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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서태지와 BTS의 차이[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22-06-22 03:00업데이트 2022-06-2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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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3년 6월 ‘컴백’ 무대를 가졌다.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 ‘하여가’를 TV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지금 다시 들어봐도 ‘하여가’가 파격적인 건 변함이 없다. 헤비메탈의 갈래에서도 극단적인 형식인 스래시 메탈의 기타 리프를 곡의 뼈대로 삼고 여기에 힙합과 국악을 얹은 ‘하여가’는 실험적이며 동시에 난해했다. 하지만 이미 브랜드가 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름값, 그리고 반복해 들을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곡의 매력으로 ‘하여가’는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연말 가요시상식에서 그해의 노래가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20주년을 맞아 2012년에 동아일보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하여가’는 서태지 최고의 노래로 우뚝 섰다.

앞서 나는 ‘이름값’과 ‘반복’이란 말을 사용했다. 실험적이고 난해하기까지 한 곡, 여기에 방송에서 선호하지 않는 5분이 넘어가는 곡 길이, 만약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노래는 쉬이 방송에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서태지는 ‘하여가’ 발표 전 주변에 먼저 들려줬을 때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안 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첫 앨범으로 이제 막 정상의 자리에 선, 바꿔 말하자면 아직 확고하게 위치를 다지지는 못한 상황에서 이런 파격적인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온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태지가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최고결정권자가 바로 서태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집 활동 도중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요요기획, 대표자는 정현철(서태지 본명)이었다. 여러 음악적인 논쟁을 떠나 서태지가 가요계의 시스템을 바꾼 인물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맨 처음 언급한 ‘컴백’ 무대라는 이벤트 자체도 서태지가 만든 것이다. 또한 서태지는 음악가가 매니저를 직접 고용한 드문(또는 앞서간) 사례를 만들었다.

몇 해 전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웹진 ‘피치포크’에서는 뒤늦게 서태지를 조명하며 케이팝의 여명기를 연 인물이라 소개했다. 하지만 서태지와 케이팝 그룹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태지는 음악뿐만 아니라 활동에도 주체성을 갖고 있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의 활동 중단 소식과 함께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고, “쥐어짜내”는 케이팝의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는 케이팝의 구조를 알고 있다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던 사실이다. 케이팝 최고의 성과라 말하는 방탄소년단마저 이렇다면 다른 그룹들의 사정은 이보다 덜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당연히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스스로 음악의 자유, 활동의 자유, 쉼의 자유를 쟁취했다. ‘하여가’의 창의성, 그리고 이를 타이틀곡으로 결정하는 ‘용기’는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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