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찾았지만… 진땀 뺀 손학규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영도조선소 방문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14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아 김창봉 노조 부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영도조선소 방문 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14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아 김창봉 노조 부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4일 정리해고 문제로 6개월 넘게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현장을 찾았다.

손 대표는 이재용 사장 등 사측 인사들을 만나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방안을 서둘러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고공 타워크레인 위에서 190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에게는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를 물었다.

손 대표의 한진중공업 방문은 13일 출발을 선언한 ‘2차 희망대장정’의 일환이다. 4·27재·보궐선거로 인해 1월부터 100일간 이어진 희망대장정이 일단락된 지 3개월여 만의 재시동이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 등과 다른 야당 대표 등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최고위원 등이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것과 비교해 ‘손 대표가 노동 현안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란 비판이 일자 방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근처 도로에서 해고 노동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여태까지 뭘 하다 이제 왔느냐”고 따졌고 손 대표는 “자주 온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손 대표의 어정쩡한 행보가 최근의 지지율 급락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1일 발표한 주간 조사에서 손 대표는 대선 후보 지지율 8.9%를 기록했다. 14.3%(4·27재·보선 직후)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다시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학 등록금 등 각종 현안과 정책에서 손학규만의 철학과 주장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손 대표는 이날 한진중공업 방문에 앞서 가진 부산지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미 FTA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일부 기업인이 “한-유럽연합(EU) FTA 처리로 EU 쪽에서 관세 감면 혜택을 받게 돼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 한미 FTA도 빨리 통과시켜 달라”거나 “민주당이 여당 시절 체결한 한미 FTA를 어떻게 민주당이 반대하나. 당리당략을 떠나 행동해 달라”는 쓴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현재의 한미 FTA안은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과정에서 이익의 균형이 많이 깨져 재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렸다.

한편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노동 문제가 정치, 사회 문제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며 야당의 신중한 행동을 촉구했다.

부산=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