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집단징계 사태 오나” 정-관계 뒤숭숭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부당 수령 공직자 명단 공개하라”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쌀 직불금 불법 수령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고위 공직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부당 수령 공직자 명단 공개하라”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쌀 직불금 불법 수령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고위 공직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 정치인-공무원 전방위 검증 시작

조사범위 가족으로 확대… 상당수 대어 걸려들 수도

각 부처 자체 조사… 일부선 ‘직불금 살생부’ 나돌아

홍준표 “피아구분없이 처리” 여야모두 상처 불가피

쌀 소득보전 직불금 파문이 정계와 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가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에 대해 자진 사퇴 유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직불금 부당 수령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전방위 검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상 초유의 집단 징계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관계에서는 부당 수령자 조사가 공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수 고위직 공무원과 현역 국회의원들이 걸려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에서 중앙부처의 국장급 공무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의 수령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한나라당 김성회 김학용 의원과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본인이나 부모 명의로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원의 경우 감사원 조사에서 이미 3만9971명이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자경(自耕) 가능성이 희박한 서울과 경기 과천시 거주자 520명도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공무원 직불금 수령자의 가족이나 친지들을 조사하다 보면 ‘대어(大魚)급’이 걸려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정밀실사가 이뤄지면 중하위직 공무원 중에서도 적지 않은 부당 수령자가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 부처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누구누구가 직불금을 받았다더라’는 식의 ‘직불금 살생부’마저 돌고 있다”며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 조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미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의 직불금 수령자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사결과를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부당 수령자에 대해서는 직불금을 환수 조치하고 엄격한 징계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처리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불금 부당 수령이 사실상 세금 횡령이라는 점에서 검찰 고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초긴장 상태다.

현재까지 밝혀진 직불금 수령 국회의원들이 모두 지방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로 상당수 의원이 적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고 농민과 국민만 보고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단언한 상태여서 여당은 물론 야당도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 의원들만 직불금 수령자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물 타기를 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까지 들춰낼 경우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4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이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하니 앞으로 계속 나올 텐데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큰 혼란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봉화 차관을 사기미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 영상 취재 : 박경모 기자

[관련기사]김성회-김학용-권선택 ‘직불금’ 받아

[관련기사]“8년 자경 증명삼아 양도세 최고 1억원 감면받는게 주목적”

[관련기사]“직업별로 분류해놓고 명단 모른다니…” 설득력 떨어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