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발 방지의 조건[오늘과 내일/이은우]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11-19 03:00수정 2021-11-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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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핵심인 공공 만능 외면한 대장동방지법
민간이익 제한만으론 ‘유사 대장동’ 못 막는다
이은우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장동 방지법’ 논의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초 개발이익환수법 도시개발법 주택법 등의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국민의힘도 9일 ‘이재명 방지법’이란 별칭으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두 당이 법안 이름이나 처리 순서를 놓고 다투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민관(民官) 합동사업 때 민간 이익률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개발부담금 등 환수 규모를 늘린다는 것이다.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익률만 묶는다고 특혜 여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10% 이익을 사실상 보장할 수 있다. 수조 원 규모의 사업에서 리스크 없는 10% 이익은 결코 적지 않다. 반면 위험을 민간이 떠안는 구조라면 낮은 이익률로 사업자를 참여시키기 어렵다. 자칫 택지나 주택 공급이 줄 수도 있다. 대장동 사태의 핵심은 공공의 과도한 권력과 이를 남용한 것이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이익률 수치만 조정해서는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기 어렵다.

개발사업에서 공공의 힘은 절대적이다. 토지 수용이 가능한 민관사업으로 정하는 것부터 지방자치단체에 달렸다. 사업자 선정과 수익 구조도 마찬가지다. 입찰 조건, 배점 기준, 인허가 및 행정 속도 등에서 담당자 몇 명이 임의로 결정할 여지가 많다. 개발한 택지를 민간에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주는데도 별다른 제약이 없다.

일반 아파트를 짓는 게 공공 영역인지도 논란거리다. 산업단지, 임대아파트, 의료단지 등이 공공에 걸맞은 사업이다. 대장동 개발 등은 주로 아파트 분양이 목적인데 ‘공공’으로 포장해 토지를 수용했다. 공공성이 약한데도 공익을 위한 강제권을 행사한 셈이다. 헐값에 땅을 수용당한 주민과 높은 분양가로 공급받은 주택 수요자 모두 불만이다. 아예 민간사업이라면 지주들은 제값을 받고, 사업자는 시장 원리대로 리스크만큼 수익을 가져간다. 100% 공공사업이면 수용의 명분이 뚜렷하고, 아파트 분양가격이 낮아진다. 민간 수익을 제한하기에 앞서 민관사업의 선정 기준부터 다시 정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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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뿐 아니라 민간사업에서도 유사 대장동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백현동 개발만 해도 민간사업인데 용도 변경 덕분에 수천억 원의 이익이 생겼다. 민간 도시개발사업은 지주 3분의 2의 땅을 매입하는 등 요건을 채우면 수용할 수 있는데, 실제론 지자체가 임의로 매입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공공의 재량이 과도하게 개입할 틈새가 많은 것이다. 황당한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말을 안 들으면 업무 협의나 인허가를 기대하지 말라”고 대놓고 협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원이나 도로 등 공공용지뿐 아니라 상업용지까지 기부채납으로 받아간 지자체도 있다.

택지가 부족한 수도권에서는 땅만 확보하면 대박이 가능한 환경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수도권에서 연평균 3281만 m²의 택지가 공급됐다. 이후 10년 동안 연평균 공급량은 618만 m²로 81%나 감소했다. 서울의 1인당 토지활용면적은 27m²로 일본 도쿄 23구의 절반 수준이다. 산이 많아 가용 토지가 적다. 땅 부족을 방치한 채 공공이 개발을 쥐고 흔들면 특혜와 뇌물을 막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도심 개발까지 공공 영역을 넓히면서 공공 만능을 강화하는 대책만 내놓는다. ‘대장동 방지’ 의지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더불어민주당#대장동 방지법#재발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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