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에너지 소비량이 늘면 난방에 주로 쓰이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급등한다. 이미 천연가스 가격은 겨울철 난방 수요가 반영되면서 계절적 수요를 타고 치솟고 있다. 증권가에선 현재 MMBtu(열량 단위)당 2달러대 후반인 천연가스 가격이 연말까지 6달러대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 덩달아 농산물 가격도 오르게 된다. 농산물 생산을 위한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 질소가 천연가스에서 추출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질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5∼90%에 달한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수록 비료 가격도 뛰고, 이 때문에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 열 순환에 의한 자연적 현상으로 이상기후는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빨라지면서 발생 주기, 강수·기온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자판 중국해양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기후변화를 예측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1세기 지구에서 라니냐가 더욱 자주 나타나며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은 “화석연료 사용량이 많아져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면 라니냐가 지금보다 30∼45%가량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라니냐의 증가는 곧 엘니뇨의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지구촌 극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라니냐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동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와 번갈아 가며 2~7년 주기로 나타나는데 최근 기후변화로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3∼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아시아 국제물주간’에 참가해 물 문제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 해법을 모색하고 국내 물 산업 해외 진출 방안을 협의했다고 6일 밝혔다. 아시아 국제물주간은 아시아물위원회(AWC) 주도로 65개국 5000여 명의 물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물 관련 행사다. 올해 행사는 ‘미래의 물 안보 향상’을 주제로 AWC와 중국 수리부가 공동 주최했다. 행사에선 25개국 168개 기관이 참여하는 AWC 이사회가 열려 회원국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는 행사 기간 특별 세션 등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물관리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정수장, 해수 담수화, 지하수 저류댐 등 글로벌 선도 기술들을 선보였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중국 수리부 리궈잉 부장(장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수자원청 청장, 미국 수도협회(AWWA) 부회장 등과 만나 ‘물 안보’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이들 자리에서 수자원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강조하며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녹색시장을 위한 기후테크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윤 사장은 “기후변화와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수자원공사는 아시아물위원회 의장기관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초격차 기술에 기반한 협력 사업 발굴로 국내 물 산업이 녹색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낮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는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설악산에선 올가을 첫 단풍이 관측됐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 10도 내외의 쌀쌀한 날씨가 예상된다. 낮 기온은 서울 등 수도권과 남부지방, 제주 등에서 25도 안팎까지 오른다. 기상청은 “전국적으로 기온은 평년(최저 8∼16도, 최고 21∼24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라며 “7, 8일 아침 최저기온은 9∼18도이고 낮 최고기온은 18∼26도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6일 호남권과 제주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강원 및 충청권 5mm 미만, 호남권 및 영남권 5∼10mm, 제주 10∼40mm 등이다. 8일에는 강원 등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3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글날인 9일부터 사흘가량은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 한편 4일 설악산에선 올가을 첫 단풍이 관측됐다. 늦더위가 이어진 탓에 지난해보다 4일, 평년보다 6일 늦었다.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단풍이 시작되고 20일가량 지나 절정을 맞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설악산은 10월 넷째 주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낮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는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설악산에선 올가을 첫 단풍이 관측됐다.6일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중부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내외로 쌀쌀할 전망이다. 낮 기온은 서울 등 수도권과 남부지방, 제주 등에서 25도 안팎까지 오른다. 기상청은 “전국적으로 기온은 평년(최저 8~16도, 최고 21~24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라며 “7, 8일 아침 최저기온은 9~18도이고 낮 최고기온은 18~26도일 것”이라고 예보했다.6일 호남권과 제주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강원 및 충청권 5mm 미만, 호남권과 영남권 5~10mm, 제주 10~40mm 등이다. 8일에는 강원 등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30mm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한글날인 9일부터 사흘가량은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한편 4일 설악산에선 올가을 첫 단풍이 관측됐다. 늦더위가 이어진 탓에 지난해보다 4일, 평년보다 6일 늦었다.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단풍이 시작되고 20일가량 지나 절정을 맞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설악산은 10월 넷째 주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2, 3일 아침 최저기온이 7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루 만에 전날보다 5∼10도가량 낮아지는 것인데 강원 산지 등에는 처음 얼음이 어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1일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2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2, 3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7∼18도, 낮 최고기온은 18∼23도로 예상된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부딪치면서 일부 지역에는 비 소식도 있다. 