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민주화'바람/허실 점검]'보스정당' 벗어날까?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35분


16대 국회의 젊은 초선 당선자들로부터 ‘중요 당직 경선’ ‘국회 표결시 크로스 보팅’ 등 정치민주화 주장이 쏟아져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푸른정치모임’을 통해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15대 초선 의원들이 최근 실패를 자인하고 해체 상태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비관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부는 정당민주화 바람은 좀 다른 것 같다”는 평가와 전망이 무성하다.

이는 우선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통한 당 지도부 경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정치일정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다선 중진의원들 사이에선 냉소주의가 잔존하기는 하지만 경선을 염두에 둔 일부 중진들을 중심으로 젊은 초선 못지않은 ‘당내 민주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어느 당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절묘한’ 구도가 정당민주화를 앞당기는 현실적 동인으로 작용하리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 국회에서 독자적 의사결정을 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당장 국회의장부터 경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총무가 ‘당내 경선을 통한 국회의장 후보 결정’을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

국회의장이 실질 경선을 통해 선출되면 국회법에 규정된 의장의 권한을 십분 행사하려 할 것이고 이 경우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들의 독자성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소야대에 따른 대통령과 집권당의 위상 변화도 ‘국회 민주화’를 뒷받침하는 중요 요소다. 민주당이 다수 집권당의 지위를 얻지 못한데다 공조파트너도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통행식 정치를 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여권 핵심에서 ‘당론 최소화, 크로스 보팅 활성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변화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 조짐들이 제도화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당 조직은 물론 소속 국회의원들의 원내활동까지 통제하는 ‘전천후(全天候) 1인 보스 정당체제’를 탈피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초선-중진의원 '세대갈등'▼

요즘 정치권에서 교차투표제(크로스 보팅·cross voting)가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당론과의 함수관계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교차투표제를 주장하는 쪽은 주로 여야 초선 의원들. “어지간한 사안은 소신에 의한 교차투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민주당 임종석·任鍾晳 당선자) “필요하다면 정책적 공통분모를 쫓아 사안별로 교차투표하는 게 총선민의라고 본다”(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당선자) 는 등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여야 중진의원들은 대체로 교차투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당정치 구조에서 당의 방침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렇다면 교차투표와 당론이 공존하는 방안은 없을까.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론의 최소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당론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크로스 보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신 당론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토의가 이뤄져야 하며 당론이 정해지면 따르는 게 정당정치”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지도위원도 최근 “원칙적으로 법안 결의안에 대한 찬반을 의원 개개인의 선택에 위임하되 당론 투표가 필요할 때에는 의총에서 자유토론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절충론을 제시했다.

이처럼 교차투표제에 대한 무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당론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교차투표제를 요구하는 초선의원들의 목소리가 16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의 반영인만큼 ‘적어도 15대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