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中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전체 봉쇄
전국서 봉쇄 지역 많아져 정상 생활 불가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결과를 떠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다. 중국공산당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중국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단지 전체가 21일간 폐쇄된다. 직장인은 회사에 갈 수 없고, 학생도 학교에 갈 수 없다. 폐쇄 직전에 이 아파트에 놀러 온 다른 지역 주민이 있다면 이 사람도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놀러 왔던 집에서 21일 동안 지내야 한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식료품은 배달로 해결해야 한다. 배달원들이 정해진 곳에 음식을 가져다 두면 관리인들이 받아 주민에게 전달해 주는 식이다. 배달원과 주민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폐쇄된 아파트 단지가 속한 지역 주민의 불편도 크다. 한국으로 치면 행정구역상 ‘동’ 정도 되는 지역 전체가 ‘중위험지역’으로 지정된다. 도시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위험지역 사람들은 다른 지역 진입이 대부분 차단된다. 자신이 중위험지역에 속한 줄 모르고 다른 지역에 갔다가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QR코드 스캔 후 알게 돼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이런 식으로 코로나19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자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서방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실들이 있다. 중국 남부 윈난성 루이리시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최근 루이리시의 전 부시장은 ‘루이리는 조국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루이리시는 미얀마에서 유입되는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3월 말부터 현재까지 봉쇄와 해제가 반복됐다. 앞서 설명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떠올려보면 이 도시 시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50만 명이던 인구는 반년 새 20만 명으로 줄었다. 최근엔 루이리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장사는 물론이고 7개월째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힘들게 살고 있다”, “시내 상점 90%가 반년 이상 문을 닫아 수입이 없다”는 등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9명이었다. 14억 인구 중 59명이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듯한데 이 숫자를 대하는 중국인들의 두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중국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

지금 중국에서 코로나19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2주간 전체 31개 성·시 가운데 절반을 넘는 16개 성·시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집행을 체제 우월의 근거로 활용했던 중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서방의 많은 민주 국가들처럼 ‘위드 코로나’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주의 우월성 증명을 위해 끝까지 ‘제로 코로나’로 남을 것인가. 중국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제로 코로나#중국#전체 봉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