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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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s@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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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 질주 美경제 덮친 ‘S공포’… 고물가속 성장률 쇼크

    ‘나 홀로 질주’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25일(현지 시간) 예상보다 저조한 1분기(1∼3월)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와중에 1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경제가 강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일시적 둔화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미 채권시장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1%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성장과 고물가가 겹치면서 11월 미 대선 전까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 쇼크에 유가 102달러 전망 미 상무부는 이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1.6% 증가(연율)했다고 밝혔다. 월가 전망치(2.4%)를 대폭 밑돌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 4분기(3.4%)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 2분기에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에 플러스(+)로 반등했고 이후 6개 분기 연속 2, 3%대 성장률을 이어갔지만 이번에 1%대로 떨어졌다. 1분기 소비 지출 또한 2.5%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3.3%)보다 낮았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주춤해진 것이다. 이 와중에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3.4%로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았다. 지난해 4분기(1.8%)의 두 배에 가깝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값을 제외한 1분기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 또한 3.7%로 시장 전망치(3.4%)를 웃돌았다. 26일(현지 시간) 발표된 3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시장 전망치(2.7%)를 상회하는 등 미 물가에 적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전쟁의 장기화,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으로 유가 상승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날 세계은행 또한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에서 추가 분쟁이 발생하면 현재 배럴당 8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10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멀어지는 금리 인하 올해 초만 해도 연준이 연내 최소 6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월가는 많아야 한두 차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꿈이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로 미 경제가 서서히 둔화할 것이란 ‘연착륙’(소프트랜딩·soft landing) 기대 또한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경착륙’(하드랜딩·hard landing)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1월 대선에서 겨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경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 측은 성장률 발표 직후 “스태그플레이션이 확산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미 중산층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미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고 있다고 반박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1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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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3월 근원 PCE 물가 2.8% 상승…시장 전망 또 상회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결정에서 주로 참고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3월에도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끈적거리며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를 기미가 보이는 미국 인플레이션에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도 안개 속이 됐다. 미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근원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산출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3월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2.7%)보다 높았고, 2월 지표와는 같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전체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2.7% 올라 전망치(2.6%)를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근원 PCE와 헤드라인 PCE 모두 0.3% 올랐다. 지난해 연준의 목표를 향해 하락하던 미국 인플레이션은 올해들어 3회 연속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분위기다. 전날 1분기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도 3.7%로 시장 전망(3.4%)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전날 미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에 하락했던 뉴욕증시는 이날 새로운 인플레이션 지표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위축이 이미 가격에 평가된데다 전월대비 기준 상승률은 시장 전망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6%대로 떨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까지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을 약 60%로 평가하며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11월 5일 대선 전까지 금리 인하가 어려워 질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에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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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닉스, AI붐 타고 깜짝흑자… “美경기 살아야 슈퍼사이클 진입”

    SK하이닉스가 1분기(1∼3월) 영업이익에서 시장 기대치보다 1조 원을 웃돈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달성하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실적에서 발목을 잡았던 낸드플래시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반도체 봄’이 도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세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제기된 데다, 스마트폰과 PC 등 범용제품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12조4296억 원, 영업이익 2조8860억 원을 거뒀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늘었고 영업이익은 적자(―3조4023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0%, 734%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1조8551억 원)보다 1조309억 원(55.6%)이나 높았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7∼9월) D램에 이어 올해 1분기 낸드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적 호조의 배경은 AI 수요 증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D램과 낸드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메모리가 고르게 선방한 것이다. 특히 낸드 부문에 대해 업계와 증권가는 2분기(4∼6월) 흑자 전환을 예상했으나 시기를 앞당겼다. 회사 측은 “AI 서버에 활용되는 기업용 프리미엄 제품(eSSD·엔터프라이즈SSD)의 판매 비중이 특히 확대됐다”고 했다. 1분기 SK하이닉스 낸드 제품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D램 평균 가격이 20%대 오른 것보다 더 큰 상승 폭이다.