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새 5000원권 도안 박창식 조폐公 디자인조각팀장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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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전 유성구 한국조폐공사 내 화폐박물관에서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했던 1만 원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창식 디자인조각팀장. 사진 제공 한국조폐공사
9일 대전 유성구 한국조폐공사 내 화폐박물관에서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했던 1만 원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창식 디자인조각팀장. 사진 제공 한국조폐공사
“앞면이 아들(율곡 이이) 초상이고 뒷면은 어머니(신사임당)가 그린 그림이면 그럴듯한 조합 아닌가요?”

9일 대전 유성구 가정동 한국조폐공사에서 새 5000원권 도안을 주도한 박창식(朴昌植·58) 디자인조각팀장을 만났다.

“인물도안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꾸려고 해요. 밝고 화려하게 가려고 합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색깔은 주황색 톤을 그대로 둘 겁니다. ”

박 팀장은 한국 화폐도안사(史)의 산증인이다. 1977년 1월 조폐공사에 입사해 28년간 10여 차례 화폐 디자인 수정에 참여했다.

박 팀장은 화폐 도안에 대해 “바꿔놓고 보면 항상 원래 디자인이 좋아 보이는 법”이라며 “‘이게 딱지야, 돈이야?’라고 평가절하를 당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5000원권 새 디자인을 위해 3월부터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했다. 신사임당의 그림 ‘초충도(草蟲圖)’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4차례, 강릉 오죽헌을 5차례 다녀왔다.

‘초충도’는 여성이 그린 그림이라 낙관이 없다.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어 고증을 철저히 해야 했다. 새 5000원권 도안은 자문위원들과의 협의를 거치며 10여 회 수정한 끝에 태어났다.

중앙대에서 서양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요즘의 화폐 디자인은 예술이라기보다는 고도의 위조방지 작업”이라고 말했다.

“과거 위조지폐가 없었을 때는 그림이 디자인의 70%를 차지했어요. 그리고 싶은 걸 그리면 됐지요. 하지만 이제는 위조방지가 디자인의 70%입니다.”

새 5000원권에는 은화(워터마크)와 은선 등 원래 있던 8가지의 위조방지 장치에 10가지가 추가됐다. 자동판매기와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지폐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도 넣어야 한다. “6, 7년 동안 공들여 만든 유로화는 2개월 만에 위폐가 나왔습니다. 이번에 만드는 새 돈은 얼마 만에 위폐가 나오는지 봐야죠. 쉽지 않을 겁니다.” 올해 말 정년퇴직하는 그는 퇴직 전에 새 1000원권과 1만 원권 도안작업도 마칠 계획이다.

대전=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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