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회의’]천안함 46용사 앞 예정없던 묵념… 회의전 손모으며 ‘파이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 한미 외교-국방장관 4人하루종일 동행

미국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같이 갑시다(Let's go together).’ 21일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말 그대로 하루 온종일 같이 다녔다. 기내에서 아침을 맞은 뒤 여장도 채 풀지 못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19일 도착해 3일째 강행군을 하고 있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비가 많이 내리는 데도 이날 이른 아침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2+2회의’ 회담장 테이블에는 한미 양국 당국자 12명이 마주앉았다. 한국 대표단 쪽에는 미국 성조기가, 미국 대표단 쪽에는 태극기가 자리 잡아 긴밀한 한미관계를 상징하는 듯했다. 오후 2시 반경 시작된 회담에 앞서 클린턴, 게이츠 장관과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마치 파이팅이라도 하듯 회담 테이블 앞쪽 단상에서 함께 손을 포개 모으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이에 앞서 클린턴, 게이츠 장관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전쟁기념관 회랑 입구에 있는 유엔군 전사자의 명비를 찾아 헌화했다. 두 장관은 6·25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전쟁기념관 회랑을 둘러보며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쓰인 문구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중 3만7645명이 전사했으며 이 중 3만3642명이 미군이다. 이어 천안함 전사자 명비로 이동한 양국 장관들은 천안함 46용사 명비에 헌화했다. 묵념 순서는 예정에 없었으나 양국 장관들은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18:00] 李대통령 접견 21일 오후 6시 경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접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8:00] 李대통령 접견 21일 오후 6시 경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접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양국 장관들은 전사자 참배에 이어 전쟁기념관 앞 평화의 광장에서 양국 의장대와 군악대를 사열했다. 이날 의장행사에는 국악대와 전통의장대, 육해공군 의장대, 한미연합사 의장대, 미군 의장대, 국군 군악대, 미군 군악대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양국 장관들이 중앙 단상에 서자 양국 군악대는 미국 국가와 애국가를 연주했다. 이날 경호와 의전은 국빈급에 준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장관급 방문 행사의 경우 출입비표를 나눠주지 않고 출입에도 큰 제한이 없으나 이번에는 출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정도로 검문검색을 까다롭게 했다. 이들의 경호는 미국 경호팀이 근접 경호를 맡고 청와대 경호팀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외곽 경호 등을 맡았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의 장관급 인사에게 청와대 경호팀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기무사도 사실상 모든 인원을 총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의 대중 속 행보도 눈에 띄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정 과정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친 정치인답게 클린턴 장관은 서울에서 일반인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클린턴 장관은 전쟁기념관 행사를 마친 뒤 외교부 청사로 가던 도중 환호하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기념사진 촬영에 임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두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동맹은 지난 60년간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안정 유지에 기여하였으며 향후 60년도 그러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클린턴 장관에게 “딸이 31일 결혼한다고 알고 있는데 부모로서 정말 기쁜 일”이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클린턴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오늘 역사적인 회의를 마쳤는데 한국 정부와는 오늘뿐만 아니라 협력해 일하는 게 늘 기쁘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게이츠 장관은 “청와대를 처음 방문한 게 25년 전인데 한미동맹은 지금이 제일 공고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접견 후 두 장관과 만찬을 함께했다.

서울=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