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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도 치솟는 식품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주요 식품의 가격 오름세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자 특히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 일본의 올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하지만 식품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크게 높았다. 서민들의 필수 먹거리인 유제품 및 계란이 11.8% 오른 것을 비롯해 과자류는 9.6%, 조리식품은 6.6% 올랐다. 프라이드치킨은 1년 전보다 19.2% 상승했고 서민들이 주로 찾는 카레는 15.7%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엥겔계수(전체 소비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는 지난해 기준 27.8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23년 만의 최고치였다. 일각에서는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엥겔계수는 작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농무부에 따르면 2023년 유지류 가격은 한 해 전보다 9.0% 상승했다. 설탕 및 과자(8.7%), 시리얼 및 베이커리 제품(8.4%)의 오름세도 우려할 수준이다. 시리얼 가격은 2022년에도 13% 올랐다. 2022년 기준 가구 가처분소득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의 최고치였다. 유명 시리얼 제조사 켈로그의 게리 필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에 출연해 “고물가 시대의 저녁 식사로 시리얼이 어떠냐”고 발언했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뉴욕시 퀸스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시리얼 한 박스의 가격이 10달러(약 1만3300원)가 넘는다. 곁들일 우유, 과일 값까지 생각하면 비싸다”며 시리얼이 더 이상 서민용 음식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에 미 식품기업들은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아무도 빅테크 경영진을 선출하지 않았다.”지난해 7월 미국 민주·공화당 두 상원의원이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공동 기고문은 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한 의원은 진보 색채가 뚜렷한 엘리자베스 워런, 다른 의원은 낙태 금지법 발의의 주역 린지 그레이엄이다. 좌우 극단적 성향인 의원들이 ‘공동의 적’ 빅테크를 상대로 뜻을 모아 더 울림이 컸다.두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5대 빅테크가 “경제, 사회, 민주주의에 대해 너무 많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며 직격했다. 선출직이 아닌 빅테크 경영진이 디지털 세계는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절대적 지위를 누린다는 취지다. 미 의회가 빅테크 독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도 들렸다.》유럽도 역대급으로 강한 빅테크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 시행됐다. 유럽연합(EU)이 DMA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6개 기업은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중국)를 빼면 모두 미 기업이다. 미 재계는 ‘미 기업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나 미 의회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유럽과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란 점도 한몫했지만, 빅테크 독점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드러낸 방증이란 분석도 나왔다.● “혜택만 누리고 혁신 뒤에 숨지 말라” 사실 미국은 기업 규제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엔 회의적이다. 때문에 EU의 DMA와 비슷한 빅테크 규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대신 대규모 소송전으로 빅테크와의 전쟁에 나섰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테크 기업들은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하지만, 미 자본주의는 철도·통신 회사 독점을 규제해 구글이나 애플 같은 ‘신생’ 회사를 키우며 성장했다”고 짚었다.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기업은 단연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미 법무부를 상대로 검색엔진 및 광고 기술 시장에 대한 두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이나 애플 기기에 구글 검색앱을 선탑재하는 불법 계약을 맺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1998년 MS의 웹브라우저 선탑재 소송과 닮았다. 당시 MS의 반독점 소송은 후발 주자 구글이 부상하며 시장이 격변하는 계기가 됐다. 26년이 지나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3% 수준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서 “구글 독점이 심각하며 인공지능(AI)도 지배하려 할 것”이라고 증언한 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번 소송도 구글이 패소하면 사업 분할 등으로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구글의 디지털광고 시장 장악도 소송이 임박했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은 지난해 “디지털광고 기술(애드테크) 사업부를 해체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장에선 미 정부가 승소하면 1982년 통신회사 벨시스템(현재 AT&T) 분할 이후 최대 반독점 기업 분할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소송은 유럽에서도 제기됐다. 지난달 독일 언론사 악셀스프링거 등 32개 미디어그룹은 “구글이 디지털 광고를 싹쓸이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21억 유로(약 3조471억 원)를 배상하란 소송을 걸었다. 애플도 난관에 부닥쳤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애플의 독점 관행을 손보려 소송전에 나섰거나 검토 중이다. 유럽은 DMA 시행 이전인데도 5억 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웨덴 음악스트리밍 앱 기업인 스포티파이가 “애플이 앱스토어 결제만 유도하는 ‘인앱결제’로 경쟁을 방해했다”며 제소한 결과다. 미 법무부도 조만간 앱스토어 독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다.● “소셜미디어가 담배와 다를 게 뭐냐” 세계 당국들이 플랫폼 독점과 더불어 문제 삼는 또 하나는 ‘중독’ 이슈다. 빅테크 독점에 철도·통신회사 독점 규제와 같은 잣대를 들이밀었듯, 소셜미디어 중독엔 ‘담배와의 전쟁’과 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 중독을 야기해 공중보건 위기가 벌어졌으니, 이에 대한 시정은 물론 복지 부담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미 30여 개 주 법무장관 등이 관련 소송을 건 데 이어 지난달 뉴욕시도 메타와 구글, 틱톡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이들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부추긴다”고 성토했다. 뉴욕시 등은 이들이 광고 수익을 키우려고 알고리즘을 통해 청소년 중독을 조장했다고 본다. “뉴욕시는 해마다 청소년 건강 프로그램에 1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며 피해도 호소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달 미 소셜미디어 청문회에서 유족들이 “소셜미디어가 사람을 죽인다”고 비난하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사죄의 뜻을 전한 뒤 불거졌다. 빅테크 독점과 중독 이슈는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소셜미디어의 ‘표현의 자유’ 문제는 민주·공화당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다. 특히 이 이슈는 현재 정치적 논란으로 번져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건 때 게시글을 올렸다가 계정이 차단된 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플로리다와 텍사스주는 소셜미디어의 자체적 게시물 삭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빅테크가 반발하며 이 법의 유지 여부는 대법원이 결정짓게 됐다. NYT는 “온라인 시대 수정헌법 1조를 두고 벌이는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고 평했다.