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재고 자산의 가치도 뛰어 90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 D램인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5세대인 HBM3E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올 3월부터 업계 최초로 HBM3E 8단을 양산한 데 이어 내년 12단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상당수의 기존 고객, 잠재 고객과 함께 2025년 이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D램 수요에 맞춰 충북 청주 ‘M15X’에 20조 원을 투입해 신규 D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에 힘입어 회복세를 탔지만 아직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당초 약 20%로 잡았던 올해 파운드리 성장률을 최근 10% 중후반대로 조정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소비자 심리와 최종 반도체 수요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지연시키면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은 1분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내기도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AI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실물경기가 활성화돼야 ‘슈퍼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AI 성장세가 기대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현지 시간) 시간외거래에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15% 이상 급락했다. 메타가 AI에 4조∼5조 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돈 먹는 하마’ AI가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할 만큼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테크주들도 줄줄이 시간외거래에서 하락세를 나타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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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5대 뉴욕 메트 미술관 “약탈품 반환할것”

    “우리 미술관이 소장한 약 150만 점의 예술품 가운데 불법 취득된 작품이 없는지 샅샅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박물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도 불법 소장품 반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막스 홀라인 메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4일(현지 시간)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서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작품을 ‘고향’으로 반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방문객 약 600만 명이 찾는 메트는 미 최대 사립 미술관이자 세계 5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홀라인 관장은 “메트는 뉴욕에 있지만 미국만의 미술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인의 미술관”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온 작품이 밀수나 약탈 등과 같은 불법적 취득에 관여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홀라인 관장은 지난해 ‘문화재 이니셔티브’를 출범한 뒤 메트의 소장품 출처 감사팀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최근 기원전 2900∼기원전 2600년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대 수메르 남성 청동상을 이라크에 반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트 측은 “1955년부터 약 70년 동안 소장했던 유물”이라며 “출처 조사를 통해 이라크 문화재임을 확인해 주미 이라크대사관에 연락해 반환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메트의 이런 노력은 최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약탈 문화재 반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2010년 한국과 이집트, 그리스 등 약탈 피해를 입었던 20여 개국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공동 대응을 공표한 ‘카이로 선언’ 이후 서구 박물관들은 더 큰 반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870년 설립된 메트는 유럽과 달리 식민지 유물 약탈 논란에선 다소 벗어나 있지만, 밀매조직 등과 연관된 작품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 맨해튼 검찰은 메트 소장품 가운데 장물로 입증된 45점을 압수해 이집트와 튀르키예(터키) 등으로 반환하기도 했다. 홀라인 관장은 “‘세계의 미술관’으로서 각국 정부와 협력해 투명하게 취득한 ‘세계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유명 작가 이불에게 건물 정면에 놓일 작품을 의뢰해둬 기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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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1분기 성장률 1.6%, 시장 전망 크게 하회…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지만 핵심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높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로 시장 전망치(2.4%)를 크게 밑돌았다. 1분기 소비지출은 2.5% 증가로 전분기인 2023년 4분기(10~12월)의 3.3%에 비해 줄어들었다. 소비지출도 시장전망치(3.0%)보다 낮아 ‘나홀로 성장’, ‘노랜딩’ 별칭이 붙었던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뜨거운 미국 경제의 약세는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감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물가상승률은 시장 전망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상승률은 3.4% 올라 1년여 동안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3.7%로 시장 전망치(3.4%)를 크게 웃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 물가상승률인 2%대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약한데 물가상승률은 치솟자 증시와 채권 시장 모두 크게 흔들렸다. 미 상무부 발표 직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400포인트 이상 하락해 1.1%, 나스닥 지수 선물은 1.7% 가량 하락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우려로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5%를 넘어섰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7%를 돌파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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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반환’ 앞장선다…뉴욕 메트 미술관장 “150만점 예술품 불법 취득 여부 조사”

    “우리 미술관이 소장한 약 150만 점의 예술품 가운데 불법 취득된 작품이 없는지 샅샅이 찾아보고 있습니다.”전 세계적으로 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박물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메트)도 불법 소장품 반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맥스 홀라인 메트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 시간)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서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작품을 ‘고향’으로 반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 뉴욕 메트 “투명하게 취득한 작품만 전시할 것”해마다 방문객 약 600만 명이 찾는 메트는 미 최대 사립 미술관이자 세계 5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홀라인 관장은 “메트는 뉴욕에 있지만 미국만의 미술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인의 미술관”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온 작품이 밀수나 약탈 등과 같은 불법적 취득에 관여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홀라인 관장은 지난해 ‘문화재 이니셔티브’를 출범한 뒤 메트의 소장품 출처 감사팀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최근 기원전 2900~2600년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대 수메르 남성 청동상을 이라크에 반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메트 측은 “1955년부터 70여 년 동안 소장했던 유물”이라며 “출처 조사를 통해 이라크 문화재임을 확인해 주미 이라크대사관에 연락해 반환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밀매조직 등과 연관된 작품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2년 맨해튼 검찰은 메트 소장품 가운데 장물이 입증된 45점을 압수해 이집트와 터키 등으로 반환하기도 했다.홀라인 관장은 “‘세계의 미술관’으로서 각국 정부와 협력해 투명하게 취득한 ‘세계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유명 작가 이불에게 건물 정면에 놓일 작품을 의뢰해둬 기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 반환 사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 멀어메트의 이런 노력은 최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약탈 문화재 반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비교적 최근인 1870년 민간 미술관으로 설립된 메트보다 역사가 긴 유럽의 저명 박물관들은 식민지 유물 약탈 과거까지 더해져 문제가 더 크다. 19~20세기 제국주의가 한창일 때 서구 열강이 전세계에서 도굴해갔던 문화재 중 상당수가 영국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독일 신(Neues)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 약탈의 최대 피해국으로 꼽히는 이집트의 가장 대표적 약탈품들인 덴데라 신전의 천궁도, 로제타스톤, 네페르티티 흉상도 각각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박물관, 독일 신박물관에 있다. 