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정국’ 외교-통일부 시각차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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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으로 정부의 고민이 깊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6자회담 조기 복귀’를 소리 높여 외쳐도 북한과 미국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 때문에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가능하겠느냐”는 자조도 나온다. 외교통상부가 느끼는 북한의 문제점과 통일부가 기대하는 미국의 역할을 살펴본다.》

▼외교부 “생떼쓰는 北 판단 잘못”▼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협상에 참가하는 국가가 협상 결과를 예단해서 협상에 불참하는 것은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미국의 믿을 만한 성의’ 등을 내세우는 데 대한 일침이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조차도 ‘6자회담장 밖의 북한’을 두둔하지 않는 것을 북한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외교부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는 정도는 중국 러시아와 한미일 3국 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에는 5개국의 노선이 일치한다. 북한이 종종 이를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북한이 ‘북핵 게임’을 잘못 풀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하중(金夏中) 주중 대사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이 말하는 ‘북한의 지나친 기대’로 △계속 우기면 북-미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계속 요청하면 미국이 태도를 바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보는 것을 들었다. 중국에서도 ‘북한의 상황 인식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李秀赫) 주독일 대사 내정자는 최근 “북한은 6자회담 틀에 동의해 놓고 미국만 상대하려 한다. 그것은 미국의 영향력과 역할만 키우는 것이다. 왜 나머지 4개국(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대미 영향력은 활용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북한이 한국의 북핵 해법에 원칙적으로 찬성해 주면 한국의 대미 설득력이 훨씬 더 강화될 수 있다며 북한의 태도에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통일부 “공포에 떠는 北 달래야”▼

통일부는 북한이 6자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명분과 여건을 미국이 만들어 준다면 북핵 문제를 지금보다 용이하게 풀어나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23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북한의 메시지는 ‘핵을 포기하고 양도할 용의가 있으니 삶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한은 미국이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북을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속의 적개심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북-미 간에 상호 신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진단이다.

정 장관은 19일 미국과 일본의 외무,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2회담’에서 북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마당에 안보리 제재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에 대해 ‘실질적으로 변화된 태도’를 보여줄 것을 미국 측에 완곡히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의 10일 핵무기 보유 선언은 마이클 그린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북한의 6불화 우라늄 수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며 한국 중국 일본 3국을 방문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이 강수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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