● 다음 타깃은 AI… “빅테크 의존 우려해야” “법엔 인공지능(AI)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다.”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올 초 “(AI 기업들이) 혁신을 주장하며 위법을 숨기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FTC는 지난해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부풀렸다”며 네 번째 반독점 소송을 걸었다. 이후 연말부터 AI 독점을 면밀히 살필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실제로 빅테크 소송의 다음 타깃은 AI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점과 중독, 허위 정보 등 빅테크 관련 소송의 모든 쟁점이 AI 분야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AI는 가공할 위력이 악용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다. FTC와 유럽 당국은 MS나 구글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위법이 없는지 조사에 나섰다. 각각 오픈AI와 앤스로픽에 투자해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원래 기업 합병은 경쟁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오픈AI처럼 비영리법인 투자는 공시 의무가 없는 점을 노려 심사를 피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칸 위원장도 “빅테크가 AI 신생 기업을 장악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AI 분야의 독점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발 비용이 커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향후 어떤 영향력을 가질지 짐작하기 어렵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반도체 협력을 위해 중동에 다녀왔다”며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빅테크 경영진이 결정 내리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미 라인하트 AP통신 AI 전략 수석도 올 초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의 AI 활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빅테크에 의존할 가능성”을 꼽았다. 라인하트 수석은 “언론사들이 구글 AI 툴에 적응할 무렵에 구글이 공급을 끊거나 비용을 올릴 가능성을 상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고물가시대 저녁식사로 시리얼 어떤가요.가격이 괜찮거든요.”지난달 시리얼 제조사 켈로그의 게리 필닉 최고경영자(CEO)가 CNBC에 출연해 이 같이 발언하자 미국이 들끓었다.인플레이션이 둔화에도 식품 물가는 치솟아 저소득층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 회사 CEO의 발언이 분노를 자극한 탓이다.미 뉴욕시 퀸스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저녁에 고기도 못 먹는 우리를 놀리는 것 같다”며 “문제는 시리얼 가격도 한 박스에 10달러가 넘는다. 시리얼에 곁들일 우유,과일 값까지 생각하면 그것도 비싸다”며 고개를 저었다. 켈로그는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던 2022년부터 ‘저녁에 시리얼을 먹자’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 왔고, 필닉 CEO의 발언도 회사 캠페인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럼에도 미 소비자들이 분노한 것은 3년째 이어지는 식품 고물가에 민감해 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미 농무부(USDA)발표에 따르면 2022년 미 가구 가처분 소득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1991년(11.4%)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엥겔지수가 30년 전으로 회기한 셈이다.미 농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유지류의 가격이 9%로 가장 빠르게 올랐고, 설탕과 과자가 8.7%, 시리얼과 베이커리 제품이 8.4% 급등했다. 시리얼은 2022년에도 13% 올랐었다.미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임에도 식품 물가가 오르는 배경에 대해 식품 업체들은 원재료와 최저임금 상승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레오 제조사 몬델레즈는 올초 카카오 가격 급등에 과자 값을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미국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에도 식품 물가 급등으로 저소득층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의 바가지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식품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미 민주당 의원들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제품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단속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한국 금융통화위원회 격)에서 17년 만에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기업 임금이 33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르고 물가 상승세도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용 정책 수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이 다소 주춤해져 엔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7월 이후로 늦출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역시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일본은행 17년 만에 금리 인상”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금리 슈퍼위크’가 이번 주 펼쳐지는 가운데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국가는 단연 일본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16년 2월부터 유지 중인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연 ―0.1%인 단기금리를 0∼0.1%로 올려 ‘금리 있는 세계’로 발을 내디딜 가능성이 크다. 연내 0.25%까지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엔저 현상이 꺾이며 엔화 가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축소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면 엔-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원-엔 환율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대폭적인 임금 인상이 있다. 일본 최대 노조단체 렌고에 따르면 올 대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5.28%로 33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2%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실질임금 상승 상황이라 금리를 올릴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국회에서 “임금-물가 선순환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금리 인상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는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금리 인상에 맞춰 정부 공식 보고서로 23년 만의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 지속, 낮은 노동생산성 등으로 성장세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 금리 인하 타이밍 찾는 미국 미 연준은 피벗(정책 전환)을 앞두고 적절한 타이밍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9, 20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점도표가 공개될 예정이라 더욱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점도표는 19명의 연준 위원이 생각하는 향후 적정 금리 수준을 각각 점으로 찍어 나타낸 표를 말한다. 