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금융가 鄭씨발언반응]『경영실패책임 떠넘겨』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白承勳기자]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27일 『재산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한데 대해 채권은행들은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정총회장의 이야기 내용중 초기 대출과정에서는 은행들이 더 적극적이었다는 부분에 대해 상당수 채권은행들도 일단 수긍하고 있다.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은 『처음 외화시설을 도입할 때 각종 전망보고서에 철강산업이 유망했고 투자금액도 은행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찬목조흥은행장도 『포철이 세워질 때만 해도 위험부담이 많아 지원을 꺼렸던 은행들이 후에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했다』며 『한보도 기간산업인 만큼 비슷한 상황을 기대하고 거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95년이후 한보철강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린 상황에 대한 인식은 판이하다. 정총회장이 『산업은행이 마지막 3천억원을 지원하지 않아 부도가 났다』고 주장한데 대해 당사자인 산업은행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산업은행 金完鼎(김완정)부총재는 『정총회장이 시설자금 3천억원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산은이 이를 약속한 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산업은행측은 극심한 자금난에 몰린 한보측이 돈을 시설자금이 아닌 운영자금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높아 선뜻 줄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은행들은 또 정총회장이 경영을 잘못한 「경영부도」가 아니라 시설자금부족이라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제일은행의 한 임원은 『정총회장이 주장하는 「시설부도」도 결국 자금이 없어서 일어난 것이며 이는 한보철강의 자금수급계획, 즉 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총회장이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는 은행들도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제일은행 朴錫台(박석태)상무는 『정총회장이 작년말 완공된 냉연 및 열연공장의 담보가액평가를 전문기관에 맡겼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와봐야만 정확한 자산 부채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보철강은 공장완공 후에 건물과 시설을 담보로 맡기는 「후취담보취득」조건으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담보가액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보측은 이들 공장의 담보가액을 최저로 잡아도 1조5천억원이 넘어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데도 채권은행측이 부도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 있어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향후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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