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는 한나라당 이재순(경북 구미을) 후보의 남편으로, 사업도 남에게 맡긴 채 하루 종일 명함을 돌리며 지역을 누비고 있다. 장 씨는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사람들과 만나는 게 쉽지 않지만 인생의 반쪽이 힘을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장 씨는 선거 스트레스에 끊었던 담배도 열흘 전 다시 물었고 위장병도 재발했지만 부인에게 말도 못하고 있다.
선거법상 가족 중 1명만 후보 없이 명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 후보들의 남편들도 거의 생업을 접고 ‘바지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이들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부인을 홍보하는 일이 낯설지만 남 눈치 볼 때가 아니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서울 성북갑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손봉숙(서울 성북갑) 후보의 남편인 서울대 정치학과 안청시 교수도 마침 안식년 휴가인 덕분에 ‘외조’에 열심이다. 안 교수는 손 후보보다 더 일찍 출근해 운동원을 독려하고 하루에 3만 보 이상을 걸어다닌다. 안 교수는 “제자뻘 되는 젊은이들에게 명함을 건네다가 거절당할 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며 “칠판에 분필로 적는 선거와 길바닥에서 체감하는 선거의 차이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 돌아가 의회 권력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에 대해 참여관찰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구에 처음 도전하는 한나라당 고경화(서울 구로을) 후보의 남편 유경희 씨는 고려대 서창캠퍼스에 강의 나가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선거운동에 힘쓰고 있다. 특히 낮에 시장을 돌아다니며 아줌마, 할머니의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동네 한 바퀴를 모두 돌았다. 그는 “하루에 1000장의 명함을 돌리며 몸무게도 5kg 빠졌지만 인생 공부 많이 하고 있다”고 웃었다. 집안일도 그의 몫이다.
민주노동당 최형숙(서울 강동을) 후보의 남편 우인식 씨는 선거운동 기간 자영업을 접고 부인의 유세차량 운전사로 변신했다. 최 후보의 가족도 모두 선거운동에 나섰다. 시어머니는 상가, 시아버지는 성당 교인을 담당한다. 친정어머니는 춘천에서 올라와 강동구를 누비고 있다. 초등학생 딸은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유세현장에서 율동으로 흥을 돋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