올해 말까지 연준이 어느 정도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지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에 후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5∼4.7%로, 현 금리 5.25∼5.5%보다 0.75%포인트 낮게 잡았다. 약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미다. 이번 점도표 중간값은 이보다 낮아질지 아니면 높아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시장은 그간 6월 금리 인하에 베팅해 왔지만 예상보다 높은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2%,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1.6%로 각각 전망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는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메모에서 거시경제 상황이 “골디락스(이상적인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연준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6월 동결 가능성을 일주일 전 약 26%에서 17일 오전(현지 시간) 기준 약 41%로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우려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계의 ‘우드스톡’ 축제를 놓칠 수야 없지 않나.” 미국 월가의 한 관계자는 18∼21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그래픽처리장치 기술 콘퍼런스) 2024’를 1969년 역사적인 록 페스티벌에 비유했다.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를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부르는 것처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행사도 같은 격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GTC가 열리는 새너제이 곳곳은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241.44% 뛰어오른 엔비디아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5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며 올해 온·오프라인을 합쳐 3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참가하는 국내외 기업도 250개가 넘는다. 행사장이 있는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인근 호텔들은 평소 300달러(약 40만 원)인 방을 900달러로 올렸는데도 빈 방이 거의 남질 않았다. 월가의 관심도 워낙 높아 뉴욕에서 가는 비행기 편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특히 황 CEO의 기조연설은 초미의 관심사다. 2014년 기조연설에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언급하며 AI로 업종 전환을 선언했던 그는, 올해는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차세대 칩 ‘B100’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측은 대만 TSMC의 최첨단 공정인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기술로 생산될 예정인 B100에 대해 “AI 업계에 획기적인 변혁(transformative)의 시대를 가져올 미래 비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GTC에 대규모 전시 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협력사로 부상하고 있는 두 회사는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신기술을 선보인다. HBM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는 미 마이크론도 GTC를 후원하며 새로운 AI 솔루션을 내놓는다. AI계의 거물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AI 기업 xAI를 창립한 이고르 바부슈킨 전 구글 엔지니어, 마이크로소프트 생성AI 부사장인 세바스티안 뷔베크,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 오픈AI 최고운영책임자 브래드 라이트캡, ‘유럽판 오픈AI’ 미스트랄의 아르튀르 멘슈 CEO 등이 찾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GTC 2024를 계기로 AI 칩 열풍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기존 925달러에서 11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새너제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 법안은 틱톡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이를 악용하거나 미국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누군가의 손에 있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목적이다.”(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 이른바 ‘틱톡 금지법’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자 현재 미국이 중국과의 산업안보 전쟁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쇼우지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의 “일자리 30만 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처럼 당장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디지털 분야에서 우위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가 현재 가장 첨예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를 넘어 중국의 자동차와 배터리, 쇼핑 앱 등에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 미 포드자동차와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이 기술제휴한 미시간주 공장 설립 프로젝트가 미 의회의 압박 아래 난항을 겪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2월 포드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을 위해 세계 1위 CATL과 제휴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해 중국 측 기술만 전수받아 100% 포드의 자회사 공장을 짓겠단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 의회가 제휴 자체를 문제 삼자, 포드는 지난해 9∼11월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기존 투자액 35억 달러(약 4조6113억 원)를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틱톡 금지법을 발의한 미 의회의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지난달 국무부 등에 서한을 보내 “연방정부가 포드의 미시간주 공장 건설에 관여한 중국 기업 4곳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틱톡에 이은 미 의회의 다음 타깃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공습이 거센 저가 쇼핑 앱 ‘테무’와 초저가 의류브랜드 ‘쉬인’이다. 의회 일각에선 테무에 올라온 저렴한 상품들이 미국의 노동 기준을 준수하며 생산됐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모든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당 공화당 릭 스콧 상원의원 등은 최근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테무와 쉬인이 800달러 미만 개인 배송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내법을 악용하고 있다”며 “관련 법을 개정해 테무 등의 배송 물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블레인 루트커마이어 하원의원도 “테무를 신장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을 위반한 기업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하원이 13일(현지 시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 전체 인구 3억4000만 명 중 절반인 1억7000만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려면 상원 의회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연방의회 차원에서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을 퇴출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미 정치권은 그간 미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댄스를 통해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경계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로 본격화한 양국 간 기술 냉전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개인정보 수집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 퇴출은 11월 미 대선의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트럼프 반대에도 하원 통과 ‘일사천리’ 미 하원은 이날 ‘외국의 적(適)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5일 발의에서 이날 하원 통과까지 단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이트댄스가 165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는 더 이상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다. 