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파워인터뷰」-서진규씨 「여공에서 하버드까지」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이 있을까.

서진규씨(51). 가발공장 여공에서 미육군 소령, 이제는 하버드대 예비박사.

KBS2 ‘파워인터뷰’(7일 밤9·00)는 그 ‘드라마’의 주인공을 초대해 수십개의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 답변마저도 억척스런 삶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할듯.

“남편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어요. 때리는 남편보다 맞고 있는 내가 더 혐오스러웠어요.”

“28세 생일날 첫 훈련을 받았어요. 아이 하나 낳고 또 유산을 한 상태라 몸이 다 망가졌는데. 동기생보다 열살이나 많았지만 남들 자는 시간에 혼자서 연습했어요.”

“어디를 가든지 죽기 살기로 일했어요.”

답변마다 삶의 진지함이 물씬 배어나온다. 그러나 그는 정작 인터뷰 녹화장에서 담담했다. 자신의 인생은 남들이 보는 것만큼 극적이라고 여기지 않은듯. “나는 남들보다 두배 더 살았던 것 같다”는 정도가 자기 삶에 대한 자평이다.

서씨는 엿장수의 딸로 태어나 가발공장여공 골프장종업원으로 일하다 7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75년 미군에 입대한 뒤 81년 장교가 됐고 96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현재는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중.

딸 조성아씨(22)도 미국 고교생 250만명 중 141명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상을 받았고 현재 하버드대에서 홍일점 ROTC. 조씨는 “내게 어머니는 영웅이며 학교 선배이고 군(軍)의 상관이자 모델”이라고 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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