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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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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을 위한 대외교섭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20일 전날 밤 회동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얘기를 내놓아 진상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정 의원과의 신당 창당 합의 사실을 공표하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기자들이 “합의냐, 협의냐”고 묻자 “합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메모를 했다”며 “정 의원은 ‘주변 인사들과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며 발표를 미뤘고 오늘 발표는 정 의원을 돕고 있는 사람들과 정 의원이 의견 교환을 거친 뒤에 한 것”이라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밝혔다. 이어 “아침에 또 한번 (정 의원과) 전화하고 발표하는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정 의원은 박 최고위원의 발언을 전해 듣고 “원론적인 차원의 얘기를 한 것뿐이다”고 펄쩍뛰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설명이 판이한 것은 서로 상황을 보는 시각과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민주당 안팎의 분석이다.
우선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정 의원, 다른 정파를 통합하는 신당을 통해 민주당의 분열을 막고 대선 승리의 틀을 짜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공감대를 바탕에 깔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정 의원은 자신의 ‘초정파적’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깃발 아래 여야 정치인을 모으는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 의원이 박 최고위원의 발표에 대해 “여러 가능한 얘기를 토론했을 뿐인데 민주당의 대외접촉 책임을 지고 있는 입장에서 내용이 다른 얘기를 성급하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 의원은 이날 “가능하면 여러 정파에 있는 많은 사람이 신당에 참여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나 이는 특정인이나 세력이 주도하는 신당이 아니라 각 세력이 폭넓게 참여하는 ‘개혁적인 국민정당’을 염두에 둔 의사표현이라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
물론 정 의원측도 박 최고위원과의 회동에서 민주당측과의 단계적 통합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만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박 최고위원이 제안한 통합신당에 합류하는 것은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의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선뜻 수용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당 대 당 통합 논의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무튼 구체적인 신당 논의는 아직 ‘설익은 상태’라는 게 정 의원측의 입장이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