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지역 4곳 열전 이모저모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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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지역의 10·26 국회의원 재선거는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지역별로는 승부의 양상이 달랐다. 경기 광주에선 한나라당 정진섭(鄭鎭燮) 당선자와 무소속 홍사덕(洪思德) 후보 간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대구 동을에선 열린우리당 이강철(李康哲) 후보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경기 광주=한나라당의 공천 결정에 불복,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 후보는 개표 초중반 한나라당 정 당선자를 앞서기도 하는 등 선전했지만 끝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5선 의원에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라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거부 벽을 넘지 못한 것. 하지만 홍 후보가 이곳에 특별한 연고도 없고, 단신으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그의 득표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홍 후보가 이날 선거 패배 직후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선언한 것도 재선거 결과 재기의 발판은 마련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도 이날 승리를 즐길 수만은 없는 처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이 전반적으로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양강 구도지만 유독 이 지역에선 이종상(李宗相) 후보가 3위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에도 부담이다.

▽대구 동을=한나라당이 절대 강세 지역인 대구 동을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보다 노 대통령의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출신인 이강철 후보의 선전 배경이 관심사다.

대구에서 4전 5기에 도전한 그는 지역개발론을 내세워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劉承旼) 당선자를 선거기간 내내 위협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구에서 △13대 5.6% △14대 19.1% △15대 13.5% △17대 35.1%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44%를 기록했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향후 열린우리당의 대구지역 진출 가능성에 한 줄기 희망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권이 재선거 확정 이전부터 정부 고위층이 대구를 방문해 지역 개발을 공약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이 지역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패배는 결국 여권의 지역적 한계를 보여 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경기 부천 원미갑=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뒤 명예회복을 노렸던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후보의 꿈은 실패로 돌아갔다.

8·15 대사면으로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난 이 전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 재기에 나섰으나 한나라당 임해규(林亥圭) 후보에게 6500여 표의 큰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이 전 의원이 이번에 원내 재진입에 실패했지만 여권 차원에서 다른 배려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호남과 충청 출신 유권자가 많은 서민지역으로 분류되는 이곳은 전통적으로 여당(김대중·金大中 정부 이전에는 야당)이 절대 강세를 보여 왔던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의 큰 표 차 패배가 여권에 주는 충격파가 내부적으로는 상당하다.

▽울산 북구=민주노동당은 조승수(趙承洙)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이 지역에서 ‘실지(失地) 회복’의 기대가 무너진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혜경(金惠敬) 대표 등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정갑득(鄭甲得) 후보가 한때 한나라당 윤두환(尹斗煥) 후보를 24표 차까지 추격했으나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자 말을 잇지 못했다.

더구나 김 대표와 주요 당직자들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울산에 진을 치다시피 하며 총력전을 벌였기에 더욱 실망감이 컸다. 일부 당직자는 “어떻게 얻은 10석인데 이렇게 내주고 마느냐”며 눈물까지 흘렸다.

현대자동차가 위치해 노조 강세지역인 울산 북에서의 패배는 지난해 4·15총선에서 10석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상했던 ‘진보정치’의 씨앗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에 더욱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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