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대책]세금 깎고 빚 내서 경기 살리기

  • 입력 2004년 8월 3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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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재정확대정책과 병행해 근로소득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경기대책에 포함시킨 것은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 온 감세정책에 대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일단 경기하강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각에선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감세정책 카드 왜 뽑았나=열린우리당은 당초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7조원으로 늘리자는 주장을 폈다. 기획예산처가 제시한 적자국채 발행분 3조원보다 4조원가량을 더 찍어 시중에 과감하게 돈을 풀고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에 대해 예산처에서 난색을 표시했다. 야당의 감세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 폭을 줄이면서 감세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절충형 정책(정책조합)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당정이 적자국채 발행분을 당초 계획했던 7조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줄이는 대신 소득세를 1%포인트 내림으로써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들이 1조5000억원의 세금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소상공인에 대한 중소기업특별세 감면 폭(현행 소득세와 법인세액의 5∼15%)을 2배로 늘려 중소기업의 부담은 4000억원가량 덜 수 있을 전망이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프로젝션 TV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한 것과 이자 및 배당소득 원천세율을 각각 1%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도 세금을 깎아 소비를 살리기 위한 것. 그러나 교통세 인하의 경우는 세수감소 폭이 너무 커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실효성 있을까=열린우리당이 내놓은 경기활성화 대책에는 투자를 제약하는 기업규제 완화 대책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재계와 외국인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재정정책과 감세정책의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분석한다.

조세연구원 전병목(田炳睦) 연구위원은 “소득세율 인하는 가계의 여윳돈을 늘려준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으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소비를 꺼리는 것이 원인인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정지출 확대 규모가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5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인 4조5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로는 경기를 살리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책조합(Policy Mix):

경제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정이나 금융 세제 등 한 정책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함으로써 정책의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것. 경제학적 측면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정책은 세출확대정책과 감세정책으로 나뉘는데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적절히 배합해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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