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자경 증명삼아 양도세 최고 1억원 감면받는게 주목적”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 1년에 몇십만원 받으려 직불금 신청?

“직불금이 얼마나 된다고….”

경기 남부에서 3000m² 정도의 논을 현지 주민에게 대리 경작시키고 있는 A 씨는 2006년 30만여 원, 2007년 40만여 원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받았다.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A 씨가 현지에 내려가는 일은 한 달에 두세 차례. A 씨는 “내가 받은 직불금은 대리 경작자에게 다 줬다”면서 “1년에 고작 30만∼40만 원 때문에 직불금을 신청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직불금을 받은 사람 중 비(非)농업인은 공무원과 회사원 전문직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과 직업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모두 28만여 명.

이 중 감사원이 임대업자로 분류한 52명의 연평균 소득은 1억1700만여 원이나 되며 전문직으로 분류된 2100여 명의 연평균 소득도 7500만 원을 넘는다.

이 때문에 이들이 연간 수십만 원에 불과한 직불금을 신청한 데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의 자경(自耕)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규정에 따르면 설사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거나 소유해도 직불금 지급 대상이 되는 농지를 8년간 스스로 경작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억 원까지 면제받는다.

가령 논을 1억 원에 사서 8년간 자경하고, 10년 뒤 6억 원에 판다면 일단 양도 차익은 5억 원이고 여기에 장기공제 혜택(최대 30%)을 적용받으면 과세표준은 3억5000만 원이 된다.

양도세는 9∼36%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양도 차익이 8800만 원을 넘으면 무조건 36%가 적용된다.

따라서 3억5000만 원의 36%인 1억296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8년간의 자경 인정으로 1억 원이 감면되기 때문에 결국 세금을 2960만 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또 자경이 아니면 애초부터 농지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에 ‘위장 농민’이 직불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경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게 되는 측면도 있다.

취득 후 자경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농지은행에 땅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에 따른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성회 의원 “농협에서 지원하는 돈인 줄 알고 받았다”

김학용 의원 “실경작자인 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신청”

권선택 의원 “아버지가 신청해 수령… 나는 전혀 몰라”

DJ 비서관 “증여받은 논 어머니가 경작… 문제 안될 것”

■ 당사자들 반응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진 당사자들은 15일 일제히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족이 농사를 짓고 있다”며 부당·불법 수령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김성회(경기 화성갑) 의원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경기 화성의 땅을 부친이 돌아가신 후 증여받았는데 지금 어머니가 농사를 짓고 있다”며 “몇 년 전 어머니가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 아내가 알려줘 직불금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농협에서 지원하는 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은 “2000년 고향인 경기 안성에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했으며 부친이 농사를 지었다. 2004년 분가 후에도 부친이 계속 농사를 지었는데 2006년 직불금을 농지 소유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부친의 권고에 따라 직불금을 신청했다”면서 “부친이 아닌 내 명의로 직불금을 신청한 것은 잘못된 것이며 전액 반환하겠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대전 중) 의원은 “대전에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내 명의의 땅이 있지만 실제로 아버지가 본인 명의의 땅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며 “경작자인 아버지가 아버지 이름으로 내 명의의 논에 대해 직불금을 신청해 받았지만 지금까지 (직불금 수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비서관 중 1명이 여기에 포함된 것에 대해 동교동의 한 관계자는 “해당 비서관은 고향인 충남 예산에 증여를 받은 논이 있는데 어머니가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 23만 원의 직불금을 본인 이름으로 받아 어머니께 드린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 조사에서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 모 부처 간부들은 “직불금을 수령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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