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한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전날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매몰된 가운데 안정화 작업을 이유로 실종자 수색이 한동안 중단되자 가족들은 초조함을 내비쳤다. 매몰자 4명 중 2명은 구조됐지만 숨졌고,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건 현장을 덮은 콘크리트가 굳으면 이들의 생존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여기에 더해 영하의 기온에 콘크리트가 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구조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춥고 건조한 날씨에 콘크리트 빨리 굳어
광주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구조작업을 멈추고 철골 구조물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안정화 작업은 크레인을 이용해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대형 구조물을 고정하고, 구조를 방해하는 잔해를 제거하는 절차다. 안균재 광주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행안부·고용노동부·소방청과 함께 상황 판단회의를 진행했고, 추가 붕괴 위험이 커 무리한 구조 활동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콘크리트를 붓는 타설 작업 중 2층 높이의 구조물이 지하 2층까지 추락하면서 4명이 매몰됐고 고모 씨(69)와 서모 씨(71)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구조가 더디면 흘러내린 콘크리트가 굳어버릴 수 있다. 홍건호 한국콘크리트학회 회장(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은 “타설 후 1~2일 사이부터 본격적으로 강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본래 콘크리트는 기온이 낮으면 굳는 속도가 느린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면서 단단해질 수도 있다. 더구나 실종된 작업자들은 모두 고령으로, 추위와 부상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골든타임이 짧아질 수도 있다. 소방당국은 콘크리트가 굳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물을 뿌리고, 손이나 호미·작은 삽을 이용해 표면을 조금씩 파헤치며 구조를 이어갔다. 소방 관계자는 “아직은 손으로 만지면 부서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실종자 서 씨의 부인은 “살아만 나왔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고 씨의 동생들도 “이제 한가해지면 고향 내려가 농사도 짓자고 했는데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 구조물 동시에 내려앉아…시공 실수 가능성
경찰은 붕괴 영상을 분석한 결과 H빔과 데크플레이트 등 상부 구조물이 동시에 아래로 내려앉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부실 시공 등 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물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에 콘크리트 하중을 지탱하지 못한 부실 시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내력벽과 기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타설 작업이 이뤄져 붕괴 속도가 빨라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콘크리트를 한쪽에만 많이 부어 무게가 쏠렸거나, 철골과 데크플레이트가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는 등 기본적인 시공 실수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구조 작업이 끝나는 대로 국과수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붕괴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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