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싫다는데…盧대통령 ‘聯政 짝사랑’ 왜?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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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간담회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중앙언론사 정치부장 2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대연정 구상에 관해 다시 언급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야당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정치협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간담회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오전 중앙언론사 정치부장 2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대연정 구상에 관해 다시 언급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야당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정치협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연정(大聯政)’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점심식사를 겸해 2시간 반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1시간가량 대연정 제안 배경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은 ‘또 연정 타령이냐’는 식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연정 포기하지 않겠다=노 대통령은 “야당에 정치협상을 정식으로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내각제 수준의 권력 이양과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을 묶어서 제안했던 기존의 방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복안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 것.

하지만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즉각 “대연정은 헌법체계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이끄는 정권에서 정부 운영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받지 않겠다는데 왜 자꾸 치근덕거리느냐”고 일축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아무리 힘없고 고단한 야당이지만 펑크 난 자동차에 ‘카풀’을 할 수는 없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연정 파트너로 한나라당을 꼽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민노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대연정뿐만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 자체에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왜 자꾸 연정을 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영남 주류와 비주류가 결합하는 지역 정권은 다른 지역의 소외와 반발만 불러올 것”이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시스템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필생의 정치적 소망이다. 설사 성공하지 못해서 대통령 체면이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제기해야 한다”며 당분간 연정 제안을 접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물밑 대화 방식으로는 추진 안 한다=‘야당과의 물밑 접촉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노 대통령은 “물밑 대화 말 한마디 하면 그날로 나만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돼 버리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철저하게 공개적인 방식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뜻이다.

또 노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연정 제안에 시큰둥한 데 대해선 “국민이 찬성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싸움하는 것이 전문인데, 되지도 않을 소리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야유를 보내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위기의식의 괴리?=노 대통령은 ‘위기감’을 화두로 꺼내면서 대연정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보기에 진짜 심각한 문제이고, 이대로 두면 장차 위기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문제들에 대해 내가 문제 제기를 하면 언론과 국민은 냉담한 것 같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갈등 요소들만 부각돼 내가 싸움을 건 것 비슷하게 비쳐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운영 자체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역 구도 때문에 이 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 문제를 예로 들면서 국가의 중요 정책 현안이 대결적 정치구조 때문에 풀리지 않고 있고, 결국은 사회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자신의 문제 제기는 생뚱맞은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 본 주장이라는 것.

그러나 강원택(康元澤) 숭실대 교수는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큰 의제(어젠다)를 툭 던져 놓고 상대방의 공감을 바라는 것은 문제”라며 “국민이나 정치권과의 소통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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