기상청은 2∼4일 남부 및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80mm 이상의 거센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관심을 모았던 제18호 태풍 ‘끄라톤’의 진로는 한반도가 아닌 동중국해 방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상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의 동진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태풍의 이동 속도와 기압골의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대만에서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트는 3, 4일경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 후반 예상 강수량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2, 3일 아침 최저기온이 7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루 만에 전날보다 5~10도가량 낮아지는 것인데 강원 산지 등에는 얼음이 어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1일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2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2, 3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7~18도, 낮 최고기온은 17~23도로 예상된다.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부딪히면서 일부 지역에는 비 소식도 있다. 기상청은 2~4일 남부 및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80mm 이상의 거센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기상청에 따르면 관심을 모았던 제18호 태풍 ‘끄라톤’의 진로는 한반도가 아닌 동중국해 방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상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의 동진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태풍의 이동속도와 기압골의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김영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대만에서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트는 3, 4일경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주 후반 예상 강수량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정부가 3년간 10조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3500억 원을 투입해 중증 암, 심·뇌혈관 등 난도가 높은 910개 수술과 이를 위한 마취료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를 50% 인상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27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 추진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달 지역·필수의료에 투입하기로 한 20조 원에 더해 의료개혁에 총 30조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현재 50%에서 7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린다. 현재 중증환자 비율이 낮아 단기간에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어려운 병원은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중환자실 수가는 현행의 50%인 하루 30만 원을, 2∼4인실 입원료도 현행 수가의 50%인 하루 7만5000원을 가산한다. 이 같은 입원 수가 개선에 총 6700억 원을 투입한다. ‘중증’ 분류 대상도 2차급 진료협력병원에서 의뢰된 환자, 중증 응급 상태로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환자, 중증 소아 환자 등까지 확대한다. 현재는 질환에 따라 수술과 시술 종류를 기준으로 중증을 분류해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환자 분류 체계를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기준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이 과도하게 병상 확보와 진료량에 집중하지 않도록 일반 병상은 5∼15% 축소한다. 지역과 병상 수준에 따라 축소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어린이 병상, 응급 병상 등은 축소하지 않고 필수적인 진료 기능은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현재 40% 수준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비중을 20%로 낮춰 전문의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는 전공의 비중을 낮추는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가 수련생으로서 의미 있는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수련 환경을 개선한다”며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을 통해 전공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 등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앞으로 3년간 매년 3조3000억 원씩 약 10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 달 2일부터 시범사업에 대한 신청을 받는다. 다만 의료기관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연말 이후까지 신청 기간을 넉넉히 둘 계획이다. 참여 병원에 대한 지원은 내년 실적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이뤄진다. 의료계에선 정부 공언만큼 재정 투입이 실현될지 불투명하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에 전문의 확충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주말인 27일과 28일 강원 영동과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가을비 치고는 제법 거센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에는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27일 기상청에 따르면 동풍의 영향으로 27, 28일 강원 영동에 30~100㎜의 제법 많은 가을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동풍이 태백산맥과 부딪히며 동쪽 지역에 비를 뿌리는 것이다. 울릉도, 독도, 경북 동해안 등에 5~40㎜, 울산에 5~20㎜의 비도 각각 예고됐다.반대로 태백산맥을 타고 넘은 고온건조한 바람이 서쪽 지역을 달구며 낮 기온을 높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말 동안 강원 영동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며 덥겠다. 기상청은 28일과 29일 아침 최저기온은 14~22도, 낮 최고기온은 23~30도 분포를 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다만 주말이 지나면 점차 낮 최고기온도 25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본격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다음달 1일부터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6일 필리핀 해상에서 발생한 열대저기압은 열대저압부로 발달한 상황이다. 