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외교戰 갈수록 격화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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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마네(島根) 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 통과로 한일의 외교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17일 한국 정부의 강경한 대일 성명에 ‘미래지향적 관계로 가자’고 대응했으나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18일 다시 이를 반박했다.

특히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이 1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해 파문이 예상된다.

정 장관은 이날 통일부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본의 배상 문제를 언급한 3·1절 기념사를 고이즈미 총리가 ‘국내용’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거론하며 “사실관계도 틀렸고,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또 고이즈미 총리가 17일 한국의 대일 성명과 관련해 “미래지향적으로 우호를 촉진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미래로 가야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주장이었다. 과거사를 끌어낸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은폐, 왜곡, 정당화하려고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장관이 일본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가진 당정협의에서 “일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일제강점기의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방안을 독도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일 압박책의 일환으로 검토키로 했다.

한일의원연맹회장인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77명도 이날 ‘다케시마의 날’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독도 수호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대책 특위’는 21일 회의를 열어 독도를 ‘중간수역’ 내에 두도록 한 현행 한일어업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17일 밤 9개항의 담화를 발표해 한국 정부의 대일 성명에 대한 공식 견해를 밝혔다.

마치무라 외상은 담화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뒤 “이 문제(독도)를 둘러싸고 양국 간의 감정적 대립을 초래하는 것은 두 나라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국교정상화 시점에 이미 해결된 것”이라며 “역사의 톱니바퀴를 되돌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기숙(趙己淑)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그동안 ‘조용한 외교’라는 기조 아래 독도나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를 민간에 맡겨 왔다”며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구와 기능을 정부가 일괄적으로 조정 지원하는 (민관 합동의) 독립기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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