그러다 2010년 한국과 이집트, 그리스 등 약탈 피해를 입었던 20여 개국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공동 대응을 공표한 ‘카이로 선언’ 이후 서구 박물관들은 본격적인 반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반환 문제가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그리스-영국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19세기 영국이 그리스 신전에서 뜯어가 영국박물관에 전시 중인 ‘파르테논 마블스’의 반환을 촉구하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돌연 회담을 취소해버린 것이다.하지만 약탈국들이 자발적으로 반환하지 않는 한 소송으로 반환 받기란 쉽지 않다.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마땅치 않은 데다가 역사적 혼란기에 ‘거래’가 아닌 불법으로 반출됐음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메트처럼 자발적 반환 사례도 늘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과거 식민지배 역사를 사죄하며 2022년 베를린 민속박물관에 있던 탄자니아의 고대 유물들을 영구 임대 형식으로 반환했다. 국제정세의 변화도 반환 움직임을 촉발하는 배경으로 제시된다. 옛날에야 피약탈국의 열악한 보존 환경을 내세워 서구 열강들이 반환을 거부했지만, 이들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루브르박물관 등에 있는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을 추진 중인데, 최근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이 커지자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개선해 이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다만 2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박물관은 현재 4개 국가와 반환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대표적 문화재인 로제타스톤은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정작 주목도가 높은 유물의 자발적 반환은 아직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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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먹는 하마’…메타發 막대한 투자 우려에 AI 낙관론 흔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1분기(1~3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지만 인공지능(AI)에 4~5조 원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가 시간외거래에서 15%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반도체 하나에 수 천 만원, 데이터 센터 설립에 수 십 조 원이 드는 ‘돈 먹는 하마’ AI가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할만큼 지속가능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메타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365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362억 달러)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순이익도 124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7% 급등했다.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강화 이후 위축됐던 메타의 광고 매출이 다시 순항하고 있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문제는 AI 투자비였다. 메타는 “AI 로드맵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며 연간 자본 지출 가이던스를 300~370억 달러에서 350~4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상한선 기준 30억 달러(4조 원) 가량을 데이터센터 구축과 같은 AI투자에 더 쓰겠다는 의미다. 수익성에 비해 수십조 원 투자가 과도하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메타 실적발표 이후 메타에서 발을 빼기 시작해 이날 시간왜 거래에서 메타의 주가는 15.13% 떨어졌다. 시가총액 수십조 원이 사라진 것이다. 마크 저커버거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더욱 발전된 모델과 세계 최대 규모의 AI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새로운 (AI)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전에 의미 있게 이뤄져야할 투자”라고 투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선도적인 AI를 구축하는 것은 과거 다른 작업에 비해 크고,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은 많이 들겠지만 실제 수익까지 오래 걸릴 것이란 의미라 시장의 AI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래 기술 베팅이 결국 투자자들에게 보상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5억 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 대비 60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챗GPT 열풍 이후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조 원을 AI 인프라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쏟아부었고, 엔비디아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스타가 되는 계기가 됐다. AI 투자 열풍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도 세계 증시 랠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메타발 AI 투자 우려에 2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365억 달러∼390억 달러로 시장전망치(중간값 383억 달러)를 하회해 테크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주들이 줄줄이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개장한 한국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들도 이 2, 3% 안팎으로 하락 중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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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어닝쇼크에 콧대 낮춘 머스크 “내년초 저가 전기차 출시”

    《‘순익 반토막’ 어닝쇼크 테슬라 “내년초 저가 전기차 출시”전기차의 상징인 테슬라의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5% 급감했다. 1분기 매출 또한 9% 줄었다. 중국산(産) 저가 전기차의 공세로 테슬라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3일 “2025년 초 (저가)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까지 가세하며 전기차 저가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분기(1∼3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다고 2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 달러(약 29조3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산라인이 타격을 입었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자 2012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잉여현금흐름도 약 25억 달러 마이너스였다. 다만 ‘어닝 쇼크’의 실적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초에 (저가)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저가 모델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으로 미래로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3.3% 급등했다.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차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기대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주가도 상승했다.● “테슬라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 테슬라의 실적 부진은 앞서 발표된 테슬라 차량 인도 물량 감소로 예견돼 왔다. 머스크 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독일 공장의 생산 중단 사태 등을 언급하며 “예상치 못한 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지금은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고전 중인 테슬라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머스크 CEO는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찬바람’에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에 대해선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실적 보도자료에서 “더 저렴한 모델을 포함한 신차 라인의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머스크 CEO는 “2025년 초에는 (저가)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2만5000달러(약 3400만 원)짜리 저가 전기차인 ‘모델2’ 출시 계획이 무산됐다는 보도를 머스크 CEO가 직접 나서 부인한 것이다. 