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비용 公論化 필요하다

  • 입력 2005년 4월 13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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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독일에서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감당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기민당 당수가 “한국은 과연 통일될 경우에 통일비용이나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생각과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통일 이전이라도’라는 노 대통령의 말 속에는 ‘통일 이후에는 국민이 당연히 통일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들린다. 대다수 국민이 통일을 당위로서 원한다고 우리도 믿는다. 그러나 통일비용을 흔쾌히 부담할지, 부담능력이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통일비용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투자, 체제통합 및 위기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이다. 그 예상규모는 통일 시기와 방법, 통일 시점의 남북한 경제력 등 많은 변수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국내 연구기관의 추산은 160조 원에서 1440조 원까지 나와 있다. 2010년 통일을 가정하면 620조 원쯤 될 것이라는 추정이 최근에 나온 바도 있다. 2000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2005년 통일을 전제로 최소 855조 원, 최대 3940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경우든 비용은 엄청나다. 그런데 1997년 LG경제연구원의 ‘통일비용 지불의사 조사’에 따르면 내겠다는 국민은 50% 선에 머물렀다. 부담할 수 있다는 금액은 평균 월 1만9100∼2만3900원에 불과했다.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세금증액에 대다수 국민이 가볍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노 대통령의 독일 발언에 나타난 인식과는 달리 북한개혁 지원 및 통일비용의 고통 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통일비용 문제의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정부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통일방안 연구, 통일의 당위성과 기대이익에 대한 홍보 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통일 후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미처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메르켈 당수의 자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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