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최영훈/노사모와 딘사모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54분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먼저 노사모를 주축으로 한 ‘국민참여 0415’의 활동이 이번 총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지난 대선 때 뜨거운 맛을 본 적이 있는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이들의 활동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눈치다.

야권은 노 대통령의 ‘총선 올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 대통령을 잘 아는 한 정치인은 “야당과 언론이 아무리 때리고 비판하더라도 (노 대통령은) 올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 올인’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노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 것도 계산과 술책에 능했다기보다는 바보처럼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열린 ‘리멤버 1219’ 행사장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딘사모’에 관해 언급했다. 미국 민주당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지사의 인기가 치솟고 있던 때였다. 인터넷을 통해 그에게 소액의 정치자금을 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원봉사자들도 꼬리를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런 ‘미국판 노사모’의 활약상을 ‘딘사모’로 치켜세우며 총선 승리를 위해 노사모가 다시 뛰어 줄 것을 독려했다.

‘노사모’와 ‘딘사모’에는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 정치 시스템의 개혁 추구,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주역으로 세운 것이 닮은 점이다. 그러나 노사모와는 달리 딘사모의 경우 본선(대통령 선거) 근처에도 못 가 보고 맥없이 무너졌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는지 인터넷 정치평론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딘 전 주지사는 내용적으로 ‘좋은 제품’이 못 된다는 얘기에서부터 미국 거대 방송의 공격 때문이라는 해설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던 딘 전 주지사의 어이없는 추락을 수익 모델이 없는 닷컴기업들의 붕괴에 빗대는 사람들이 많다. 소통의 수단인 인터넷 선거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콘텐츠의 실패(딘 전 주지사의 정치적 역량 부족)’라는 분석이다.

딘사모의 실패에서 노 대통령과 노사모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올인은 상대를 이길 가능성이 높을 때 모든 것을 던지는 나름의 승부수다. 그러나 국정을 제대로 챙겨 평가를 받기보다는 사람만 징발하는 식의 올인전략은 의외의 암초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래서 포커 판에서도 착실한 레이스 운영이 정석으로 통한다.

이제부터라도 노 대통령은 총선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국정에서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위해 ‘농촌당’ 의원들에게 오늘 아침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여야를 떠나 국가 주요 현안의 처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국정 올인’이야말로 총선 승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영훈 정치부 차장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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