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경파 진출 예상밖 주춤… 지역별 당원협의회장 선거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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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주말인 22, 23일 전국 234곳의 지역별 당원협의회장 가운데 131곳(56%)의 회장 선출을 마무리했다.

당원협의회장은 실질적인 지역조직 관리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성향은 3월 말 당 중앙위원 선거와 4월 초 전당대회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당원협의회장 선출이 절반을 갓 넘은 상황임에도 당내 각 계파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23일 열린우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개혁당 출신 등 강경 개혁파의 진출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것.

18일 서울 관악구 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선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인맥으로 알려진 정홍식(鄭洪植) 서울시 의원이 노사모 초대회장인 김영부(金永扶) 후보를 200여 표 차로 물리쳤다. 22일 서울 광진구 선거에서도 김영춘(金榮春·서울 광진갑) 의원과 함께 활동해온 박상국(朴相國) 전 지구당 운영위원장이 부일환(夫一煥)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지방의 한 선거에선 개혁당 출신 후보가 전체 투표수 610여 표 중 50여 표만 얻는 데 그쳤다.

수도권의 한 당원협의회장은 “젊은 강경 개혁파들은 조직화, 단결화는 됐지만 새로운 인물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세력을 확대시키는 능력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충남 천안에서는 노사모 고문을 지낸 윤일규(尹一逵) 순천향대 의대 교수가 당선되는 등 강경 개혁파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16일 공식 출범한 국민참여연대(국참련·의장 명계남·明桂南)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직접 후보를 내기보다 다른 계파 후보 중 한 곳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런 태도가 4월 2일 전당대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관심거리다.

당 내에선 구민주당파들의 선전도 주목을 끌고 있다. 경기 서부, 인천 등 이른바 ‘서부 벨트’는 구민주당파의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거론됐던 박재순(朴宰淳) 씨가 경기 수원시 당원협의회장에 선출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오랜 정치 경험을 가진 구민주당 출신들이 당의 뿌리를 장악하면 당의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당원협의회장은 “민주당 출신들이 당원협의회장, 중앙위원, 중앙당 간부들로 올라가면 우리 당은 훨씬 중도 보수 또는 온건 개혁 성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후보자 간의 과열 경쟁으로 당비 대납, 유령 당원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경선이 아닌 추대 형식을 택하는 지역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후보자 간의 조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앙당 총괄조직국 관계자는 “미선거 지역 중 최대 70% 지역에서 추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달 말까지 전국 모든 지역의 당원협의회장 선거를 끝낼 예정. 이 때문에 구체적인 당 내 역학구도 변화는 다음 주에 드러날 전망이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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