열대저압부는 태풍 전 단계로 중심 풍속이 17m/s 이상이 될 경우 태풍의 지위를 얻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열대저압부는 48시간 내에 태풍 ‘제비’로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기상청 태풍 예보에 따르면 태풍 제비는 29일 오전 3시경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약 640km 부근 해상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과 일본 오키나와 남쪽 부근 해상 정도까지 북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기상청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수치 예보모델 등이 태풍 발생 후 진행 방향에 대해 다른 예측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태풍의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낮 더위는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 경기 의왕시의 일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랐다. 이 밖에 부산이 30.3도, 경남 창원시가 30.2도, 경주시 30.1도 등 전국 곳곳에서 30도를 넘기면서 한여름 더위를 방불케했다.전국 평균기온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기상학적으로 가을의 시작은 일 평균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다. 그런데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평균 기온은 25.3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최저기온조차 21.5도로 1973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9월 최저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다. 평균 최고기온도 30도로 나타나 사상 첫 ‘9월 30도대’를 기록하고 있다.여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올해 가을은 여느 때보다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6일 발표한 3개월 전망을 통해 10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90%라고 봤다.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간 기상학적 가을은 평균적으로 9월 29일 시작해 11월 24일 끝났다. 그런데 ‘10월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가을의 시작 자체가 늦어지는데다 올해는 라니냐(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현상) 발달의 영향으로 11월부터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다음달 2일에 들어서야 아침 기온은 9~19도, 낮 기온은 19~26도로 평년(최저기온 10~17도, 최고기온 22~25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전망이다. 평균 기온으로 환산할 경우 10월 둘째주 정도에 가을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가을은 한 달여 만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낮 더위가 이어지면서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시기도 늦어질 것이라고 예측됐다. 산림청은 올가을 단풍나무의 절정 시기(단풍이 50% 이상 물들었을 때)를 다음달 29일로 예측했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설악산에서도 10월 22일이 돼서야 단풍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늦더위로 인해 단풍이 완전히 물들 지 못한 상태로 잎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늦더위가 이어질 지 여부는 비 소식과 한반도 남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의 위력에 달려 있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주 중반까지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27일엔 강원 영동, 경상권에 비가 오겠으며, 다음 달 1일부터는 수도권과 강원권에 비가 내리겠다.다음달 초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면 최고기온은 25도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다.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내륙을 중심으로 기온차가 13도 안팎까지 벌어지겠다.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기상청은 28일 제17호 태풍 ‘제비’ 발생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태풍이 될 수 있는 열대 저기압이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에너지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발생하면 한반도 남쪽을 지나며 국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를 발생시키거나 뜨거운 공기를 한반도에 불어넣으며 기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세계 각 국의 수치예보모델 별로 변동성이 큰 상태라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열대저기압이 아직 태풍으로 발전하지도 못한 상태지만 추후 변수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20주년을 맞았다. 복원사업은 한반도 생물다양성 보전 등을 위해 2004년 러시아에서 도입한 반달가슴곰 6마리(암수 3쌍)를 지리산에 방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80여 마리가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25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서울 중구 센트럴플레이스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20주년을 기념하는 정책간담회를 26일 연다고 밝혔다.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가 존속을 위한 최소 목표였던 50마리를 넘어서면서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복원사업을 시작할 때 반달가슴곰은 국내에서 멸종한 상태는 아니었다. 1996년 환경부 조사에서 서식 흔적이 발견됐고 2000년엔 야생 반달가슴곰이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번식이 불가능할 정도로 개체 수가 줄어 있었다. 복원사업은 2001~2004년 시범사업을 거쳐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그 결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80여 마리가 야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식지도 복원사업을 시작한 지리산을 넘어 덕유산 일대까지 확장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리산 내 반달가슴곰의 적정 개체수를 56~78마리 정도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제는 너무 많은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몇 가지 규칙만 지키면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환경부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이 등산로 반경 20m까지 접근해 머문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오히려 500m 이상 떨어져 활동한 경우가 89%나 됐다.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을 발견하면 시선을 피하거나 등을 돌리지 말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갑자기 맞닥뜨려 반달가슴곰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나뭇가지 등으로 저항하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머리와 배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번 간담회에는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성과,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한 서식지 관리 방향 등을 주제로 발표한 후 관련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눈다. 