현재 테슬라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3’ 가격은 3만9000달러 수준이다. 머스크 CEO의 저가 모델 생산에 대한 발언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테슬라 주가 상승 폭은 커졌다. 시장은 저가 모델이 테슬라 수익 둔화의 돌파구가 되고, 전기차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저가 전기차 경쟁 격화될 것”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저가 경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심화되는 와중에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할인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형 차량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것도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해 시작가가 1만 달러에 불과한 전기차인 ‘시걸’을 내놨다. 중국의 전기차 회사 샤오펑 역시 저가형 브랜드를 출범해 현재 판매 가격(20만∼30만 위안)의 절반 수준인 보급형 차량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 기아도 상반기(1∼6월) 중 3000만 원대로 예상되는 소형 전기차인 ‘EV3’를 출시하고,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7∼12월)에 2000만 원대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EV’를 내놔 보급형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다. 테슬라의 내년 저가 모델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 CEO는 이날 “테슬라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업”이라며 전기차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자율주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은 테슬라의 투자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올해 말에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내년에는 외부에 판매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테슬라는 그간 옵티머스가 커피를 끓이고 요가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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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학 反戰시위, 경찰 진압에 격화… 분노한 2030 대선 변수로

    “밀리지 마세요. 자기 자리를 지키세요!” “뉴욕대 학생 여러분, 해산하길 바랍니다.” 어느 한쪽 물러서지 않는 대치는 결국 충돌로 이어졌다. 22일 오후 9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 인근 뉴욕대(NYU).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을 외치던 학생 수백 명이 경찰과 맞서다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이 일부 학생들을 연행하자 학생들은 더욱 거세게 저항하며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이날 시위는 NBC 등 미 주요 방송들도 생중계하며 심각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미 대학가가 반(反)유대주의 논쟁을 촉발시킨 데 이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의 무대가 되고 있다. 18일 컬럼비아대에서 시위대 108명이 경찰에 체포된 뒤 대학 시위는 미 전역으로 거세게 번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유대주의를 경계한다”는 성명과 함께 차분한 대응을 요청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층이 등을 돌리고 있어 집권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찰 강경 진압에 격해지는 시위대 이날 오전 미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경찰은 “예일대에서 시위대 60여 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 시위대 체포 4일 만이다. 이들은 19일부터 예일대 총장실 인근 바이니키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었다. 피터 샐러베이 예일대 총장은 성명을 통해 “대학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위대 체포를 허용했다”며 “예일대는 유대인, 무슬림 및 기타 커뮤니티 구성원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모든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예일대 캠퍼스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연행한 건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강경 대응은 오히려 시위 확산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시위에 참여한 법대생 말라크 아파네는 뉴욕타임스(NYT)에 “컬럼비아대 학생들의 용기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유대인 명절 ‘유월절’ 첫날인 22일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유월절을 맞아 거리로 나온 양측 지지 세력이 자칫 심각한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버드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중앙 광장인 ‘하버드 야드(Yard)’의 출입을 26일까지 통제했다. 해당 구역에서 사전 허가 없이는 텐트 등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도 금지했다. 지난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는 다음 달 예정됐던 졸업생 대표의 연설을 취소했다. 친이스라엘 단체들이 “해당 학생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무슬림”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탓이다.● 등돌리는 2030… 美 대선 변수로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대학가에 들불처럼 일어나는 시위는 난감한 문제다. 한쪽을 편들 수도 없거니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무작정 비난하기도 곤란하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이 이런 정부의 태도를 이스라엘 편향적이라고 보는 건 다가올 대선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는 29%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26%)보다 불과 3%포인트 앞섰다. 미 뉴욕에 사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진보 성향인 젊은 세대에게 중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부모 세대와 달리 우린 세계대전이나 나치에 대한 기억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압박이 더 생생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컬럼비아대 대학원생도 “이스라엘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경찰이 대학 캠퍼스에 진입해 학생들을 끌고 가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이스라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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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현장을 가다/김현수]美뉴욕 설탕공장 지역의 변신… 규제 완화로 명품 거리로 탈바꿈

    《“주말마다 이래요. 사람이 몰려서 빠져나가기도 힘들어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노스 6번가에서 만난 택시기사 후메이얀 씨(27)는 툴툴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한 블록도 움직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최근 브루클린에서 가장 ‘힙’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스버그’ 지역이다. 윌리엄스버그는 이스트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와 마주 보고 있는 브루클린 동네다. 20세기 초엔 공장지대였고, 1990년대는 할렘과 함께 대표적 우범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젠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세련된 상점들이 즐비해 뉴욕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날 방문한 이스트강에서 노스 6번가로 이어지는 중심가는 평소처럼 젊은이들로 크게 붐볐다. 나이키, 코스 같은 글로벌 의류브랜드부터 르 라보, 바이레도, 샤넬뷰티 등 명품 뷰티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가득했다. 마치 맨해튼의 소호 지역을 옮겨 놓은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특히 현지에선 최근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상륙이 윌리엄스버그 대변신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플래그십 매장 개장을 목표로 노스 6번가에 부지를 마련한 에르메스는 최근 인근에 임시 매장을 열어 뉴요커들의 관심을 모았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를 두고 “뉴욕에서 낙후 지역 활성화의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규제 푼 윌리엄스버그의 변신 “창의적인 예술가들은 원래 소호에 살았어. 그런데 너무 비싸져서 트라이베카로 옮겼고, 트라이베카가 비싸지니 브루클린으로 이동했지. 