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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중 미세먼지 협업’… 선언에 그치지 말아야[현장에서/강은지]

입력 2021-02-11 03:00업데이트 2021-02-1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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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희뿌연 스모그에 뒤덮인 중국 베이징. 베이징=AP 뉴시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대한민국 환경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생태환경부.

10일 환경부가 배포한 ‘한중 환경당국, 미세먼지 대응 상황 합동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에는 양국 정부 부처가 나란히 기재돼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환경부는 “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국 환경부는 각각의 배출을 줄이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나란히 이름을 걸고 향후 협업을 다짐한 ’공개 선언‘이다.

자료에 따르면 두 나라는 자국 내 대기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펴 왔다. 주로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석탄발전 가동을 줄이거나 오래된 내연기관차를 감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한국의 m³당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6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에서 2020년 19μg으로 26.9% 줄었다. 중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도 같은 기간 46μg에서 33μg으로 28.3% 감소했다.

저감 정책과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두 나라가 나란히 이름을 걸고 협업 계획까지 공표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 생태환경부 국장은 브리핑에서 “한국이 맹목적으로 남의 탓만 하면 미세먼지 줄일 기회를 놓칠 것”이라 날을 세웠고 한국에서는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은 중국 때문’이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서로 책임을 돌리던 양국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서로 탓하기보다는 공동 노력을 통해 저감 사업을 확장하자는 취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양국은 2015년부터 대기질 측정 자료를 공유하고 2019년부터는 예보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 지난해 양국 환경당국이 진행한 회의만 30여 차례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양국의 협업 선언은 두 나라가 협업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는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면 대기가 얼마나 깨끗해지는지 두 나라 모두 깨달은 시기”라며 “서로의 대기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비효율적인 책임 공방은 득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공기가 깨끗했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 및 날씨 영향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에 따른 개선 효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한중 미세먼지 동향을 보면 특정 연도의 농도만 좋은 게 아니라 수년간 감축세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오염물질 저감 정책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나라의 협업 ‘공개선언’이 활발한 공동 연구와 꾸준한 정책 실행으로 이어져 더 맑은 하늘과 숨 쉴 수 있는 공기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이유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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