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후보 득표율…鄭 對 JP+이인제…YS행보…대선변수 될까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29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간의 양강(兩强) 대결구도로 굳어진 16대 대선전은 서로 다른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이는 군소후보들의 득표율과 중량급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택이 핵심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두 후보진영은 현재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와 보수표를 잠식할 이한동(李漢東) 장세동(張世東) 후보의 득표율, 충청권에서의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 대 김종필(金鍾泌)-이인제(李仁濟) 연합세력의 대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부산경남(PK) 영향력 등이 어떻게 구체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보 對 보수▼

보수냐〓이, 노 후보 진영이 우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1차 TV합동토론(3일) 후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민노당 권 후보의 득표력이다. 진보적 성향이 분명한 권 후보의 지지층이 노 후보와 많이 겹쳐 있는 만큼 그의 득표 수에 따라 이, 노 후보 진영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제3후보가 10∼15%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권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그 정도까지 표를 얻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양 후보 진영의 분석이다. 다만 권 후보가 5% 안팎의 득표를 할 경우 박빙의 접전에선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양 후보 진영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측은 권 후보의 약진이 노 후보의 표를 잠식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권 후보와 노 후보의 대결을 부추긴다는 전략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노 후보측은 철저한 표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권영길 찍으면 이회창 된다”며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민노당은 “진보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우리 길을 간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이다.

이한동, 장세동 후보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보수 성향이 뚜렷한 두 후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색깔이 강한 한나라당의 지지층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장 후보의 변수에 대해선 평가절하하고 있다. 두 후보가 권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승패를 가를 변수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민주당은 이, 장 후보가 선전해 이회창 후보 지지표를 잠식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전 충청▼

통합21 정몽준 대표의 노 후보 지원 효과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의 이 후보 지지 효과가 특히 충청 강원 등의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노 후보측은 금명간 통합21과 정책조율 작업을 마치는 대로 정 대표가 공동유세 등 선거공조 활동을 본격화해 줄 경우 ‘안정’ 이미지를 노 후보에게 보태줌으로써 중부권에서의 우위 추세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 후보가 6일에도 정 대표에 대한 ‘구애 발언’을 3일째 계속하고 이날 저녁 민주당 부산시지부 후원회 행사 일정표에 정 대표의 축하연설까지 성급하게 잡아 놓은 것도 ‘단일화 약속 실천’과 ‘50대 바람’을 앞세운 정-노 공조 가시화의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IJP(이인제-김종필)의 충청권 지원유세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후보와 IJP간의 성급한 통합 논의는 수도권과 20, 30대 유권자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IJP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이 잠재돼 있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두 사람이 물밑 표를 끌어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인제 의원이 이날 대전 KBS 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97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불복과 관련, “(그렇게 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국민들, 또 당사자에 대해 인간적으로 죄송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이 후보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도 선거 판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측의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노-정 연대가 정책 이념이 전혀 다른 정당의 ‘권력나눠먹기’라는 논리로 역공을 폄으로써 정 대표 지지자의 노 후보 지지를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이인제 의원이 이날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불복에 대해 이회창 후보에게 공개 사과한 것도 ‘반노(反盧)’ 공동전선의 조기 구축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리라는 게 한나라당측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노-정 연대가 정책 이념이 전혀 다른 정당의 ‘권력 나눠 먹기’라는 논리로 역공을 폄으로써 정 대표 지지자의 노 후보 지지를 차단하고 통합21 관계자들에 대한 물밑 접촉을 강화해 정 대표를 최소한 중립지대에 머물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산 경남▼

최근 이회창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최근 상도동을 찾은 한 인사에게 “(이 후보가) 되긴 될 텐데…”라며 선거전이 예상외로 혼전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상도동과 교감을 나누진 않고 있지만 후보단일화 이후 YS가 대선을 걱정스러워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PK)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YS의 이 지역 지원 유세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기류는 엇갈리고 있다. YS의 영향력이 있는 만큼 막판에 YS가 나서서 노 후보의 바람을 제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선 반YS 정서가 강한 대구 경북과 수도권에서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노 후보가 상도동을 찾았다가 망신을 당하지 않았느냐”며 “세대간 대결 양상을 보이는 국면에서 과거 패턴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YS가 한나라당 지원에 나서는 문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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