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 “鄭장관, 전력과 전력량 차이도 모르고 발표”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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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사장을 지낸 장영식(張榮植·72·사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중대한 기술적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1999년에 산업자원부가 한전의 대북 송전계획을 반대한 이유는….

“사업 집행기관인 일개 공기업 사장이 주도적으로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한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게 산자부로선 비위가 상했을 것이다. 지금은 작고한 당시 박태영(朴泰榮) 장관이 돈이 많이 든다는 등 부정적 얘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대북 송전 자체에는 찬성하는 것인가.

“우리 정부가 남북 화해 등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찬성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북한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카드라는 인상이다.”

―가장 우려되는 기술적 문제는….

“예를 들어 2003년 8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발생한 최악의 정전사태가 남북한에도 일어날 수 있다. 당시 정전은 미국 나이아가라폭포 인근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서 같은 송전망을 쓰던 미국과 캐나다의 발전소들이 연쇄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생긴 것이다. 남북이 전력망을 공유하면 북한에서의 정전으로 남한 송전선에 과부하가 걸려 남한의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전 사태를 막을 방법은 없나.

“남북한 접경지역에 자동 전기 차단장치를 설치해 북한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남측 전력이 과도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막으면 된다. 남과 북의 전력 계통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기술적 문제는….

“남한의 발전소 전압은 345만 V이고 북한은 22만 V다. 이런 전압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압기를 설치해서 남북의 전기를 섞으면 전기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가 충분한 기술적 검토를 하지 않고 북한과 협상했는데….

“매우 위험하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때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 학장이 기술진을 대동하지 않고 협상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도 있는 경수로 건설을 약속했다. 현 정부가 기술적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다.”

―1999년과 현재 추진하는 송전사업의 차이점은….

“송전 구간이 지금(경기 양주시∼평양)과 다르다. 1999년엔 경기 의정부시∼평양이었다. 또 과거엔 1948년 5월 이전 북한이 남한에 전력을 공급하던 송전선로를 복원하기로 했었다. 이럴 경우 송전선로 신설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전 전력경제연구소의 판단이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대북 송전 발표를 어떻게 보나.

“kW(전력)와 kWh(전력량)는 다른 개념인데도 ‘연간 200만 kW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기술적인 내용을 전혀 모를 텐데 어떻게 제안했는지 의아하다.”

―송전 비용은 얼마나 드나.

“북한 측 전기사고가 남한에까지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접경지역에 자동차단기를 설치하는 비용만 4000억∼5000억 원이 필요하다. 송전선로비와 변전소 설치비를 합치면 1조 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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