사실상 지분 강제 매각과 시장 퇴출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법은 공화당 소속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 20여 명이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표결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 반대를 선언했지만 친(親)트럼프 강경파까지 대거 틱톡 퇴출에 찬성표를 던졌다. 백악관은 즉각 환영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의 개인정보와 광범위한 국가안보가 위협에 처해 있다”며 상원 통과를 주문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의회에서 틱톡 금지법이 통과되면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우량기업을 마구잡이로 탄압할 수 있다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라며 “남의 좋은 물건을 보고 법적 근거를 만들어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완전히 강도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싱가포르계인 쇼우지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이 금지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영세 사업자들의 주머니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앗아 가게 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에게 당신들의 의견을 전해 달라”고 젊은층에 여론전을 폈다. 지난해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 30세 미만 성인(18∼29세)의 3분의 1이 “주로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美 대선 변수로 부상한 ‘틱톡 퇴출’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킬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틱톡 금지법의 하원 통과 자체로 미중 기술 경쟁의 상징이 된 ‘틱톡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초 틱톡 규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중인 2020년 틱톡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한 매각 협상을 추진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현재 틱톡에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줄곧 틱톡 규제를 천명했지만 지난달 11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이 열렸을 때 젊은층 표심을 노리고 틱톡에 선거 홍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자금난 때문에 틱톡 규제 반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매체는 그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트댄스의 주요 주주인 제프 야스 SIG 공동대표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야스로부터 대선 자금을 얻으려고 연일 틱톡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건의 형사 기소와 각종 민사 소송으로 대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사라고 제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는 증거라고 WP는 진단했다. 두 사람은 10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후 그의 지지층은 ‘대선 사기’를 외치며 2021년 1월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다. 당시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지지층을 선동했다며 그의 계정을 정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트루스소셜’이라는 신생 소셜미디어를 직접 만들었다. 이후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이곳에만 글을 올렸고 주변에도 가입을 독려했다. 다만 2022년 10월 ‘X’를 인수한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해주는 등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였다. 머스크의 인수가 불발된 후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최근 상장을 목표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DWAC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30% 이상 뛰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시장 전망치를 소폭 상회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지속적인 주거비 상승에 이어 휘발유 가격이 깜짝 상승한 탓이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당초 시장의 기대를 바꿀 정도의 상승폭은 아니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2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3.2% 상승해 1월 CPI 상승률(3.1%)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3.1%)보다도 조금 높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 전월 대비 0.4% 뛰었다. 역시 시장 전망치(3.7%, 0.3%)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대를 달성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월 CPI 상승률과 2월 미 신규고용도 모두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CPI는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는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를 키우게 될 것”이라며 연준이 19, 20일 양일간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개최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열띤 토론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물가 재상승 우려에도 월가는 이 수치가 ‘6월 금리 인하 기대’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주식시장이 상승했고 금리 변동에 민감한 주요 기술주 또한 큰 폭 올랐다. 오라클은 “인공지능(AI)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혀 주가가 11.75% 급등했다. AI 대표주 엔비디아 또한 7.16% 상승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에 이어 영국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허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로써 기관투자가들은 런던 증시에 상장된 가상화폐 지수 연동 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11일(현지 시간) 런던증권거래소가 가상화폐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거래소는 즉각 “올해 2분기(4∼6월)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ETN의 상장 신청을 받겠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해 기관투자가들이 몰린 뒤에 나왔다. 영국이 허용 방침을 밝힌 ETN은 ETF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지수에 연동돼 운용된다. 다만 ETF는 실제 자산을 보유하는 펀드이지만,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무담보 채무 증권이다. 