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입당원서 공천노린 박수부대?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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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에 당원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들고 있다?”

내년 5월 31일에 치러질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당원 가입 독려에 나서면서 요즘 각 정당은 ‘몰려드는’ 당원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정당별로 차이는 있지만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을 ‘일정 기간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에게만 주는 방향으로 당원 및 후보 공천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출마 희망자가 당비를 대신 내주고 가입시키는 ‘종이 당원’이 상당수여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마나 늘었나▼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이 7만7000여 명이었다. 올해 2월 초에는 전당대회와 4·30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24만 명에 육박했다가 4·30 재·보선 패배 직후인 5월 초에 15만 명으로 줄었다.

그게 지금은 무려 60만여 명으로 다시 폭증했다. 규정상 8월 31일까지 당원으로 가입한 뒤 6개월 이상 당비(월 2000원 이상)를 내야만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다, 기초의회 의원도 정당공천제를 실시하도록 선거법이 바뀐 게 주원인이다.

김영술(金泳述) 사무부총장은 “8월 하순 들어서만 당비 납부를 약속한 예비 기간당원이 20만 명 가까이 몰렸다”고 밝혔다.

특히 열린우리당 우세 지역인 전북은 기간당원이 13만여 명으로 늘었다. 전북 익산의 경우 유권자 수가 20만 명인데, 기간 당원이 그 10%인 2만 명에 이르고 있다.

2000원의 당비를 일정 기간 내는 당원을 한나라당은 ‘책임당원’으로 부른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후보 경선 투표권을 책임당원에게만 줄 것인지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책임당원이 급증해 8월 말 현재 24만여 명을 기록했다. 출마 희망자들이 책임당원에 의한 경선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최근 비(非)열린우리당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는 광주 전남지역의 당원들이 급증하면서 당비 납부 당원(월 1000원 이상)이 지난해 말 3만4000여 명에서 최근 7만3000여 명으로 2배가 늘었다고 밝혔다. 100% 진성당원제(월 1만 원 이상 당비 납부 당원)를 실시하고 있는 민주노동당도 지난해 말 4만5000여 명에서 8월 말에 6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입당인지…동원인지…▼

일정 규모의 당원을 확보하면 당내 후보 경선 승리를 내다볼 수 있는 기초의원 지망생들의 당원 대리모집이 특히 극성이라고 한다.

경기도 A시 의원으로 출마를 희망하는 K 씨는 “대부분의 출마 희망자가 친지나 친구에게 당원 확보를 부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창이나 친척 중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회사 직원이나 친척 중에서 10∼20명 정도만 입당시켜 주고, 각 1년치 당비를 대신 내달라’라고 부탁한다. 10명의 당비 1년치 대납 비용이 24만 원인데, 그 정도는 후원해 줄 수 있다는 친구가 꽤 된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당비를 대신 내줄 후원자를 20여 명 정도만 확보하면 경선 때 자기를 확실하게 밀어줄 당원 300∼400명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 정도 규모면 기초의원 후보 경선 당선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K 씨의 설명이다.

경기 고양시장 출마를 꿈꾸고 있는 B 씨는 친구와 친구 부인을 통해 38명의 당비를 대신 내주고 당원으로 가입시켰다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다. B 씨의 경우 현금으로 당비를 내면 ‘대납’ 의심을 받을 것 같아 새로운 수법을 동원했다. 친구에게 10개월분 당비 2만 원과 당원 가입 대가 1만 원을 합쳐 1인당 3만 원씩을 미리 나눠 준 뒤 자발적으로 당비를 낸 것처럼 꾸미기 위해 매월 각자의 집전화 또는 휴대전화로 납부할 수 있도록 자동이체 출금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한 것이다.

▼중앙당 대책부심▼

당장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중앙당은 각 시도당에 당비 대납 사례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해 놓았다.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은 당비 대납 사실이 밝혀지면 사안의 경중을 따져 선관위 등에 고발할 방침을 세워 놓고 있고, 제주도당도 최근에 신규 가입한 당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발적으로 가입했는지를 확인한다는 것.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기간당원제 자체에 대한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매수’라고 할 수 있는 종이 당원 모집에는 아무래도 토호 등 ‘지역 유착형’ 인사가 유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일정 지역을 중앙당에서 전략 공천하거나 주민 여론을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상향식 민주주의의 틀을 깰 수 없다는 당내 개혁파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책임당원제 실시를 놓고 찬반 의견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책임당원제를 실시하면 특정 대권 주자를 지지하는 열성 지지자들이 당비를 내고 당원으로 대거 가입해 당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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