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법 강행]他직군 형평 맞추려면 年3600억 들어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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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政 ‘굳은 표정’26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관련 당정 정책조정협의회가 끝난 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오른쪽)과 허준영 경찰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黨政 ‘굳은 표정’
26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관련 당정 정책조정협의회가 끝난 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오른쪽)과 허준영 경찰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원혜영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논란이 일고 있는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법의 문제점을 고치는 것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내년 2월 재개정안을 제출해 보완입법을 하기로 했지만 개정법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선거용 선심 입법’이라고 지적하며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했던 청와대 역시 ‘선심 행정’에 동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그대로”=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내년 3월 시행되면 경사에서 경위로 자동 승진하는 인원은 앞으로 4년 동안 1만7997명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추가 소요 예산은 457억여 원에 이른다.

또 순경에서 경장, 경장에서 경사로 자동 승진하는 연한이 기존보다 1년 단축됨에 따라 내년에 114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여기에다 경위 자동 승진 대상자까지 합칠 경우 내년에만 법 개정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이 256억 원이 된다.

청와대는 법 개정으로 인해 앞으로 5년간 경찰에 추가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모두 300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위 자동 승진으로 인한 경찰 계급구조의 기형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경위는 직업 경찰관 9만4000여 명 중 1만여 명으로, 4년 후면 경위 계급만 3만8000여 명이 돼 전체 경찰관의 40%를 넘어선다. 일부 지구대에선 하위직 경찰관보다 간부인 경위가 더 많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경찰대 출신 경위와 자동으로 근속승진한 경위가 한 지구대에서 근무할 경우 지휘체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경위’까지 자동 근속승진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상 확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초 열린우리당 강창일(姜昌一) 의원이 제출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경감’까지 자동 근속승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경찰 간부는 “몇 년 뒤 경위 계급이 기형적으로 많아지면 경감급 자동승진제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위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법 경찰관’이기 때문에 자동 승진으로 무자격자가 승진할 경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가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 시행령 등을 통해 비간부인 경사에서 간부인 경위로 승진할 때는 여러 가지 자격 조건을 둬 자질 시비 등을 예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현재 경위 자동 승진 대상자들을 조사계와 지구대 등에 파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위는 지구대장(경감)보다 한 계급이 낮아 더는 간부가 아닌 실무자 개념”이라면서 “인사 배치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 간부화’는 최근 경쟁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공직 사회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던 9월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도 이 같은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보완입법 전망=당정이 26일 밝힌 보완입법 방향은 일단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 법에 규정된 경장, 경사, 경위의 근속승진 연한(6, 7, 8년)만 빼내 시행령에 담는 것이다.

결국 개정법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찰과 비슷한 인사 체계를 갖고 있는 소방직 교정직 등 다른 유사 직군 공무원들도 즉각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라는 점.

경찰에 대해 자동 승진 근속 연한을 단축시켜 준 만큼 다른 공무원들이 승진 연한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찰의 경위는 일반 행정직의 주사, 소방공무원의 소방경 소방위와 함께 6급 상당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다른 공무원의 자동 승진 대상은 7급까지만 가능하다. 공무원 노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근속승진 대상을 6급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 때문에 내년 2월 보완입법 과정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경찰 자동 승진 대상을 원상 복구하기보다는 다른 공무원에 대해서도 ‘당근’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거부권’ 행사를 검토했던 청와대 추산대로라면 이 경우 정부가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예산은 5년간 약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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