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유가 들썩-北核위협…3大 악재, 한국경제 발목잡나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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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 북한 핵 문제 등 3대 악재(惡材)가 모처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한국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주요 연구기관 및 학계 참석자들은 “최근 백화점 매출이 늘고 증시가 살아나는 등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환율 하락 등이 경기회복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이날 환율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외부 여건이 더 나빠지는 상황에까지 대비하기로 했다.

▽환율 급락으로 성장률 하락 우려=대체로 환율이 크게 움직이면 3∼9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여서 올해 1, 2월 수출은 괜찮은 상황이지만 3월 이후 수출 둔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것.

금융연구원 신용상(申龍相) 연구원은 “최근 내수 회복을 이끄는 것이 증시 활황이었는데 요즘처럼 환율이 떨어지고 유가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져 내수경기 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다른 요인이 그대로라고 가정할 때 원화가 1% 절상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05%포인트 낮아진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1003.8원으로 작년 말(1035.1원)에 비해 3.1%포인트 정도 절상됐다. 이러한 원화 절상 폭이 1년간 지속된다면 경제성장률은 0.15%포인트 정도 떨어지게 된다.

반면 외부적 요인의 영향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J투자증권 박상현(朴相炫) 수석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겠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과 북한 핵 문제도 부담=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도 경기회복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현물가격은 작년 말 배럴당 34.58달러에서 올해 1월 말 38.31달러로 올랐다. 2월 들어서는 11일 39달러에서 22일 41.2달러로 치솟았다. 2개월 만에 20%가량 급등한 것.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4.0%로 제시할 당시 전제로 삼은 원유의 연평균 도입단가(운임보험료 포함 가격)를 배럴당 34달러로 책정했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원화가치 상승은 수입물가를 낮춰 원유 등 원자재 상승 폭을 메워줄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더 커 장기적으로 기업의 비용 상승,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은 외국인의 한국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이 다시 6자회담에 참가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북핵 문제는 여전히 경기 회복세의 덜미를 잡을 수 있는 복병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기업들도 비상상태 돌입=기업들은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물품대금으로 달러화를 받으면 꼭 필요한 금액만 남기고 곧바로 매각하기로 했다. 대금 지급도 가급적 달러화로 하기로 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순이익이 2조 원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경영계획 수립 때 1050원으로 잡았던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동향을 봐 가며 조정하기로 했다.

LG전자는 2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비상경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올해 평균 환율을 970∼980원 수준으로 보고 각 사업부 및 전 세계 70여 개 해외법인에 원가 절감 및 투자순위 조정 등을 주문할 예정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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