만기 시 지수에 연동된 가치를 약속하는 일종의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영국 금융당국은 “전문투자기관만 가상화폐 연동 ETN에 투자할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FCA는 제한 사유로 “가상화폐 자산은 위험도가 높아 투자자는 돈을 모두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일반 개인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은 런던 증시에 상장된 ETN에 투자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상승할 때 투자 이득을 노릴 수 있다. 그 때문에 ETN이 상장되면 비트코인 등에 글로벌 뭉칫돈이 더욱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월 미국이 11개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한 뒤로 지금까지 약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재집권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7만2000달러까지 돌파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또 다른 형태의 통화”라며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과거 암호화폐를 “사기(scam)에 불과하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혹평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7일 국정연설에서 ‘증세’ 계획을 밝혔고, 암호화폐 규제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자신이 최근 출시한 운동화 굿즈(Goods·기념품) ‘트럼프 스니커즈’를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구매했음을 거론하며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한 적은 없지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때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규제를 놓고도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공산당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며 대대적인 규제를 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많은 미국 젊은이가 틱톡을 애용한다며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만 더 커진다. 페이스북은 국민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의 계정을 2년간 정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은 특히 선거철에 미국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4.4% 급락했다. 전기차 업계도 양 캠프에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도 관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집권하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4%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두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금융시장과 산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판세가 박빙일수록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시장 예상보다 상승했다. 지속적인 주거비 상승에 이어 휘발유 가격이 깜짝 상승한 탓이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은 바꾸지 않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에 대한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2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3.2% 상승해 1월 CPI 상승률(3.1%)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3.1%)보다도 소폭 높은 수치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으로 1월 수치(0.3%)보다 높아졌고,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대비 3.8%, 전월 대비 0.4% 뛰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3.7%, 0.3%)를 웃돈 수치다. 근원 CPI 전월 대비 상승률 0.4%는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미 노동부는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이 CPI 상승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 5.7%, 2월 전월 대비 0.5% 올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속적으로 전월 대비 하락해 오던 휘발유가격은 2월 3.8% 깜짝 상승했다. 이번 CPI가 주거비와 휘발유 부문 상승이 주로 반영됐다고 해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대로 내려가기에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핵심을 주거비나 식료품 부문이 아닌 서비스 부문으로 보고 주거비 비중이 덜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중시하기에 향후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시장은 이번 CPI가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미 뉴욕증시 지수 선물이 예상보다 높은 CPI 발표 이후에도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CPI 발표 직후인 이날 오전 5월 인하 가능성을 약 13.4%, 6월 인하 가능성을 약 7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주거비 비용이 여전히 전년 대비 6%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실제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물가는 여전히 내려갈 것으로 보고있고, 물가 하락 수준을 생각하면 긴축적인 통화정책(실질 금리)도 강해지기 때문에 연준은 6월에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재집권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7만2000달러까지 돌파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또 다른 형태의 통화”라며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과거 암호화폐를 “사기(scam)에 불과하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혹평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7일 국정연설에서 ‘증세’ 계획을 밝혔고, 암호화폐 규제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자신이 최근 출시한 운동화 굿즈(Goods·기념품) ‘트럼프 스니커즈’를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구매했음을 거론하며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한 적은 없지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때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규제를 놓고도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공산당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대대적인 규제를 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많은 미국 젊은이가 틱톡을 애용한다며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만 더 커진다. 페이스북은 국민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의 계정을 2년간 정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은 특히 선거철에 미국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4.4% 급락했다.전기차 업계도 양 캠프에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도 관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집권하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4% 올랐다.경제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두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금융시장과 산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판세가 박빙일수록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해외 투자자에게 왜 한국 주식은 덜 매력적인가요?” 요즘 미국 월가 관계자들을 만나면 꼭 하는 질문이다. 