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교육부장관에 정치인이 적합?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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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보름 넘게 공석 중인 교육부총리 자리를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에게 제의했다가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된 것을 보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23일 “교육철학과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고 교육문제나 교육정책에 관한 한 국외자였던 인물을 교육인적자원부 수장으로 임명하려는 발상이 놀랍다”며 “교육을 정략의 도구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에 허탈감을 느낀다”는 비판 성명서를 냈다.

파문이 확산되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이례적으로 인선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장관의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장관은 전문가를 활용할 줄 알고 각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며 “나 역시 정치인 장관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행정의 전문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노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교육부 수장은 정치적 능력 못지않게 교육철학과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 김 의원이 다른 능력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대학교수 출신이란 사실 외에 교육 정책 분야에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꼽는 ‘모시기가 좋았던’ 장관 중의 한 명이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막강한’ 정치인 장관이어서 감사원과 예산 당국도 그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감사원 감사장에 직접 나타나 “이런 것까지 조사하면 감사 못 받겠다”고 발칵 뒤집어 놨고 감사반장이 사과를 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가 공무원들에게는 훌륭한 ‘바람막이’가 됐을지 모르지만 준비 없이 밀어붙인 교원정년 단축 정책 등은 아직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금 같은 정치풍토에서 정치인이 임명될 경우 교육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교육부가 정쟁에 휘말려 바람 잘 날이 없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인을 모셔다 써야 할 만큼 교육계의 인재 풀이 빈약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교육계 전문가 중에서 훌륭한 분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인철 교육생활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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