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대법안 타협론’ 고개]명분 양보하고 실리 챙기나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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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공언했던 ‘4대 법안’ 처리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당내에서 현실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에 이어 당내 지도적 위치에 있는 문희상(文喜相) 의원까지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며 타협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단독으로라도 법안처리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 의장은 17일 외신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반대만 하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연내에 법안들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협상을 의식한 원론적인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여야 대타협의 키는 국가보안법 협상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이) 국보법 폐지를 철회하고 개정에 임한다면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며 “다른 법안들도 위헌적 소지, 정략적 의도를 제거한다면 우리 안을 제시해 충분히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김 원내대표와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수시로 전화연락 등을 통해 의중을 타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국보법 폐지’라는 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국보법 대폭 개정→법안 명칭변경’이라는 대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국보법 사수’에 정치생명까지 걸어 후퇴가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논리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개정이냐 폐지냐의 문제도 절충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개정으로의 전격 선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 재선의원은 “협상하지 않고 처리할 방도가 있느냐”며 “결국은 주고 받기식의 타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보법이 풀리면 상대적으로 여야간 이견이 적은 과거사 문제나 사립학교법, 언론관련법도 타결 가능성이 커진다. 한나라당은 국보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해 자체 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일부가 타결되고 일부 법안은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4대 법안을 제외하고도 기금관리기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인화(引火)성 법안’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여야 지도부가 타협으로 방향을 잡더라도 ‘구심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해 낼지도 의문이다.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은 물밑협상을 통한 절충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대타협에 실패하면 다시 강경론이 득세하게 된다. 이럴 경우 ‘모 아니면 도’식의 모험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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