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2차 공개변론]“헌법질서 파괴” “탄핵절차 잘못”

  • 입력 2004년 4월 2일 18시 52분


2일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2차 공개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측과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 사유 및 절차의 적절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먼저 소추위원측은 “헌법상 탄핵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고유권한”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적법 절차에 의해 이뤄졌느냐를 최종 심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추위원측은 이어 노 대통령이 국민을 협박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놓고도 이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무시하는 등 헌법질서 파괴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 자신은 물론 측근과 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에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도덕적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고, 집권 1년 동안 국민경제를 파탄시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번 사건은 탄핵 사유와 절차상 요건이 모두 갖춰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고, 측근비리 부분은 대통령의 행위가 아닌데다 수사 결과 공범이라는 증거도 없다는 것. 국민경제 파탄 초래 부분은 사실과 다르고, 탄핵제도는 정치적 불신임 제도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이므로 정책상 잘잘못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그 근거로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지 야당 의원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안 의결이 추진됐고 △야당 스스로 소속 당 의원들을 위협해 탄핵안을 의결한 뒤 내분을 겪고 있고 △탄핵안 의결 과정에 사실 및 증거 관계에 대한 조사 없이 포괄적으로 의결된 점 등을 들었다.

증거조사 여부와 범위를 놓고도 양측의 의견은 크게 대립됐다. 소추위원측은 노 대통령을 포함해 30명에 대해 당사자 및 증인 신문 신청을 하고 청와대와 중앙선관위, 검찰과 법원 및 방송사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증거조사를 신청했다.

이에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거조사는 엄격하게 제한돼야 하며, 이 사건의 경우 증거조사 자체가 필요없다”고 반박했다. 선거법 위반 부분은 사실관계가 명확해 법률적 판단만 남아 있고 측근비리나 경제파탄 부분은 탄핵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 소추위원측의 증인 신청과 관련해서도 대부분 이미 확정된 사실이거나 조사할 필요가 없는 내용에 관한 것이어서 ‘필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소추위원측이 의도적으로 재판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는 게 대리인단의 주장. 하지만 소추위원측은 “재판 지연이 아니라 중요한 만큼 정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리인단은 또 탄핵안 의결 절차가 사실상 공개투표로 이뤄지고 본회의 개의 시간을 무단 변경하는가 하면 질의토론 절차를 생략하는 등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소추위원측은 “모두 사실과 다르며 의결 과정은 적법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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