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투자개방형 병원 무산, 의료산업 의지마저 꺾여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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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으로 주목받아 온 제주 국제녹지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가 어제 취소됐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아 개설을 허가한 지 4개월 만이다.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상 개원 기한(3개월)인 지난달 4일까지 병원 운영을 시작하지 않자 허가 취소 절차를 밟았다.

그간 제주도와 녹지병원 사업자 측은 새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해 서로 다른 구상을 갖고 대립해 왔다. 도는 병원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았고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는 외국의료기관’을 전제로 개설 허가가 진행돼 왔다고 주장한다. 병원 측은 2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개원 허가’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가가 회수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의료서비스개선과 고급화, 고가 진료가 가능해 외국인 의료관광 활성화 등의 기대를 모은다. 반면 자칫 공공의료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다닌다.

이 같은 논란은 2015년 녹지병원이 국내 최초로 설립 승인을 받은 뒤에도 확산되기만 했다. 여기에 행정의 규제, 시민단체의 반대, 중국 자본 문제, 지역경제 활성화, 새 의료관광산업 육성과제,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까지 복잡하게 얽혀 한국에서 산업으로서의 병원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줬다.

녹지병원 측은 병원 허가 취소가 국제분쟁 사유라며 반발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관광산업에 대한 기대를 키워 온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의료관광산업은 고용창출 효과와 경쟁력에서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다. 녹지병원 무산을 교훈 삼아 의료관광산업을 키워 나갈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제주 국제녹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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