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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모두가 ‘윈윈’하는 게 진짜 상생[현장에서/이건혁]

입력 2021-02-16 03:00업데이트 2021-02-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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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5일 상생협약식을 열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이건혁 산업1부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5일 40여 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각 가맹점주협의회가 가입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플랫폼과 자영업자가 맺은 최초의 협약이다. 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를 맡았다.

‘가맹점의 고객 정보 접근 장벽을 완화한다’는 문구가 협약의 핵심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동의하면 자영업자에게 소비자의 전화번호를 제공해주고, 자영업자들이 단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주문 접수 시 과거 주문 횟수가 노출되도록 앱을 개편하는 것이다. 당초 우아한형제들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핵심 영업 정보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상생을 위해 이를 수용했다.

자영업자들을 괴롭혔던 악성 리뷰를 일정 기간 숨기고, 리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도 손보기로 했다. 반기 1회 이상 ‘배달의민족 상생협의회’를 열고 중요 사안을 논의한다는 약속도 담겼다.

이번 협약은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는 플랫폼 기업이 정보와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자영업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영업 기밀을 이유로 협약을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키워 공생하는 길을 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몸집과 영향력이 커진 플랫폼 기업과 달리 자영업자는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 드리고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실질적 상생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플랫폼 기업은 여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기금 등을 통해 이익을 나눠 취약계층을 돕는 상생에 나서라는 것이다. 여당은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겠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알고리즘까지 공개하라고 한다. ‘포지티브섬’의 상생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이익과 경쟁력을 뺏어 손해 본 쪽을 채워준다는 ‘제로섬’ 성격이 강하다.

정치권의 요구가 없어도 플랫폼 기업은 자영업자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자발적으로 모색해 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없이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중소 상공인을 스마트스토어에 진입시켜 판로를 개척해줬다. 카카오도 온라인 진출을 추진하는 사업자를 위해 사업 도구를 제공하거나 경영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강요된 상생안은 코로나19가 끝나면 수명이 다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의 혁신은 유지하면서 자영업자의 경쟁력도 강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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