제대로 된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이 없거나, 너무 복잡한 요인이 많아 뭐라고 딱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 부문 총괄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외신 간담회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국 기업이 저평가된 게 아니라 미국 기술 기업이 고평가된 것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지역은행 주식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특정 기업이 전체 미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 딱히 못나서가 아니라 엔비디아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7개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에만 특이하게 돈이 몰린다는 의미다. 그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강세가 거품은 아니라면서도 “글로벌 투자자가 미국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2%대 무난한 회복세를 예상하면서 이는 “중국 경제의 회생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본 마인드가 AI 등 혁신 분야 ‘스타’에 쏠려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 경제가 기술 혁신보다 여전히 중국 중간재 수출 기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 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된 게 아니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혁신 스토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미국은 강력한 소비 활동과 AI 덕에 경제의 기본 스토리가 ‘고물가-고금리’에서 ‘침체 따위는 없다’로 바뀌었다.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올 들어 16번째 신기록을 낸 이유다. 엔비디아는 8일 차익매물 실현에 따른 5%대 주가 하락에도 올 들어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20조 원) 이상 늘었다. 엔비디아 칩을 제조하는 대만 TSMC도 AI 시대의 핵심 기업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일본 증시 또한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주주서한에서도 “일본의 주주 정책이 미국보다 낫다”고 호평했다. 골드만삭스 또한 ‘M7’에 대항할 만한 일본 기업 7곳, 즉 ‘사무라이7’을 주목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에서도 스타 기업이 범유럽 지수 스톡스(Stoxx)600의 기록 경신을 이끌고 있다. 바로 비만약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1년 동안 80% 상승했고, 최근에는 테슬라 시가총액도 넘어섰다. 노보노디스크와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등 앞글자를 딴 ‘그래놀라스(GRANOLAS)’의 유럽 10개 기업도 최근 투자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 기업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최근 AI에서 뒤처진 애플이 ‘M7’에서 빠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듯 과거 세계 시총 1위였던 기업도 혁신에서 뒤처지면 곧바로 외면받을 수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혁신 스토리가 나온 것은 언제였나. 왜 한국 경제의 혁신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지부터 되짚어야 할 때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과 유럽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두 수장이 동시에 올해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언급하자 세계 시장이 요동쳤다. 이르면 여름 전에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등 서구 벤치마크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참석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확신할 시점이 그리 머지않았다(not far from)”고 답했다.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에 이를 것이란 확신이 생겨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으나, 의원들이 ‘그때가 언제냐’고 되묻자 조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같은 날 유럽에서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아직 인하 시점을 논의하지 않았으며, 인플레이션 진전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라면서도 “6월엔 훨씬 더 많이 (물가 둔화 상황을) 알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를 거론했다.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가 ‘적절한 시점’에 가능하다는 뜻이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두 수장의 발언 직후 세계 증시는 물론이고 외환시장, 원자재 시장도 들썩거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6번째 최고점을 경신했고, 범유럽 벤치마크인 스톡스600 지수도 처음으로 500 선을 넘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코스피 종가도 전 거래일보다 32.73포인트(1.24%) 오른 2,680.35로 집계됐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0.23%), 대만 자취안지수(0.47%) 등도 올랐다.美-유럽, ‘6월 금리인하’ 기대감… ‘끈적한 물가 상승’이 변수美연준-ECB, 금리 조기인하 시사글로벌 증시 상승, 달러 가치는 하락… 코인-金도 상승 “시장 야성 살아나”인플레 재상승땐 조기인하 어려워… “韓, 美와 별개로 하반기 인하 유력” “시장은 이제 두려움(fear)이 사라졌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들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줄곧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미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파월 의장은 6,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결국 “머지않아”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답을 내놓았다.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6월을 언급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정책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상승 등으로,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가 이어지고 있어 인하 시점을 낙관해선 안 된단 반론도 만만치 않다.실제로 8일 발표된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7만5000명으로 시장 전망치 20만 여명을 상회해 미국 노동 시장이 여전한 강세를 보여줬다. 노동시장 강세는 인플레이션 상승압박을 의미한다.● 6월 금리인하설… 끈적거리는 물가가 변수 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8%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대체로 6월론이 우세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7, 8월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금리를 낮춰 정치적 논란을 피할 것이란 분석도 월가에선 힘을 얻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 역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올라간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낫다”며 6월 인하를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첫 인하를 단행해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시장 전망치(2.9%)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이나 라가르드 총재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끈적거린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연준 내에선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브레이크에 두 발이 달려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만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단 뜻이다.