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박 대통령 개혁 요구 무겁게 받아들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국정원 개혁에 대해 처음으로 분명하게 의견을 밝혔다.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고 실체가 과연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여야가 국정조사를 시작한 만큼 관련된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한 후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국정원은 본연의 업무인 대북(對北) 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 안보를 지키는 데 전념하도록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원 관련 논란과 거리를 둬왔다. 지난달 24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을 때도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늦게라도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는 중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어느 정권에서나 국정원은 논란의 대상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도청, 정치 및 선거 개입 등으로 국정원장들이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고 심지어 자해(自害) 소동까지 벌였다.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로,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도 떳떳하지 못한 과거 때문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국가의 안전 보장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권 보위에 더 충실하고, 정보력 독점을 이용해서 권력 다툼에 개입한 결과다. 댓글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선진국 정보기관들과 비교하면 창피한 일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박 대통령의 자체적 개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철저한 자기반성을 한 뒤 살을 도려내는 각오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유혹이 달콤하더라도 국내 정치에 촉수를 대는 관행과는 이제 절연해야 한다. 스스로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외부에 의해 개혁을 당할 수밖에 없다. 남 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국정원의 체질 개혁에 성공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국정원에 개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 과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 박 대통령은 정보기관장의 총탄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잃었다. 그런 박 대통령이기에 국정원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 수 있고 개혁을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정치권도 국정원 개혁을 당리당략의 차원이 아닌 국익(國益)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국정원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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