아마 다음은 부모님 집일 거야.”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20년)에서 주인공 개츠비(티모테 샬라메)는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재치 있게 꼬집었다. 비싼 임대료 탓에 터전을 잃어가는 청년들의 설움은 뉴욕이나 서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윌리엄스버그가 주목받은 것도 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었다. 맨해튼에서 밀려난 이들이 유입되며 동네 분위기가 차츰 변해갔다. 과거 번성했던 설탕이나 우산, 섬유 공장이 문을 닫으며 버려진 건물들에, 싼 임대료를 찾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생기를 찾았다. 결정적 변신의 계기는 2005년에 찾아왔다.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이 지역의 용도변경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브루클린에서 퀸스에 이르는 이스트강 강변 지대는 원래 산업용도로 묶여 있었으나, 고질적 주택난 해소 및 새로운 산업 유치를 위해 규제를 풀어버렸다. 블룸버그 시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금싸라기 땅인데도 오랫동안 버려졌던 이곳을 쓰레기장이나 발전소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즐기고 일하는 지역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뉴욕시는 이스트강 강변지대를 주거 및 상업 용도로 전환하고, 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에 세액 공제와 인프라 건설 같은 지원을 제공했다. 특히 아파트의 30% 가구 안팎을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 임대로 구성하면 고도 제한까지 풀어 30∼50여 층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 심지어 25년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했다. 장기임대 가구의 확보는 기존에 거주하던 저소득층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파격적 지원 덕에 윌리엄스버그부터 북쪽 그린포인트, 퀸스 롱아일랜드시티 등은 2010년 전후로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시는 공원과 공공 예술에 투자해 강변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놨다. 19세기 말 지어졌던 ‘도미노 설탕 공장’은 최신 오피스 빌딩으로 전환됐고, 젊은 중상층 거주자들이 늘어나 소매점들도 덩달아 증가했다. 2017년엔 이스트강을 다니는 수상버스 ‘NYC 페리’도 도입했다. 앤드루 킴벌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YCED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구역 재조정, 세액공제를 통한 대규모 주거개발, 수상 대중교통 도입 등으로 뉴욕 이스트강 강변지대는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도시 개발의 핵심은 대학” 뉴욕 강변 개발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17일 찾은 맨해튼 남쪽 섬 거버너스아일랜드 역시 새로운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강물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면적 약 70만 ㎡의 섬으로 월가에서 남쪽으로 800여 m 떨어져 있다. 여의도의 약 25% 크기인 이곳은 남북전쟁 시절 남부군 감옥이 있었으며, 18세기 이후 미 군부대가 주둔하던 미개발 지역이다. 현장에서 만난 새러 크라우트하임 거버너스아일랜드재단 부대표는 페리 선착장 쪽을 가리키며 “4년 뒤 여기에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대학과 연구센터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로부터 섬의 관리를 위임받았을 때, 주거 용도로는 개발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었다”며 “거주민이 없어 실험적 연구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세계적인 기후변화 연구 허브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은 월가에서 가깝긴 해도 사실상 버려진 섬이던 거버너스아일랜드를 두고 뉴욕시와 NYCEDC, 거버너스아일랜드재단 등은 10년 넘게 고민했다. 결국 브루클린이나 퀸스 강변은 주거단지로, 이 섬은 미래 산업 연구의 전초기지로 만들기로 결론 내렸다. 킴벌 CEO는 “도시가 계속해서 살아 있으려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미래의 일자리인 ‘그린 테크’ 분야를 뉴욕에 유치하는 게 가장 전망이 높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뉴욕시는 세계 주요 대학들에 기후변화연구센터 제안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전했다. 50여 개 대학이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스토니브룩대와 조지아공대, 듀크대, IBM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합 스토니브룩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무려 7억 달러(약 9646억 원) 이상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섬에선 이미 기후변화 관련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안에서 굴을 키워보는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헬렌 헤트릭 커뮤니케이션담당 국장이 연안 부두에 걸린 밧줄을 끌어올리자 작은 우리 안에 진흙과 굴이 얽혀 있는 게 보였다. 헤트릭 국장은 “뉴욕 굴요리 레스토랑에서 수백만 개의 껍데기를 가져와 굴이 자라도록 키우고 있다”며 “굴은 바다 오염을 정화하는 필터 역할을 하는 데다 자연재해도 막아주며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복원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은 거버너스아일랜드 개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과거 이스트강의 또 다른 섬 루스벨트아일랜드 개발에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미 월가가 초토화되자, 당시 막 부상하고 있던 ‘실리콘밸리’를 뉴욕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스타트업과 신기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스탠퍼드대처럼, 코넬공대를 루스벨트아일랜드로 유치해 뉴욕 테크 산업의 허브로 키워냈다. 뉴욕시는 ‘기후 익스체인지’로 불릴 거버너스아일랜드의 새 캠퍼스도 22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연간 대학생 600명과 직업 훈련생 6000여 명, 교수진 250여 명이 상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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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준 인사 “연내 금리 못내릴 수도”… 日은 추가 인상 시사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잇따라 기준금리에 대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인상, 잡히지 않는 물가 상승 등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일본 등은 ‘달러 1강(强)’에 따른 환율 상승(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물가 부담도 덜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의 실질적 ‘2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 경제의 성장세 덕에 “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는 경제 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전까지는 올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왔는데 이제 ‘올해’를 빼고 ‘언젠가는’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다. 심지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올해 말까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물가가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에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미 연준 관계자들의 표현이 달라진 것은 끈적이는 물가, 뜨거운 성장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복합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속적으로 2%대 물가상승률 회복을 자신해 왔다. 하지만 3월에도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3.5%로 나타나자, 다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리셋’ 상황이 됐다. 연준의 돌변에 맞춰 미 금융기관도 줄줄이 금리 인하 전망치를 바꾸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첫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을 기존 6월에서 12월로 옮겼다. 3월 금리 인하를 확신했던 골드만삭스는 7월부터 두 차례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엔저로 수입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큰 영향이 된다면 금융정책 변경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엔저로 수입 물가가 계속 오르면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뜻을 나타낸 것이다. 올 초 달러당 14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엔저 가속화로 155엔에 육박하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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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뒷일 생각 않는 이스라엘의 공격 지지 안해”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재보복 단행 전날인 18일(현지 시간) 미국 측에 ‘24∼48시간 이내에 공격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에 대해 ‘(군사 보복)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면서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을 강행했다. 