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前미림팀장 공운영씨 처리 놓고 딜레마

  • 입력 2005년 8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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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감청(도청) 행위는 국가안전기획부나 국가정보원 직원의 ‘직무’에 해당할까.

1999년 도청 자료를 유출한 전 안기부 비밀도청 조직 미림팀 팀장이었던 공운영 씨의 처리를 놓고 검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검찰은 4일 공 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형법상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법률 검토 과정에서 개정 통비법이 시행된 2002년 3월 이전에는 이 법의 공소시효가 5년이었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따라서 공 씨의 경우 공소시효 완성으로 통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

고민하던 검찰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에 대한 비밀 엄수 조항을 담고 있는 국정원직원법은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안심하게 됐다. 공소시효가 아직 1년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국정원직원법(제17조 1항)에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도청이 안기부(국정원) 직원의 직무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도청이 ‘직무’에 해당해야 도청 자료가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공 씨의 변호인 등은 “도청이 국정원 직원의 ‘직무’가 아닌 만큼 공 씨가 유출한 도청 자료 내용도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로서는 공 씨의 도청 업무를 ‘직무’로 볼 경우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을 공식 업무로 인정하게 되고, 직무와 무관하다고 할 경우 공 씨를 이 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

특히 ‘직무와 무관한 비밀’로 판단할 경우 도청에 관여한 다른 안기부, 국정원 전현직 직원에 대한 사법 처리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있으며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선 좀 더 검토를 해야 한다”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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