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세계, 일자리 대란이 더 두렵다[광화문에서/김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현수 산업1부 차장
김현수 산업1부 차장
“문제는 아직 아무도 돈 버는 방법을 몰라요.”

요즘 온라인 매출이 폭증해서 좋겠다는 말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답하며 한숨을 쉬었다. 배송 인프라와 출혈 경쟁을 고려하면 흑자 전환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집안의 ‘삼식이’들을 먹여 살린다는 쿠팡도 지난해만 1조 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4차 산업혁명 시기를 앞당기는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사고, 온라인으로 회의하고, 온라인으로 최신 영화를 본다. LG화학, SK텔레콤 등 주요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넘어 ‘상시적 디지털 워크’를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준비가 됐을까. 사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오프라인 유통, 극장, 자동차 등은 이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기 중에 있었다. 전환은 곧 비용을 의미한다. 전환을 하는 데 돈이 들고, 전환 후에는 적자의 고비를 견뎌야 한다. ‘값비싼’ 변화 와중에 닥친 코로나19 사태가 당장의 재무적 손실을 얹고 여기다 미래 전환 시기까지 앞당겼으니 이들 산업의 위기감은 상상 초월이다.

유통업계만 봐도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700여 개 중 30%의 문을 닫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극장은 어떤가. 코로나19 이전에도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을 휩쓸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극장 관람객도 감소세였다. 자동차업계도 ‘실탄’을 모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공유모빌리티 시장이 소비자가 차를 타는 방식을 바꿨고, 미래차 전환에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위축되던 시장에 손님이 아예 끊기고, 자동차 기업은 차를 못 만드는 사태가 벌어지자 기업마다 미래에 쓰려던 돈을 생존에 퍼붓게 됐다. 여력이 없는 기업은 인건비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한국보다 해고 절차가 쉬운 미국에선 이미 대량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에만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총 100만여 명의 임시 해고를 발표했다. 아마존이 주문 폭주로 최근 8만 명을 새로 고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도 준비 없이 닥친 ‘미래 사회’로 매장 감축, 협력업체 도산,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정리해고 시기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업이 급성장 중이지만 이들은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해 본 적이 없어 새로운 일자리의 대안이 되긴 역부족이다. 또 다른 일자리의 축인 자동차업계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디지털 워크가 ‘뉴노멀’이 된다면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는 더욱 운전면허증을 딸 생각도 안 할 것이다. 준비된 기업과 변화의 여력이 없는 기업 간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는 재무적 한계기업이 무너지며 실업이 늘겠지만 그 이후에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산업의 위축이 장기적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널을 지나가는 것도 어려운데 그 후의 위기가 더 두려운 이유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코로나19#취업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