강원대 박영철 교수,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 충북대 정동혁 교수,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센터장,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소장, 박준수 사진작가 등이 참석한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20년간 진행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50마리 이상의 개체수 확보라는 외형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앞으로는 안정적인 서식지 확대 및 인간과의 공존 등이 숙제로 남았다”라며 “우리 곁에서 반달가슴곰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10월이 코 앞이지만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없었다. 지난 주말 남부 지방을 할퀸 거센 비바람도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원인이었다. 최근 30년(1991년~2020년ּ평년) 동안 10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0.1개인 것을 감안하면 2017년 이후 7년 만에 태풍 상륙 없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년 만에 한반도 상륙한 태풍 ‘全無’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은 없다. 지난달 태풍 ‘종다리’와 태풍 ‘산산’이 일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내륙에 상륙해 더 큰 피해를 주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이 상륙하지 않은 것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태풍 ‘산바’ 이후 2018년 태풍 ‘솔릭’이 상륙하기 전까지 6년 간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8월과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평년 기준 8월에 평균 5.6개의 태풍이 발생했고 1.2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9월에는 태풍 5.1개가 발생했고 한국에는 0.8개가 찾아왔다.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알려진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 모두 9월에 한반도를 찾아왔다.사라는 한국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태풍이다. 총 849명이 사망했고 2500명 이상이 다쳤다. 매미는 중심부 풍속이 초속 60m를 기록하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가을 태풍으로 기록됐다. 6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발생시켰고 4조2200여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최근엔 2022년 9월 발생한 ‘힌남노’가 남부 지방을 관통하며 12명이 숨졌다.1951년 이래 한국이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1988년과 2009년 단 두 해뿐이다. 두 해를 제외하면 태풍이 한국에 상륙할 때마다 크고 작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아 태풍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기상청은 “수온이 높아지면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 기상청 “안심할 단계 아니다”올해 태풍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를 발생시키며 각종 무더위 기록을 갈아치우게 만든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두 거대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이중 열 커튼’을 친 채 굳건히 버티며 태풍의 북상을 막았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제9호 태풍 ‘종다리’도 두 고기압에 밀려 발생한 지 채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충남 서산 남서쪽 150㎞ 부근에서 소멸됐다.이 밖에 제5호 태풍 ‘마리아’, 6호 태풍 ‘손띤’, 7호 태풍 ‘암필’, 8호 태풍 ‘우쿵’, 10호 태풍 ‘산산’은 일본 쪽으로 향했고, 중국에 많은 피해를 준 제11호 태풍 ‘야기’ 등도 중국 또는 베트남에 상륙했다. 모두 이중 열 커튼을 뚫지 못하고 한반도 남쪽에서 이동한 결과다.다만 기상청은 여전히 태풍 발생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9년에도 10월에 태풍 ‘미탁’이 한반도에 상륙해 14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남긴 탓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전히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인데다 태풍의 북상을 막았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화된 상태라 태풍 상륙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제가 살아생전 겪은 가장 악몽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다들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22일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의 최용기 이동마을 통장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20일부터 427.8mm의 물폭탄이 쏟아진 김해에선 지역 하천인 조만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고, 21일 오전 9시경 범람한 강물이 이동마을을 휩쓸었다. 최 씨는 “119에 신고하는 사이 하천이 굉장히 빠르게 불어나더니 강물이 제방을 넘어 집과 논을 덮치기 시작했다”며 “한 시간만 더 폭우가 쏟아졌다면 둑이 터져서 논이며 주택이며 전부 물에 잠겨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해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성동고분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주말 동안 경남, 부산, 전남, 제주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가을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21일 부산에선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부산소방재난본부 배수 차량과 5t 트럭이 구멍에 빠졌고, 전남 장흥군에선 급류에 휩쓸린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오전 8시까지 이번 비로 인한 전국 논밭 침수 피해 면적을 3608ha(헥타르)로 집계했으나,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남에서만 논 침수 면적이 7791ha로 늘어나 전체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기상청 등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 밤 12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이 770.5mm, 경남 창원시 529.4mm, 김해시 431.1mm, 전남 여수시 400.5mm, 강원 속초시 388.5mm 등이었다. 특히 창원은 21일 하루 강수량이 397.7mm, 시간당 최대 104.9mm로 둘 다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시간당과 일일 기준 모두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만한 폭우였다”고 분석했다. 창원의 지난해 누적 강수량(2161.1mm)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가 사흘 만에 쏟아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이면 폭우, 50mm 이상이면 극한호우에 해당한다. 