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게 분명하게 얘기한다… 北인권이 美-北 관계개선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로버트 킹 美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인터뷰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18일 워싱턴 국무부 내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집무실에는 가야금 연주 모습 등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18일 워싱턴 국무부 내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집무실에는 가야금 연주 모습 등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18일 오후 미국 국무부 5층 5209호. 북한문제 담당관실 이라고 적혀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북한관련 일을 하는 3명의 특사의 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왼쪽부터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성 김 6자 회담 특사,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일하는 방이다. 킹 특사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킹 특사는 8일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상황과 인권개선 방안 그리고 대북식량지원 계획 등과 관한 생각을 털어 놓았다.

킹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건네고 싶은 메시지라며 "모든 것을 다 양보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문제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주민들을 다루는 태도를 개선한다면 미국과의 관계도 크게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킹 특사는 "난민조약의 정식 서명국으로서 미국은 자국에서 정치적 박해 등의 이유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제3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이 스스로 원하는 나라를 택해 살 수 있는 탈북자의 권리를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다.

―2010 북한인권보고서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행히도 크게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과거에도 개탄할 만한 상황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비참(deplorable)하다. 인권상황을 묘사하는 형용사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상황의 본질이다. 북한 주민들은 기본권이 보장돼 있지 않고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나 법치 역시 요원하다."

―매년 인권보고서를 발간하는 이유는.

"의회의 요청에 따라 행정부가 수십 년째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국가를 대상으로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인권상황을 평가하고 있으며 정확하고 일관된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전 세계의 인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준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십 년 동안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오다 보니 북한이 인권문제에서 수십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수 있었다."

―북한에서는 '너나 잘하라'는 식의 반박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인권보고서의 지적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이나 북한이 그렇게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인권이라는 것이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내에는 서로 다른 성향의 다양한 비정부기구(NGO)가 활동하면서 미국의 인권문제를 감시하고 있고 언론도 다양한 각도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정부가 하는 일에 대단히 비판적인 언론도 많다. 하지만 북한에는 그런 언론이나 비정부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고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북한인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미국 뿐 아니라 유엔 등 국제사회도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을 위한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인권개선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적인 압력은 북한정권에도 큰 부담이다."

―북한을 방문한 것도 아닌데 인권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나.

"북한을 방문할 수 있고 자유로운 접근권이 보장된다면 북한인권상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북한정권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의 인권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이 있고 언론의 보도도 있다. 북한의 관영언론이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을 감추려고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인권관련 비정부 기구들이 정기적으로 생산해 내는 보고서도 있고 국무부 자체적인 정보파악의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정부가 가장 정확하고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크로스 체크하고 있으며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애쓴다. 여러 가지 뉴스 소스를 검증하기도 한다."

―북한식량지원 문제에 대한 결론은 언제쯤 내려지나.

"미국의 NGO와 세계식량기구(WFP) 등 두 개의 팀이 식량사정 조사를 위해 최근 북한을 방문했다. 두 그룹은 각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사정을 직접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접근권을 보장 받았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 NGO들과 WFP의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차원이 결정을 내려지는 못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 요원을 직접 파견할지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북한 식량지원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내 개인생각을 말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미국 NGO는 물론 WFP와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스스로 북한식량지원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식량지원이 정치적인 문제와 연계되고 잇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식량지원 등 인도적인 문제를 정치와 결부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사용해 왔다. 식량은 물론 의약품 지원 등의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도적 차원의 필요성과 수요의 원칙이다. 명확한 기준에 따른 판단이 내려지면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의 상황 등도 고려대상이다."

―식량지원에도 적기가 있다는데….

"춘궁기 보릿고개에 식량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 역시 중요한 고려기준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과의 조율문제는….

"한국의 의사는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이 가장 큰 이해 당사자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점에서 미국은 식량지원 문제에 있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간에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는 여전히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는 부분은 6자 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일정 정도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문제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6자 회담 프로세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북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최근 벌어진 문제에 대한 일정한 매듭이 지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있어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뜻을 같이한다."

―2월 한국을 방문했는데….

"외교통상부 통일부 당국자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고 하나원을 2년 연속 방문할 수 있었다. 한국 NGO 관계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탈북자들과도 면담했다. 한겨레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매우 총명하고 전도가 유망해 보였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훌륭하게 적응하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사회내에 그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완전히 동화돼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은 무엇인가.

"난민조약의 정식 서명국으로서 자국에서 정치적 박해 등의 이유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제3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나라를 택해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같은 탈북자들의 행동을 적극 지원한다. 미국으로 직접 오는 탈북자도 더러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전반적인 인권상황 개선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나 자유아시아 방송 같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으로 전파를 집어넣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세상의 정보가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처한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다. 정보의 제한이 심각하고 세상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것이다."

―중동의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지만 북한 정부가 그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것이다. 일반 주민들에 대한 영향력 역시 대단히 제한적이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중동의 민주화 바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6자 회담에서 인권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나.

"향후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인권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그 점에서 인권문제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6자 회담은 정치 안보 회담인데….

"북한과 다뤄야 할 문제는 비단 핵문제로 대표되는 정치 및 안보이슈 뿐만이 아니다. 다른 이슈들처럼 인권문제도 대단히 중요한 축이다. 인권은 북한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북한이라는 나라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과 일하면서 좌절감이 들기도 할텐데….

"열정을 가지고 일하려고 한다.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의 인권문제를 다뤄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과연 진전을 이룰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성과를 이뤘다. 북한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열정을 가지고 일하면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북한문제는 종합적인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식량지원 문제 역시 종합적인 판단을 요하고 있으며 나 역시 그 식량문제 결정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2004년 통과된 미국 북한인권법의 기여를 평가한다면.

"가장 중요한 측면은 미국이 북한문제의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인권문제는 대단히 특수한 부분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인권문제는 인류보편의 기준으로 다뤄야 할 기본가치라고 생각한다. 특수한 조건과 고유한문화가 고려요소가 될 것이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른 기준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천부의 권리에 변함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법치의 원칙이나 민주주의의 원리 정주의 구성 등에 있어 사람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표현이나 종교 언론의 자유 등은 바로 그 기본권에 해당한다. 일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양보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상당부분 북한의 인권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인민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지금껏 해왔던 태도를 개선한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관계개선의 영역은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미국의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동맹국이나 우방국들을 보라.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인권문제에 대한 태도 역시 같다.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북한과도 그 같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으며 관계개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

△1942년 6월 8일생
△브리검영대 학사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박사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 비서실장
△국무부 북한인권특사(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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