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보선압승 배경]김종필-김대중총재 끌고 「한보」밀고

  • 입력 1997년 3월 6일 07시 42분


[이철희기자] 인천서구와 수원장안구 보궐선거의 야당승리는 「한보태풍」과 「DJP연대」라는 두가지 요소가 야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물론 「한보태풍」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을 강타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30%대의 최근 유례없는 저조한 투표율이 그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선결과는 국민들이 한보사태, 노동법 및 안기부법의 날치기통과, 경제침체의 1차적 책임을 정부 여당에 물었다는 것을 뜻한다. 당초 여야간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은 그래서 깨졌다. 야당이 더블스코어 가까운 표차로 압승했다. 이번 보선결과는 또 야권의 「대권(大權)공조」 가능성을 좀더 현실화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번 보선을 단순한 「수성(守城)」차원이 아니라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양김(兩金)공조의 시험대이자 전초전으로 여겼다.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 두 김총재가 유세현장에 「동시출격」하는 등 총력전을 펼친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당은 지난해 노원구청장 오산시장선거에 이어 이번 보선에도 승리한 것은 「DJP호」가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척 반가운 표정이다. 두 당은 이번 보선을 계기로 그간 주춤했던 대선후보단일화 논의를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신한국당은 이번 보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단순히 국민회의 趙澈九(조철구) 자민련 李秉禧(이병희)의원의 자리를 「원래 주인」이 되찾아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선결과는 앞으로 여권의 정국운영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선판도와 맞물린 정국의 주도력도 상당히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두 야당이 당장 한보사태 진상규명 등 공세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대선주자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보선결과를 통해 현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는 것과 「DJP공조」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 후보간의 경쟁구도와 전략도 약간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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