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엇을 위한 ‘땜질 개각’인가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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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교육부총리를 비롯해 6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개각인지가 분명치 않다. 개각이 시사하는 국정의 새로운 지향점(指向點)이나 청사진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새해부터는 달라지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신년사를 통해서는 민생·경제와 통합·상생을 강조했다. 국민도 그간의 국정 혼선을 일신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해 처음으로 이루어진 개각에서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국정쇄신 의지가 읽혀져야 했다. 예컨대 경제에 매진하겠다면 그 뜻이 개각에 반영돼야 옳았다.

노 대통령은 “2년쯤 일하면 아이디어도 열정도 식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2년 정도를 알맞은 장관 임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개각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개각은 장관으로서의 성적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잣대여야지 ‘오래했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지난 연말 개각과 관련해 “땜질하는 정도로 아주 조금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스스로 개각을 ‘땜질’이라고 표현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개각은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국정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앞으로 나라가 나아갈 방향이 담겨야 하는 것이다. 국민에게는 앞으로 이렇게 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의 내용을 보면 핵심 부처는 거의 빠져 있어 쇄신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고 새로 입각한 인사도 여성 2명의 기용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이러니 무색무취(無色無臭)의 애매한 개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온갖 국정 난맥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청와대가 무풍(無風)지대로 남아있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들은 다 잘해서, 또 그렇게 오래한 사람이 없어서 그냥 두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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