시간당 100mm가 넘게 내리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창원의 과거 시간당 강수량 기록은 2009년 7월 16일 102mm였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경남=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경남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것을 두고 ‘기상청 예보가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기상청은 20일 “경남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게는 20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런데 21일 경남 창원시(397.7mm), 김해시(368.7mm), 거제시(348.2mm)와 부산(378.5mm) 등에는 예상 강수량의 2배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일에만 해도 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예상 경로보다 더 북쪽으로 이동해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과 부산 등의 경우 상륙한 열대저압부가 산악 지형에 강하게 부딪치며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상청의 예보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난이나 재해가 예상될 때는 위기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기록적 폭우가 늘어난 만큼 강수량 예측 범위를 넓히는 등 기상청이 방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비가 많이 온다고 했는데 적게 온 경우 지나치게 비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거짓말처럼 공기가 달라졌네요. 여름옷을 이제 정말 옷장에 넣어도 될 것 같습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홍모 씨(40)는 “20일 밤 에어컨을 틀고 잤는데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21일 용산구의 아침 최저기온은 17.3도로 하루 만에 8.3도나 떨어졌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내린 비로 9월 늦더위가 꺾이며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사라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1일 아침 최저기온은 25도 미만이었다. 제주 지역은 21일 밤∼22일 새벽 최저기온이 23.4도를 기록하며 75일 동안 이어졌던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끝났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1∼19도, 최고 23∼26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전망”이라며 “23, 24일 아침 최저기온은 중부지방과 남부내륙에서 15도 내외이고 낮 최고기온은 22∼29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을이 불쑥 찾아온 것은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며 올여름 기록적 더위와 9월 늦더위의 원인이 됐던 ‘이중 열 커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편 기상청에서 공식 인정하는 ‘가을의 시작’(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은 다음 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경남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것을 두고 ‘기상청 예보가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앞서 기상청은 20일 “경남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게는 20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런데 21일 경남 창원시(397.7mm) 김해시(368.7mm) 거제시(348.2mm)와 부산(378.5mm) 등에는 예상 강수량의 2배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일에만 해도 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된 열대저압부가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예상 경로보다 더 북쪽으로 이동해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과 부산 등의 경우 산악 지형에 상륙한 열대저압부가 강하게 부딪치며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상청의 예보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난이나 재해가 예상될 때는 위기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기록적 폭우가 늘어난 만큼 강수량 예측 범위를 넓히는 등 기상청이 방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비가 많이 온다고 했는데 적게 온 경우 지나치게 비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거짓말처럼 공기가 달라졌네요. 여름옷을 이제 정말 옷장에 넣어도 될 것 같습니다.”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홍모 씨(40)는 “20일 에어컨을 틀고 잤는데 다음 날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깜짝 놀랐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1일 오전 비가 잠시 그쳐 산책을 나왔다가 쌀쌀해진 날씨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고도 했다. 21일 용산구의 아침 최저기온은 17.3도로 전날(25.6도)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8.3도나 떨어졌다.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내린 비로 9월 늦더위가 한 풀 가시며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사라졌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1일 아침 최저기온은 25도를 넘지 않았다. 제주의 경우 21일 밤~22일 새벽 최저기온이 23.4도를 기록하며 75일 동안 이어졌던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끝났다.기상청 관계자는 “늦더위가 사라지면서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1~19도, 최고 23~26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전망”이라며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일교차가 큰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가을이 불쑥 찾아온 것은 한반도 상공의 기압 배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던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되며 올 여름 기록적 더위와 9월 늦더위의 원인이 됐던 ‘이중 열 커튼’이 사라졌다. 티베트고기압은 서쪽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은 동쪽으로 수축하면서 생긴 사잇길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중부지방 중심으로 당분간 머물면서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며 “찬공기가 아직 닿지 않는 제주와 일부 남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기상청은 23, 24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중부지방과 남부내륙에서 15도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낮 최고기온은 22~29도로 예상된다. 다만 기상청은 “30도를 넘는 무더위를 보이는 지역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상청에서 공식 인정하는 ‘가을의 시작’은 다음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 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일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더라도 다음 날 다시 20도를 넘으면 가을이 시작됐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최근 평균(2011~2020년)을 보면 서울의 경우 9월 29일에 가을이 시작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가을의 시작이 예년보다 늦을 전망”이라고 밝혔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