●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 살아났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처음 5,000 선을 돌파한 S&P500은 이날 올 들어 16번째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비트코인도 최근 6만9000달러(약 9094만 원)를 뚫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4.96까지 올랐다가 8일 기준 102대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로 금 선물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크다. AI 대표 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47% 상승해 92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 제약사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대만은 TSMC 등 반도체주가 강세다.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32.73포인트) 오른 2,680.3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3% 상승한 2,688.00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떨어진 1319.8원에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물가가 안정돼야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은은 상반기(1∼6월) 같은 정책을 유지하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이 27만5000명 늘어나 시장 전망치 20만 여명을 상회했다. 미국 노동 시장이 시장 전망보다는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실업률은 3.9%로 시장 전망치(3.7%)보다 올라 냉각 징후도 함께 보여줘 시장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의료 및 공공 일자리, 외식 서비스, 운송업 일자리 증가에 힘입어 2월 신규 고용이 27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지난 12개월 동안의 월평균 증가폭인 23만 여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외식 서비스 분야 일자리는 2월에도 4만2000여 명을 추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와 더불어 서비스 부문 임금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 수준을 보여주는 시간당 평균 급여는 0.1%, 전년 대비 4.3% 증가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실질임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고용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미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연준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지표로 꼽힌다. 시장은 이번 고용보고서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전날 금리 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발언한 수준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주목했다. 신규고용은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지만 실업률은 높아져 고용보고서가 나온 직후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혼조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 선물은 소폭 상승세로 전환됐다. 다만 이번 고용보고서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이번 고용보고서에 대해 “서비스 물가가 생각보다 고집스럽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상품 물가 하락도 둔화돼 서비스 물가를 상쇄해주지 않는 다면 우려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시장은 이제 두려움(fear)이 사라졌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들은 1월 연방공개시자위원회(FOMC) 이후 줄곧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미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파월 의장은 6,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결국 “머지 않아”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답을 내놓았다.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6월을 언급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정책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상승 등으로,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가 이어지고 있어 인하 시점을 낙관해선 안 된단 반론도 만만치 않다.●6월 금리인하설…끈적거리는 물가가 변수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8%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대체로 6월 론이 우세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7, 8월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금리를 낮춰 정치적 논란을 피할 것이란 분석도 월가에선 힘을 얻고 있다.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 역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올라간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낫다”며 6월 인하를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첫 인하를 단행해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시장 전망치(2.9%)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이나 라가르드 총재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끈적거린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건너 갈 수도 있다. 연준 내에선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브레이크에 두 발이 달려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만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단 뜻이다.●“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 살아났다”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처음 5000선을 돌파한 S&P500은 이날 올 들어 16번째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비트코인도 최근 6만9000달러(약 9094만 원)를 뚫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4.96까지 올랐다가 8일 기준 102대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로 금 선물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크다. AI 대표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47% 상승해 92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은 덴마크 노모 노디스크 등 제약사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대만은 TSMC 등 반도체주가 강세다.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32.73포인트) 오른 2,680.3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3% 상승한 2688.00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떨어진 1,319.8원에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물가가 안정돼야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은은 상반기(1~6월) 같은 정책을 유지하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오픈AI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테슬라와의 합병이다.” 2018년 2월 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수석과학자 등 일부 오픈AI 간부에게 보냈다. 다만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당시 수신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창업 초기에 총 45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투자한 초기 투자자다. 