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스님, 위대한 문명탐험가다." 설 연휴 첫날인 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혜초 스님(704∼780년경)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관람한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감탄했다. 이 유물은 신라의 승려 혜초가 약 1300년 전인 727년 뱃길 사막길을 거쳐 4년 간 다섯 천축국(지금의 인도)을 여행한 뒤 쓴 두루마리 필사본으로 고대 인도 및 서역(西域)의 역사와 문물을 다룬 현존하는 최고(最古) 기록물이다. 중국 둔황 동굴에 1000년 이상 보관돼 온 이 기록물은 1908년 프랑스 학자가 발견해 프랑스로 가져간 뒤 단 1차례도 외부에 공개 전시된 적이 없고, 프랑스 국립박물관 밖으로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동아일보는 MBC,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올 4월3일까지 '실크로드와 둔황(敦煌):혜초와 함께 하는 서역 기행'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관람 문의 1666-4252)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홍상표 홍보수석비서관, 진동섭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 박물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왕오천축국전, 이 기록물이 진본임을 확인해 준 일체경음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둔황 동굴 모형 등 전시물을 1시간 반 정도 둘러봤다.
특히 왕오천축국전(총 227행 5893자, 폭 42cm, 총길이 358cm) 진본 앞에서는 오랫동안 머물며 자세히 살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혜초의 여정과 기록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으로 큰 스님이다. 어려움을 이겨가며 탐험하고 진리를 추구하고…. 이렇게 대단한 큰 스님에 계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신문물을 개척하고 신세계를 보고 오셨다,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스님께선 불교 이외에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그런 개방성 때문에) 더 위대한 분"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원전 3세기에 서역 왕녀가 머리 속에 누에와 뽕나무 씨를 숨겨 들어와 서역에 비단이 전파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두껑에 숨겨온) 우리 문익점과 같구나"고 했다. 이 대통령은 관람을 마친 뒤 21세기를 맞이한 한국인들이 1300년 전 스님이 그랬던 것처럼 진취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폐쇄적이 됐다. 그 바람에 바닷가에 사는 사람도 배를 타기 보다는 농사를 지었다. 진취적이지 못했다. 다시 우리는, 한국인은, 고구려시대와 삼국 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거다. 그때의 기상과 진취적 자세를 되살려야 한다. 21세기에는 그렇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또 "혜초 스님이 한국 최초의 세계인이라는 견해도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그래. 그럴 수 있다"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조계종 스님 200여 명이 전시관을 둘러봤다"는 말을 듣고 "좋은 일이다. 도(道)에 정진하는 큰 스님들이 더 많이 보시면 좋겠다. 많은 긍지를 느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1세기 진취적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19, 20세기는 군사동맹이 중요했다. 하지만 21세기는 FTA와 같은 경제동맹이 더 중요한 시대다. 경제동맹은 그야말로 양 측이 1대 1의 관계다. 대등하고, 동반성장이 가능하지 않은가."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주최 경험을 설명하면서 "외국 정상들도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회복했고 경제가 강해진 나라라는 것은 잘 안다"며 "이제는 한국이 우수한 문화유산을 가진 문화국가라는 점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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