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취임 100일]리더십 功過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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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백일을 맞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당초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대화와 토론, 설득과 협상을 통해 사회 각 구성원이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 모든 구성원의 자발적인 고통분담과 협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도 비용도 여유가 없었는데다 개혁의 과실에 대한 조급한 주문이 김대통령을 압박했다. 특히 개혁에 대한 각 집단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구여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구상과 기대가 다소 어긋나자 김대통령은 점진적으로 궤도를 수정해 나갔다.

김대통령은 이제 ‘민주적이지만 확고한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다. ‘확고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취임 초와 다른 점이다. 보다 빠르고 단호한 개혁 추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한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던 정계개편을 김대통령이 직접 공론화한 것도 확고한 리더십 구축을 위해 통치기반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청와대는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둘러싼 논란을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에 익숙한 사람들의 요구수준과 김대통령의 접근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백일간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도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김대통령의 집권으로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한국이 치러야 했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반면 경험미숙에 따른 잦은 정책변경과 시행착오에 대한 비판은 여권관계자들도 수긍하고 있다. 또 아직은 국정운영의 유연성을 잃지 않고 있으나 대통령 한사람에 대한 국정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측면도 없지 않다.

아무튼 김대중정부 1백일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김대중정부의 성패는 앞으로 개혁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공감대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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