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윤조]6자합의는 평화로 가는 새 출발점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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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 것이 1488년. 그로부터 10년 후인 1498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가 희망봉을 지나 인도에 도착함으로써 유럽∼인도 항로가 개척됐다. ‘지리적 대발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일 발표된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가히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북한은 지난 10여 년간 한반도 평화와 지역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되어 온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북-미, 북-일 간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개시에도 합의함으로써 북핵 문제의 해결이 곧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 과정과 이어짐을 천명하였다. 6자간 합의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될 가능성은 작다.

“이번 합의가 구체적인 사항을 결여했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이룰 수는 없다. “다 이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존 갤브레이스는 외교를 “재앙적인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가운데 선택하는 예술”이라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쿠바위기 해결을 조언하였다. 이번 6자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어느 것이 재앙적이고, 어느 것이 흡족하지는 않지만 선택할 길이었는지는 자명해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합의는 과거 다가마가 인도로 향하면서 희망봉을 지난 것에 비견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이 인도로 가는 바다라고 해서 인도양이라 불렀던 대해를 항해하는 일이 남은 것이다. 그 항로는 바람이 거세고 파고도 높으리라. 그러나 우리가 향하는 곳은 분명하다. 게다가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우리는 조타석에 서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소용돌이의 바다’라 불리던 아프리카 남단을 포르투갈인들이 ‘희망봉’으로 바꿔 불렀던 것처럼 필자는 이번 6자회담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담은 ‘희망의 합의’라고 부르고 싶다.

심윤조 주포르투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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