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유력]“이젠 北核”…6자회담 年內개최 서두를듯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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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이 유력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체제는 북한 핵문제와 한미 안보동맹 재조정, 통상문제 등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주요 현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기존 합의틀엔 구조적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가져올지 모를 악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3대 주요 현안별 과제와 대책 등을 점검해 본다.》

▼북핵문제 6자회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보완책으로 ‘북-미 직접 대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됨에 따라 6자회담의 현행 틀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9·11테러 이후 첫 대선인 이번 선거에서 북핵 문제는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며 “미국이 중단된 6자회담의 연내 재개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내 6자회담 개최가 북핵 문제 분수령=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선호하는 이유는 △북-미 양자 대화는 결국 북한의 교묘한 대미 전술에 말려드는 셈인 데다 △주변국의 무관심을 초래하며 △북한이 핵 폐기를 거부해 제재가 필요할 경우에도 다자 체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6자회담이 ‘5 대 1(북한)’로 자신들을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불편해했다. 그러나 북한은 껄끄러운 부시 행정부를 앞으로 4년간 더 상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전봉근(田奉根·전 통일부장관정책보좌관) 평화협력원장은 “북한은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를 상대할 때는 ‘벼랑 끝 전술’을 활용했으나 부시 공화당 정부가 그런 전술에 대해 초강경책으로 반응하거나 무반응 전술로 일관하자 별 효과가 없다며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라도 연내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예측이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참석 자체를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경우 개최 여부를 둘러싼 실랑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시나리오와 한국의 대응=정부 당국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대북 협상의 스타일이 다소 온건해질 수는 있지만 ‘북핵의 조속한 완전 폐기’라는 목표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이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 된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한 6자회담은 계속 공전될 것이고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북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카드가 언제 힘을 얻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리비아처럼 ‘핵 포기 선언’이란 결단을 내리면 그에 대한 보상문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굴러가게 된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한미간 통상현안 어떻게▼

미 대통령 선거 결과는 쌀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등 한미 통상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미국 정부가 각종 통상현안에 대해 본격적인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준규(李駿奎) 미주팀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는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농산물시장 개방이나 스크린쿼터 철폐를 강하게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17.7%를 차지하는 대미(對美) 수출에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시장 개방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는 등 공세적인 통상정책을 예고해 온 반면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태열(趙兌烈) 지역통상국장은 “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와 달리 통상교섭 문제에서 자유무역원칙을 강조해 왔고 미국 내 수입장벽 완화에 적극적인 입장이므로 대미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은 미국 내 소비심리를 회복시켜 한국 제품의 미국 수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고유가 현상을 지속시킬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의 대(對)중동 강경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동지역의 정세불안이 심화되면 결국 고유가 행진이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부정적인 요인이다.

국내 산업별 명암은 크게 엇갈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미국 대선에 따른 영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국내 철강산업과 해외건설 수주에는 플러스, 정보기술(IT) 분야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전통산업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철강경기 호조세가 계속돼 대미 수출이 늘어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반면 민주당에 비해 비(非)우호적인 IT 분야에서는 지금의 조정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주한미군 및 한반도 안보▼

국내 국방 안보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 한반도 안보상황은 현재의 방향과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올해 합의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주요 군사 문제는 국가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내용이나 일정을 바꾸긴 어렵다. △주한미군 10대 임무의 한국군 이양 △주한미군 1만2500명의 감축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경기 평택지역으로의 이전 등은 당초 일정대로 2006∼2008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부시 대통령 집권 2기인 2005∼2008년 적지 않은 군사 현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우선 한반도에 잔류하는 2만5000명의 주한미군을 동아시아 지역의 신속기동군으로 변모시킬지를 놓고 양국 외교안보라인간의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검토(GPR)계획에 따라 해외 미군들을 주둔국 방어가 아닌 지역 내 적대세력 견제수단으로 이용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반도 외부의 분쟁지역에 주한미군이 출동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 정책방향의 큰 틀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한국정부의 요구가 얼마나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이 가져오는 것도 부시 대통령의 연임 기간 중 논의된다. 한미 양국군은 일단 내년 말 전시작전권 이양 여부를 포함한 ‘연합지휘체계연구’의 1차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시작전권이 이양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업무 역할이 조정된다.

당장 내년에는 자이툰부대의 철수 시기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간을 내년 12월 31일까지로 연기할 방침이지만 이라크 정세와 국내 여론에 따라 그 전이라도 미국에 자이툰부대의 철수 의향을 내비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자이툰부대 철수에 대한 미 행정부의 반응이 부시 대통령 2기 한미동맹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주한미군이 담당하는 북한 장사정포 대응 임무를 한국군이 넘겨받을 수 있을지와 언제 넘겨받느냐는 문제는 군사적 평가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지만 한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고려할 때 양국 수뇌부의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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