중동전쟁 확전을 우려해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알려진 뒤 공식 언급을 삼가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 대신 고위 당국자들이 미 언론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말리려 애썼고, 우방 이스라엘은 보호하겠지만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NBC 방송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인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이스라엘의 반격 자제를 요청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고 NBC는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당국자는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게 나서는 것을 우려했다”고도 밝혔다. 앞서 이날 미국과 영국은 이란의 무인기(드론)와 철강 산업 등을 겨냥한 신규 제재를 동시에 발표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에 대해 경제 제재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돌발 행동을 막으려 한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외부 압력과 관계없이 보복 여부와 방식을 선택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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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전쟁’ 우려에 물건너간 금리인하… 각국 중앙은행 “금리인상” 언급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잇따라 기준금리에 대한 매파(통화정책 긴축)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인상, 잡히지 않는 물가 상승 등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일본 등은 ‘달러 1강(强)’에 따른 환율 상승(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물가 부담도 덜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의 실질적 ‘2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 경제의 성장세 덕에 “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전까지 올해에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왔는데 이제 ‘올해’를 빼고 ‘언젠가는’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다. 심지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올해 연말까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에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수사가 달라진 것은 끈적이는 인플레이션, 뜨거운 성장,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복합돼 인플레이션 전쟁에 승리를 선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속적으로 2%대 물가상승률 회복을 자신해 왔다. 하지만 3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3.5%로 나타나자 다시 처음부터 시장의 인하 기대치를 조정하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해야하는 ‘리셋’ 상황이 됐다.미 연준의 수사가 달라진 것은 끈적이는 인플레이션, 뜨거운 성장, 중동전쟁 불확실성이 복합돼 인플레이션 전쟁에 승리를 선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준의 매파 돌변에 맞춰 미 금융기관도 줄줄이 금리 인하 전망치를 바꾸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첫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을 기존 6월에서 12월로 옮겼다. 3월 금리 인하를 확신했던 골드만 삭스는 7월부터 두 차례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엔저로 수입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큰 영향이 된다면 금융정책 변경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엔저로 수입물가가 계속 오르면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 뜻을 나타낸 것이다. 올 초 달러당 14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엔저 가속화로 155엔에 육박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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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이란 공격 하루전 美에 통보…美 말렸지만 강행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재보복 단행 전날인 18일(현지 시간) 미국 측에 ‘24~48시간 이내에 공격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에 대해 ‘(군사 보복)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을 강행했다.중동전쟁 확전을 우려해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알려진 뒤 공식 언급을 삼가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 대신 고위 당국자들이 미 언론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말리려 애썼고, 우방 이스라엘은 보호하겠지만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NBC방송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인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이스라엘의 반격 자제를 요청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고 NBC는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당국자는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게 나서는 것을 우려했다”고도 밝혔다.앞서 이날 미국과 영국은 이란의 무인기(드론)와 철강 산업 등을 겨냥한 신규 제재를 동시에 발표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에 대해 경제 제재 방식으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돌발 행동을 막으려 한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외부 압력과 관계없이 보복 여부와 방식을 선택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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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장비 1위’ ASML 순익 37%-수주 61% 급감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1분기(1∼3월)에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 열기가 ‘반도체의 겨울’을 녹이고 있지만 AI 칩 외 전반적인 업황 회복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SML은 18일(현지 시간) 1분기 매출은 52억9000만 유로(약 7조7800억 원), 순이익은 12억2000만 유로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6%, 37.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전 분기 대비 61% 줄어든 36억 유로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54억 유로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삼성전자나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래 반도체 수요를 예측해 장비를 구매한다. 이에 업체들이 신규 장비 주문을 미룬 것은 여전히 반도체 재고가 쌓여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칩에 대한 뜨거운 수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모바일용 칩 등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AI 훈풍’ 탄 TSMC 깜짝실적… 반도체 장비 ASML은 아직 ‘겨울’ AI外 모바일-PC 반도체 회복 느려일각 “반도체의 봄 멀어질수도”ASML 어닝쇼크에 관련株 줄하락“메모리 반도체 등 재고 아직 쌓여” “인공지능(AI) 칩은 수년 동안 TSMC 매출 성장의 가장 강력한 드라이브가 될 것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 웨이저자(魏哲家)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 발표회에서 “AI 칩 수요는 매우 뜨겁고, 전통적인 서버 수요는 여전히 낮다”며 이같이 밝혔다. TSMC는 이날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도 1분기에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TSMC의 강력한 실적은 ‘반도체의 겨울’을 밀어내는 AI 훈풍을 분명히 보여줬다. 