머스크는 해당 이메일에서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돼야 한다”는 이름이 가려진 지인의 이메일을 첨부해 오픈AI 경영진을 설득하려 했다. 오픈AI가 현금 조달만으로는 성공적인 생성 AI 플랫폼을 구축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대체 수익원을 찾아야 하고, 이에 테슬라와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오픈AI는 5일(현지 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6년 전 머스크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최근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사업은 설립 당시 ‘비영리법인’으로서의 계약을 위반했다며 “오픈AI가 보유 기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오픈AI가 머스크야말로 애초에 “AI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면서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이끌려고 했던 장본인이라며 ‘맞폭로’에 나섰다. 머스크는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이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오픈AI는 이 역시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 내부로 들여오고, 지분 대다수를 갖고, 이사회를 통제하려 했을 뿐 아니라 오픈AI의 CEO까지 맡으려 했다”고 반박했다. 머스크 같은 특정 개인이 오픈AI를 통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AI는 “우리가 깊이 존경했고 더 높은 목표를 갖도록 영감을 준 인물이 우리의 경쟁업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우리를 고소까지 해 슬프다”라고 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오픈AI가 이번에 공개한 이메일에 따라 머스크가 주장하는 계약 위반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테슬라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2018년 2월 1일 오전 3시52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리아 수츠케버 등 오픈AI 공동 창업자들에게 보냈다. 당시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은 인간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려면 비영리 조직의 몇 천억 원 자금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경쟁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1330조 원)이 넘는 구글이었다. 머스크는 이 이메일에서 “(테슬라와 합병하더라도) 오픈AI가 구글의 대항마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도 0%는 아니다”라며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가 돼야 한다’는 이름이 가려진 지인의 이메일을 첨부해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와 샘 올트먼 등이 오픈AI 공동 창업자들로서 동지이던 시절의 이 이메일은 오픈AI가 5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폭로한 내용이다. 머스크가 지난주 오픈AI의 영리사업은 설립당시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오픈AI 기술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머스크야말로 애초에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이끌려고 했던 장본인임을 폭로한 것이다. 또 머스크가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closed-source)이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오픈AI는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 내부로 들여오고, 지분 대다수를 갖고, 자신이 이사회를 통제하며 오픈AI CEO도 맡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개인이 오픈AI를 통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거절했더니 머스크는 회사를 떠나며 지원하리고 한 자금을 보류했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가 그 간극을 메워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픈AI의 머스크에 대한 반박글에는 오픈AI 창업초기 구글과 AI로 경쟁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두려움, 결국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절박함 등도 담겨 있었다. 창업한 해 2015년 이메일에도 올트먼이나 수츠케버가 총 1억 달러 투자 모금을 발표하려 하자 머스크는 “10억 달러라고 발표해야 구제불능(hopless)으로 보이지 않는다. 못 구하면 내가 더 내겠다”며 어떻게든 구글의 딥마인드 등에 대항마로 포지셔닝 하려는 모습이 드러났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총 4500만 달러(599억 원)를 초기자금으로 투자했고, 다른 투자자들이 총 9000만 달러(1198억 원) 이상을 냈다고 밝혔다. 또 오픈AI는 2016년 수츠케버가 머스크에게 “오픈AI의 오픈의 의미는 AI를 개발한 뒤 그 과실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내부 ‘과학’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자 머스크가 “그렇다”고 답한 메일도 공개됐다. 지난해 올트먼 오픈AI CEO 축출 사태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머스크가 구글에서 빼내 온 천재 과학자로 AGI 개발의 리더로 꼽힌다. 오픈AI는 블로그에서 “머스크와 우리는 (창업 2년 차인) 2017년에 이르러서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함을 알았고 머스크는 그 누구보다 이를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깊이 존경했고 우리가 더 높은 목표를 갖도록 영감을 준 인물이 우리에게 실패할 것이라 말하고 경쟁업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우리를 고소한 데 대해 슬프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머스크의 계약 위반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1월 이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금리 인하 신중론’을 재차 밝힌 것이다. 1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파월 의장의 발언에 ‘깜짝 뉴스’가 없자 이날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는 좀 더 확신(confidence)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많은 지표를 보고 싶다”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아닌 더 많은 증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조금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도 했던 발언과 거의 동일했다. 이날 민주당 측 의원들은 ‘연준의 높은 기준 금리가 서민들의 주거비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러차례 불었는데,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에 신중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 이후 큰 변동 없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은 또 미국 경제에 대해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낙관론으로 대응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길을 가고 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 폭락 등 상업부동산 위기조짐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답변과 톤이 시장 전망과 일치함에 따라 증시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5.86포인트(0.20%) 오른 3만8,661.05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6.11포인트(0.51%) 상승한 5,104.76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91.95포인트(0.58%) 뛴 1만 6,031.54로 장을 마쳤다. 모두 3거래일 만에 반등한 수치다. 시장의 낙관론 속에 엔비디아는 이날에도 3.18% 올라 887달러에 장을 마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