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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체벌은 절대 훈육이 아니다[현장에서/지민구]

입력 2021-02-15 03:00업데이트 2021-02-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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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친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모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지민구 사회부 기자
“신체적 체벌과 학대에는 경계가 없어요. 아이를 향한 ‘물리적 폭력’은 어떤 예외도 없이 잘못된 행위라는 생각부터 자리 잡아야 합니다.”(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겨운 시기지만, 설 연휴 전후로 연이어 들려오는 아동학대 치사 사건들이 또 모두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8일 경기 용인에서 40대 이모 부부에게 군사정권 ‘물고문’을 방불케 하는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은 10세 소녀를 시작으로, 경북 구미에선 이사 가며 내버린 두 살배기 여아가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 익산에 사는 20대 부부는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해 구속 수감됐다.

그런데 끔찍한 학대를 저지른 어른들의 변명은 소스라치게 엇비슷했다. 이모 부부는 “소변을 가리지 못해 훈육 차원에서 욕조 물 속에 넣었다”고 했으며, 20대 부부는 “아이가 자주 울고 분유를 토해서 가르치다가”라고 말했다. 심지어 초반에는 학대 행위를 숨기고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던 점도 닮았다.

박 교수는 이를 “아동학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짚었다. 사고의 원인을 아이가 제공했다고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성인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잘못을 고쳐주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가벼운 훈육이라 여겼던 체벌이 거듭되며 학대로 이어지는 걸 간과하는 거죠.”

사실 지난달 8일엔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날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경찰이 수사하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신체적 처벌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아동학대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려면 여론에 떠밀린 성급한 입법이나 행정 조치 대신 확실한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녀 체벌이 법으로 금지된 미국 역시 아동학대는 발생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척은 물론 교사나 이웃 등 누구라도 학대 정황을 발견해 신고하면 즉시 아이가 보호 조치를 받는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면 아동 학대는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체벌은 어떤 경우라도 훈육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한다. 잠깐의 편의를 위해 물리적 힘에 기대면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질 수 있다. 유미숙 숙명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전히 많은 어른들이 제대로 된 훈육 방식을 몰라 아이를 신체적으로 체벌하는 경우가 잦다”며 “사회적으로 올바른 훈육 형태를 부모들에게 교육하는 시스템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민구 사회부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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