문제는 모바일과 PC 칩 등 전통적인 부문에서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1분기 실적 부진도 이를 시사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래 수요를 예측해 장비를 구매하기 때문에 ASML의 신규 수주액은 반도체 업황을 선행적으로 보여준다. TSMC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산업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 이상’에서 ‘10% 수준’으로 조정했다. ● ‘반도체의 봄’ 부른 AI발 훈풍TSMC는 이날 1분기 매출이 5926억4000만 대만달러(약 25조2000억 원), 순이익이 2254억9000만 대만달러(약 9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8.9% 증가한 수치로 반도체 침체가 본격화된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도 소폭 상회했다. TSMC의 주요 고객인 애플의 부진에도 또 다른 고객 엔비디아발(發) AI 칩 열기가 깜짝 실적을 이끈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를 시작으로 올해 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 CEO는 “반도체의 전반적인 수요가 갑자기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주도하는 반도체 신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파운드리도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AI 수요가 계속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이뤄지고,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고용량 낸드 플래시 등의 수요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선행하는 장비 수요는 주춤 TSMC 실적 발표는 전날 유럽에서 ASML의 ‘어닝 쇼크’ 이후 나온 것이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36억1000만 유로(약 5조2900억 원)로, 시장 전망(54억 유로)을 크게 밑돈 것은 물론이고 전 분기보다 61% 감소했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주문은 전 분기의 56억 유로에서 6억5600만 유로로 급감했다. 대니얼 오리건 미즈호 시큐어리티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와 TSMC가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에 쓰이는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있어 신규 (EUV 장비) 주문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봄은 왔지만 아직 여름까지는 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체들의 감산 등으로 메모리 가격이 오르며 업황이 회복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수요가 강하지 않아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고금리 장기화 속에 ASML의 부진한 실적까지 더해져 이날 엔비디아(―3.87%), ARM(―11.99%), AMD(―5.78%) 등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TSMC발 AI 칩 훈풍 소식에 삼성전자(+0.89%)와 SK하이닉스(+2.01%)는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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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금리인하 오래 걸려”… 긴축 지속에 ‘킹달러 독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장기간 미룰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초강세(킹달러) 흐름이 재연되고 있다. 전날 1400원 선을 터치한 원-달러 환율은 17일 한일 재무장관의 사상 첫 공동 구두 개입 속에 하락 마감했지만 여전히 1380원대에 머물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0%에 다다르고 있다는 데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그러한 확신을 얻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그는 “노동 시장의 강세, 현재의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데이터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분간 금리 인하 계획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긴축 장기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외환당국의 잇따른 구두 개입 속에 환율은 8거래일 만에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1% 가까이 내린 2,584.18로 마감하며 두 달여 만에 2,6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워싱턴에서 회동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사상 처음으로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섰다. 역시 워싱턴에서 CNBC 방송과 인터뷰를 가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환율)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4.66엔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뉴욕에서 154.79엔까지 뛰며 3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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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자금 빨아들이는 ‘킹달러’… 인니-페루-폴란드 등 화폐가치 급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 장기화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는 ‘킹달러’의 귀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高) 위기’가 겹치면서 세계 각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대폭 올렸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5%)을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미국 경기가 침체하지 않고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회복 시나리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 수요는 더욱 강해졌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를 넘었다가 4.9%대에 자리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한때 4.669%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높였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지역 및 신흥국의 화폐가치는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7% 넘게 올랐고, 엔-달러 환율도 34년 만에 154엔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와 페루 등도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폴란드와 태국 등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환율 상승 여파로 신흥국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유출되는 현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글로벌 펀드들이 이달 들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22억 달러를 순매도했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인해 미국 국채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자본 유출 우려에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 둔화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큰 충격이 없다면 제한적 통화정책을 완화할 시기로 향하고 있다”며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경기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데다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관련 산업도 주도하고 있어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다른 국가 경제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각국의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할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 세계 각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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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親바이든 배심원 후보에 불평… 판사 “겁주지 말라” 경고

