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투자파트너 홀대하는 北의 無禮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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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2박 3일 동안 금강산을 다녀왔다. 금강산면회소 착공식을 비롯해 가족호텔인 금강패밀리비치호텔과 휴게소인 제2온정각, 냉면집 평양옥류관의 금강산분점 개관식 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에서 버스를 타고 북한 쪽 입북(入北) 심사소에 도착하기까지는 7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98년 겨울 처음 금강산을 찾았을 때 입북 심사소였던 장전항 부두 자리엔 횟집이 들어서 있었다. 숙박시설이라곤 없던 그때와 달리 선상호텔인 해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에 이어 현대식 패밀리비치호텔도 문을 열었다.

7년 전에는 배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금강산 입구까지 가서 줄을 서서 금강산을 오르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곳도 밟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텔에서 온천장까지 가기도 하고, ‘김정숙 휴양소’ 앞에서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이처럼 활성화된 것은 현대그룹의 공이 크다. 현대는 까다로운 북한 측과의 협상에서 인내를 발휘해야 했고 ‘퍼주기 논란’까지 일 정도로 과감하게 북한에 투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대북(對北) 투자를 총괄하는 현정은(玄貞恩) 회장을 대하는 북한 측의 태도는 상식 밖이었다.

북한은 현 회장에 대해 일반 관광객보다 더 까다롭게 소지품 검사를 했다. 핸드백까지 샅샅이 뒤지고 짐까지 풀어 헤쳐 놓았다. 또 금강산면회소 착공식에선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현 회장 자리를 구석에 밀어 놓았다.

현 회장이 이날 행사의 중요 손님이라는 사실을 북한 측이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번의 ‘무례(無禮)’는 다분히 의식적인 것이었다. 현 회장이 ‘북한과의 거래’를 오래 한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을 대북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비리와 관련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에 방북한 한 남측 인사는 “경영진과 동고동락하는 노조도 회사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김 부회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자기 땅에 투자하는 남측의 핵심 파트너를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최영해 경제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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