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압수수색 고민…千법무 “필요땐 강제처분”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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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가정보원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수사의 주된 대상이 국정원인데, 이에 대한 수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백’만 있고 ‘사실’은 없다=검찰이 무엇보다 곤혹스럽게 여기는 것은 범죄혐의로 이어질 만한 ‘사실’이 없다는 점. “도청을 해서 사죄한다”는 국정원의 ‘고백’만 있고 ‘누가 언제 어떻게’ 도청을 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이 없다.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겨 유죄판결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범죄행위와 행위자를 특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없다는 것.

수사팀의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넘어온 자료의 내용은 언론에 발표된 발표문 정도의 수준”이라며 “이걸 가지고 어떻게 수사를 할지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물증도 없고 인적(人的) 증거도 기대하기 어려워=국정원은 도청 관련 장비를 이미 다 폐기했다고 밝혔다. 수사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의 ‘물증’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관련자들의 진술(인적 증거)에 기대기도 어렵다. 우선 국정원직원법상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는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8일 소환한 국정원 직원들은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의 허가를 얻었다.

하지만 김 원장으로서도 국정원 내부의 동요와 불만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특유의 ‘보안의식’과 ‘자존심’으로 무장한 정보기관 요원들이 검찰 수사와 신문에 선선히 응할지도 미지수다.

▽압수수색도 실효성 의문=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날 “필요하면 강제처분을 해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처분’이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수사의지를 보여 주는 ‘전시효과’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국정원이 2002년 3월 감청 장비 등을 모두 폐기했다고 밝힌 데다 압수수색 대상이나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것도 쉽지 않다.

설령 영장을 발부받더라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수사팀의 생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본부의 수많은 사무실과 전국 각 지부에 대해 모두 압수수색을 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원의 협조가 없으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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