    “저는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사원)’의 팬이었습니다.” “누구도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피고인 자격으로 형사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의 유죄 여부를 가릴 배심원 선정 심문이 이틀째 이어졌다. 배심원단 12명과 대체후보 6명을 뽑는 심문은 길게는 2주 정도 걸릴 예정이나 이날 벌써 7명이 확정됐다. 검찰과 트럼프 측이 모두 동의한 7명은 아일랜드 출신 세일즈맨과 종양학 간호사, 푸에르토리코 출신 할아버지, 할렘 출신 중학교 교사, 변호사 2명, 디즈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성별로는 남성 4명과 여성 3명으로 세일즈맨이 배심원단 대표를 맡게 됐다. 이 가운데 중학교 교사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사무실에 앉아 자기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사람보단 트럼프가 낫다고 말했다”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트럼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재판은 유무죄 평결을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때문에, 소수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 기울면 쉽게 평결을 내기 어려워진다. 이날 배심원단 후보로 뽑힌 이들의 견해를 듣는 심문 과정을 트럼프 전 대통령도 피고석에 앉아 경청했다. 한 시민이 그가 출연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팬이란 말에 미소를 지었으며, 자신의 저서를 읽었다는 대답이 나왔을 땐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판사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여성 배심원 후보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에 참석한 영상이 소개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향해 중얼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후안 머천 판사는 “무슨 말인지 들리진 않지만 배심원을 향해 직접 언행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배심원들이 겁먹게 놔두지 않겠다”고 주의를 줬다. 미 뉴욕주 배심원단은 지역 유권자 명부에서 무작위로 소집되며, 거부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검찰과 트럼프 변호사들은 전날 예비 배심원단 96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들의 성향을 분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들을 뽑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판은 매주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4일 동안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린다. 18일 재판이 재개되면 나머지 배심원단 11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현지 매체들은 “예상보다 선정 속도가 빨라 22일이면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머천 판사 역시 확정된 배심원들에게 “22일에 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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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법원, 트럼프 운명 결정할 배심원 선정 이틀째… 12명 중 7명 확정

    “저는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사원)’의 팬이었습니다.” “누구도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1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피고인 자격으로 형사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의 유죄 여부를 가릴 배심원 선정 심문이 이틀째 이어졌다. 배심원단 12명과 대체후보 6명을 뽑는 심문은 길게는 2주 정도 걸릴 예정이나, 이날 벌써 7명이 확정됐다.검찰과 트럼프 측이 모두 동의한 7명은 아일랜드 출신 세일즈맨과 종양학 간호사, 푸에르토리코 출신 할아버지, 할렘 출신 중학교 교사, 변호사 2명, 디즈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성별로는 남성 4명과 여성 3명으로 세일즈맨이 배심원단 대표를 맡게 됐다.이 가운데 중학교 교사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사무실에 앉아 자기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사람보단 트럼프가 낫다고 말했다”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트럼프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재판은 유무죄 평결을 배심원단의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때문에, 소수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 기울면 쉽게 평결을 내기 어려워진다.이날 배심원단 후보로 뽑힌 이들의 견해를 듣는 심문 과정을 트럼프 전 대통령도 피고석에 앉아 경청했다. 한 시민이 그가 출연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팬이란 말에 미소를 지었으며, 자신의 저서를 읽었다는 대답이 나왔을 땐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판사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여성 배심원 후보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에 참석한 영상이 소개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향해 중얼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한다. 후안 머천 판사는 “무슨 말인지 들리진 않지만 배심원을 향해 직접 언행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절대 배심원들을 겁먹게 하지 않겠다”고 주의를 줬다.미 뉴욕주 배심원단은 지역 유권자 명부에서 무작위로 소집되며, 거부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검찰과 트럼프 변호사들은 전날 예비 배심원단 96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들의 성향을 분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들을 뽑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판은 매주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4일 동안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린다. 18일 재판이 재개되면 나머지 배심원단 11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현지 매체들은 “예상보다 선정 속도가 빨라 22일이면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머천 판사 역시 확정된 배심원들에게 “22일에 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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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의장마저…금리인하까지 “더 오래 걸릴 것” [연준 돋보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를 기존 전망보다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1, 2월 뜨거운 물가 지표가 추세적 변화인지 튀는 지표인지 두고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던 파월 의장이 3월에도 높은 물가지표에 고금리의 장기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1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캐나다 정책 포럼에 참석해 “최근 데이터는 명백히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다다르고 있다는데)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러한 확신을 얻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시장의 강세와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제약적 정책이 작동하도록 시간을 갖고, 향후 데이터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파월 의장의 이번 포럼은 이달 30일, 5월 1일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 마지막 공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3월 FOMC 이후 일관되게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진전하고 있다”며 1, 2월 물가지표는 “목표를 향해가는 길의 울퉁불퉁한 장애물” 정도로 “전반적인 (둔화) 스토리는 변화하지 않았다”라고 낙관했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다. 불과 5주 전만해도 파월 의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연준이 금리 인하에 필요한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확신을 얻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해 세계 금융시장은 축포를 터뜨린 바 있다. 앞서 상당수 FOMC 위원들은 미국의 뜨거운 경제와 끈적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러차례 경고음을 내 왔다. 이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지속적인 물가 압력으로 인해 차입 비용(금리)을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를 포함한 일부 최근 데이터가 연착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이 고금리의 장기화를 공식화하자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중 5%를 넘었다가 4.9%대에 안착했다.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도 4.669%까지 올라 올해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라 당장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비롯해 차입비용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파월 의장의 고금리 장기화 공식화에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도 0.21% 떨어진 5051.42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12% 하락한 1만5865.25에 거래를 마쳤다.시장은 3월 CPI와 소매판매지표가 모두 시장 전망을 상회하며 6, 7월 금리 인하 기대를 접은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까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약 70%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금리를 내려도 내년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이날 투자보고서에서 “올해 연준이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물가상승률이 2.5% 이상으로 고착된다면 내년 초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해 중반엔 연준 금리가 (현 5.25∼5.5%에서) 6.5%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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